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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 단칸방의 '고양이'

대전 대흥동의 추억 '고양이'

by 젤링


문뜩 기억나는 고양이가 있기에 나의 기억 속 책장 속에 조용히 기록으로 남겨 보려 합니다.

지금은 재개발로 인하여 사라졌지만 대전 대흥동에서 30년 이상을 살아왔으며 이곳은 오래된 동네라서 낡은 개인주택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대전 대흥초등학교 옆의 대흥동 골목길


그 많은 집 중 하나였던 우리 집은 강아지와 고양이를 여러 마리 키워왔습니다.. 그중에~


누나가 대려온 '까미' , '프린스'마리의 고양이는 외출을 즐기더니 밖에서 새끼를 배어오고 집에 돌아와 새끼를 낳고~ 그 새끼 중 일부가 또 임신을 하고 집에 찾아오고.. 그렇게 점점 여러 세대의 길냥이들이 우리와 함께 하기 시작했죠~


가끔은 사람을 잘 따라다녀서 다른 집에 입양되어 저희 집으로 찾으러 오시는 분도 있었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이 가을 낙엽처럼 서서히 쌓여가며 재개발 공사일정이 확정이 되고 이웃들이 하나, 둘 이사를 가는 시기가 찾아왔어요.


빈집이 늘어나는 만큼 고양이들도 한 마리, 두 마리.. 가끔 인사를 하긴 하는데 뜸해지더니 다들 각자의 길을 찾아 나서거나, 이웃들이 이사 가며 고양이를 데려가며 서서히 보이지 않기 시작했지요.


대전 대흥초등학교 후문의 이사를 준비하며 나와있는 짐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며 저희에게도 정든 동네와 이별해야 할 시간이 찾아오고 말았고 이사 갈 집을 구하게 되면서.. 이사가 확정될 때 즈음에는 정말 딱 봐도 까미와 똑같이 생긴 고양이 한 마리만 저희와 함께 했기에 계속 길냥이로 혼자 남겨둘 수 없고 데려가고 싶은 생각이 절실했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데려가려고 했으나 문제는!

'이 녀석은 절대 2m 가까이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

는 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sticker sticker
우리 집의 마지막 '깜냥이'


그래도 이대로 둘 수는 없기에.. '한번 도전해보자!' 하고 천천히 다가가려 하는데.. 평소와는 반응이 조금 다르더군요?


이 녀석은 여전히 가까이 오지 않지만.. 곧 우리 가족과 마지막이라는 걸 아는 건지 평소에는 오래 쳐다보고 있으면 도망을 갔으면서.. 이날은 아래의 사진처럼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죠. 저도 결국은..


'그래.. 너의 결정을 인정해 줄게.. 너의 선조는 우리가 데려왔지만 너는 자유로운 길냥이니까 말이야.'


하며 나는 이 녀석의 의견을 존중해주며 그렇게 우리는 이사 가기 전 처음으로 장시간 서로에게 마지막 눈인사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이사 가기 전까 지도 같이 갈 생각이 없는 고양이.. 결국 이별의 눈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그날의 밤은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든 집을 떠난다는 생각..

30년을 넘게 살아온 대흥동을 벗어나야 한다는 슬픔..

하지만 고양이와 헤어지기 싫은 마음도 너무나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래! 내일 다시 한번 도전해서 꼭 데려가야겠다'

라는 결심을 하면서.. 아침이 밝아왔지만~

이사를 시작하여 이사를 끝낼 때까지.. 그 녀석은 다시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그냥 이사를 진행하는 수밖에 없었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가 본 우리 집 골목..

대문에는 쓸쓸한 경고장이 붙어 있고..

노을이 지는 시간의 집에는 더욱더 큰 그리움이 생겨 문뜩 궁금 해졌습니다.


'혹시나 깜냥이가 있을까?'


약간 기대 반? 의심반?으로 가까이 다가가 보았고..

10년 정도를 살았던 집과 이사 후 쓸쓸히 붙여진 경고문




'있었으면 좋겠다..'

하며 콩닥거리는 마음으로 쳐다본 그 순간 그 문틈 사이로 빈집을 지키고 있는 '깜냥이'를 발견했습니다!!!

혼자 쓸쓸히 집을 지키고 있는 우리 집의 마지막 길냥이 손님이 이젠 주인이 되었네요.


노을은 내려앉고.. 문틈 사이로 보이는 마당, 한창 가꾸었던 화단과 매실나무..

언제나 있던 그 자리에 고양이가 보이자 이런 감정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저의 눈에도 오랜만에 눈물이 살짝 나왔습니다.


한번 더 같이 가자했지만.. 마지막 까지도.. 절대 다가 오진 않더군요.


이사를 나오며.. 혹시 몰라 비를 피하고 쉬라고.. 현관문 등을 다 열어두고 사료도 남겨두고 왔는데.. 들어가 확인할 수 없는 게 너무 안타까웠을 뿐이었고..


아무도 없이 텅 빈 마당을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를 보면서 저는 다시 한번 고양이를 불렀습니다.

'깜냥아!!'


그리고 나의 목소리에 반가운 듯.. 쳐다보며 반응을 해주었으나 이내 바로.. 집 안쪽으로 향해가는 녀석..


<문틈 사이에서 집 안쪽을 보고 있는 깜냥이>



문틈으로 본 고양이는.. 마치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듯, 내가 살고 있는 그 시절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듯, 그렇게 나는 쓸쓸한 눈인사로 한번 더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뒤돌아 안쪽으로 돌아가는 고양이를 본 후 더 이상 깜냥이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이사를 간지 거진 1년이 다 되어갑니다.

문뜩.. 그때 고양이를 데려오려고 했을 때 다가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니..


'강아지는 사람을 좋아하고'

'고양이는 장소를 좋아한다'

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100% 맞는 말은 아니겠지만.. 이 녀석이 떠나지 않은 이유는 그게 아녔을까요?


저희 4남매, 강아지들과 함께 했던 시끌벅적한 이 장소를..

대대손손 고양이들이 살아온 이 장소를..

이제는 텅 빈 이 장소를..


이 녀석은 어쩌면 그 모든 걸 기억하며, 추억하고 있는 걸 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다시 가보니.. 이제는 공사가 시작되어 다 허물어 버려 남아 있지 않은 공간..

다시 갈 수 없는 곳, 다시 볼 수 없는 너지만..


이곳에 기록하며 사진과 함께 내 기억 속의 공간에서 나는 너와 함께 할 거야


우리 언젠가 다시 또다시 만나자.. 그땐 내 곁에 다가와 줄 거지..?

이젠 안녕.. 내 오랜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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