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어떤 풍경을 좋아하고, 기억을 하고 계신가요?
가끔 길을 지나가다 '임대'라고 붙어 있는 걸 보게 되는데 '어..? 저기에 무슨 가게가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억이 나질 않는 경우가 많더군요.
익숙한 거리이기에 항상 변함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고.. 시간이 지나 다시는 볼 수 없는 풍경, 또는 가까이 있어 기억하지 않았던 곳들이 생각나면서 그리워지기도 하니까 말이죠.
그런 이유로 가끔 길을 가다 익숙한 곳이어도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보고 있답니다.
폰에 있는 사진들을 다 풀기에는 너무 많아서 몇 가지만 풀어봅니다.
가을날의 대전 구도심 '은행동' 풍경
아래의 사진은 정확히 언제인지, 제가 무엇 때문에 갔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2016년도였다는 걸로 기억하고 있고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즌에 대전 은행동 거리를 혼자 걷다가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풍경을 보며 멍하니 멈추어 섰던 적이 있습니다.
날씨는 쌀쌀했고 바람이 살짝 있었으며 노을이 건물과 건물 사이로 살포시 내려앉아 사람들의 그림자는 점점 길어지고 건물들은 황금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죠. 저는 이런 풍경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마음속에 그리움, 감성이 가득 해지는 해 질 녘의 저녁 풍경을 말이죠.
2016년에 찍었던 대전 은행동 거리의 사진
추억을 노래하다! '신나라 레코드'
지금은 사라졌지만 한 번쯤은 다른 지역에서도 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000년 이전에는 라디오가 유행하고, 카세트테이프로 녹음을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길거리에서 대전 엔비 앞에 항상 리어카를 끌고 나와 카세트테이프를 파는 아저씨도 기억이 납니다.
얼핏 봤을 때는 불법 복제품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요.
특히나 '송윤아-분홍 립스틱' 노래를 틀어놨던 게 더욱 기억이 나는데 그때 한창 유행했던 노래이기도 했지만 제가 이별을 한 후에 듣는 노래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렇게.. 2000년을 넘어서면서 MP3 플레이어가 등장하기 시작하고 휴대폰의 성능도 점점 좋아지면서 테이프와 CD플레이어의 시대는 저물어가기 시작했지요.
저는 그 당시에 노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이곳에 들를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만 신나라 레코드는 저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여 2000년대 중반까지 '아직까지도 있네?' 하며 지나갈 때마다 기억나는 그런 가게였으며 앞으로도 당연한 듯이 계속 있을 것 같은 그런 장소였습니다.
내부를 들어가서 돌아다닐 때마다 직원 1분이 전담마크를 했었던 것도 기억나고요. 헤드셋을 쓰고서 음악을 들어볼 수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요. 포스터 같은 것도 팔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신나라 레코드는 2017년도(?) 까지는 봤지만.. 언젠가 지나가면서 보니 내부가 텅텅 비어 있더군요. 저에게 큰 의미가 있던 곳은 아니었지만 한 시대를 지탱했던 음악 CD와 테이프를 전문적으로 파는 오프라인 장소가 사라졌다는 거에 큰 쓸쓸함이 느껴졌었습니다.
대전 은행동에 있던 '신나라레코드'
조조영화 맛집 '아카데미 영화관'
은행동 안에도 극장이 하나 있었는데.. 극장 이름이 기억이 안 나는군요.. 그곳에서 '긴급조치 19'라는 영화를 여럿 모여서 봤었습니다. 순전히 좋아하는 가수가 나온다며 보러 가자는 한 친구 때문에 나머지 3명의 친구들이 희생한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 나네요.
저 영화를 본 곳은 아니지만 그 당시 조금 규모가 있던 '아카데미 영화관'을 빼놓을 수가 없죠.
은행동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멀고 대전역 부근에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곳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기에 마음속으로는 은행동이라고 우겨 보려 합니다.
이곳은 대전의 구도심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소형 이라기에는 조금 컸던 중대형 극장이었죠.
영화관은 오래되어 규모도 작고, 좌석도 불편하고, 스크린도 크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관을 찾아갔던 이유는 무엇이냐고요?
몇 가지 이유를 들자면 조조할인 혜택이 좋았었습니다. 할인이 높았죠 거기에 티월드 멤버십 할인도 있었으니까요! 또한 사람이 별로 없어 거의 전세(?) 내고 보는 느낌도 있었다고 할까요?
정말 조조에 보면 사람 없이 딱 저희만 보고 있는 경우도 있어서 상영 시에는 좀 더 편한 자리로 옮겨 다니고 그랫었지요
한창 잘 되었을 때는 이곳도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제가 영화관을 자주 다니기 시작했을 때는 대형 영화관들이 많이 생겨 인기가 없거나 작은 영화관들은 많이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조조 영화를 자주 보던, 기억에 남는 곳 중 한 곳이기도 합니다.
대전 아카데미 영화관의 상영장 모습
대전 아카데미 영화관의 카운터
그렇게 기억이란 '강물'처럼 흘러가나 봅니다.
기억이라는 강물을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 봐도 힘이 들뿐 점점 제가 좋아했던 장소들은 저 멀리 희미해져만 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처음 알바를 시작했던 대전의 명동 돈가스, 신데렐라 커피숍, 벼락부자 호프집, 끝 호프집, 포즈 21, 해풍사, 홍명상가, 동양백화점, 박서방 등등.. 많은 장소들이 제 기억 속에 머물고 있다지만 안개가 낀 것처럼 정확한 모습이 기억나지 않고 새로운 풍경들은 익숙해지지가 않네요.
누군가에게는 지금의 풍경이 익숙한 추억의 장소겠지만 말이에요.
저는 문뜩 이런 생각을 좀 해봅니다.
우리는 기억이라는 강물 위에,
한 나룻배를 같이 타고,
추억이라는 선물을 가지고,
함께 인생이란 여행을 즐기고 있는 거라고 말입니다.
제 주변의 사람들도 언젠가는 나룻배에서 한 명 두 명 목적지에 내리며, 기억이라는 강물의 흐름에서 벗어나겠죠. 마치 우리의 선조들이 그래 왔던 것처럼 새로운 사람들에게 좋아했던 장소, 시간 등 모든 걸 새로운 사람들에게 맡기듯이 말이죠.
저도 언젠가는 이 나룻배에서 내리는 날이 오겠지만..
그때는 내가 기억하는 모든 것들을 추억하며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존에 살고 계셨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그러셨던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