그날 두 아이와 나는 점심때 즈음 집 근처 타임빌라스(롯데 아울렛)에 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들을 함께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동화책 서점에 들러 마음껏 책을 볼 수가 있어서 종종 가곤 했었다. 특별히 그날은 엄마가 예약해 준 그림책 수업에도 참여하는 날이었다. 하임이 하성이가 그림책 수업에 참여하는 건 처음이었다. 전 타임이 끝이 나고 다음 차례인 우리가 입장하려는 순간, 낯선 곳이라 당황해 버린 하성이는 갑자기 안아달라고 재촉했고 들어가지 않겠다며 울먹였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처음 와본 곳이라 느껴졌을 아이의 낯선 감정을 공감해 주었다면 어땠을까? 교실 안에서 이루어질 시간과 활동을 잘 설명해 주었다면 어땠을까? 당황해 버린 아이의 감정에 나도 동요해 버렸고 아이를 나무라고 말았다.
"하성아. 왜 그래 진짜. 하아..."
"아빠가 너무 힘들다.."
머리가 멍해졌다. 감정조절에 실패했다는 자책감이 몰려왔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해졌다. 그 순간 하임이는 울먹이며 안겨있는 동생과 그런 동생을 나무라고 힘들어하는 아빠를 보면서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자기도 낯선 곳이라 당황스러웠을 마음과 동생처럼 아빠에게 안기고픈 마음, 그것들보다 더 커다란 어떤 마음이 하임이를 움직였을까?
갑자기 입장하겠다고 교실 문 앞에 섰다. 아빠에게 괜찮을 거라는 눈길을 한번 주고는 교실 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다른 아이들처럼 책을 고르고 책 선생님 앞에 앉아 교실 안 활동을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하성아. 누나가 먼저 들어갈게, 누나가 하는 거 잘 봐바. 보다가 준비가 되면 그때 들어와. 알겠지?'
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던 두 남자는 커다란 유리창으로 성숙하게 교실 속 활동을 하는 누나를 우두커니 지켜보았다.
준비가 된 듯한 하성이는 아빠하고 같이 들어가겠다고 했다. 조용히 들어가 누나 옆에 앉혔다. 하임이는 책 선생님이 읽어주는 동화책에 시선을 고정한 채, 늦게 들어와 자기 옆에 앉은 동생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토닥여주었다. 그 뒤로도 책을 보다가 이따금씩 하성이 어깨에 자그마한 손을 얹어서 토닥여주는 걸 잊지 않았다. 유리창 너머로 자기를 보고 있는 아빠에게 괜찮다는 눈길을 주는 것도 함께였다. 하임이가 품었던 그 마음은 나를 위로하고 안정시킬 만큼이나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