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약약강의 세계
그들만의 리그에도 계급은 존재하고 모두가 동등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여자들이 그들에게 자기 의견을 또박또박 어필하면 골치 아프다며 배제하고 드세다며 뒷담화를 하지만(때로는 직접적인 공격을 가하기도) 남자가 동일하게 행동하면 눈치를 본다는 거다. 이것이야 말로 강약약강의 본보기가 아닌가.
회사에는 동호회를 지원해 주는 복지가 있다. 동호회에서는 회원들에게 소액의 회비를 걷기도 하지만 회사에서 일정금액 지원금이 나온다. 대부분의 동호회는 동일한 취미 생활을 함께하면서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많이 활용되고, 같은 팀의 사람들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팀에도 그런 동아리가 하나 있었나 보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동호회 모임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냥 동아리 활동이 멈춘 것뿐인데 뭐가 문제냐고? 그건 바로 돈이었다! 그동안 모아두었던 회비. 어느 날 몇 명의 사람들이(그들만의 리그 중 자기들이 상위계급이라 생각하는 사람들) 다른 회원들의 동의 없이 회식을 했고, 그것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한 사람이 매우 실리를 따지는 사람이었던 것이다.(여기서 실리를 따지는 사람이란? 난 절대 1도 손해보지 않을 거고 그게 무엇이든 나의 기분이 나쁘다면 그건 꼭 갚아준다는 마인드를 가진 분) 그 사람은 회식의 일원 중 가장 높은 임원에게 정중하게 메일을 보내고 직접 면담까지 하며 회식에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의 몫을 받아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듣는다면 ‘이건 또 뭐가 문제?’라고 생각할 것이다. 뭐 이 사건엔 큰 문제는 없다. 그저 그 임원이 여자 부하직원의 의견 개진에는 분개해서 회식자리에서 무릎도 꿇린 적이 있는 사람이라는 정도.
내가 경험했던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많은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강약약강’ 스킬을 잘 사용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는 상사 앞에서는 후배의 성과로 자신을 포장하며 간이며 쓸개까지 다 빼줄 듯하면서(강약), 아랫사람에겐 자신들이 해야 하는 일까지 맡기는 상사들이었다(약강). 물론 조직이라는 게 다운에서 탑으로 성과가 올라가는 것이 맞다. 문제는 그들이 탑다운으로 지시를 내려야 하는 큰 프로젝트에서 또한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 그들은 뭘 하냐고? 유구무언. (물론 다 그런 건 당연히 아닐 것이다. 아니라고 믿고 싶다...)
사실 ‘강약약강’의 문제는 비단 회사만의 문제는 아닐 거다. 사회의 어느 곳이든 그런 사람들은 존재하고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자신들이 사는 아파트의 브랜드에 따라 권력을 형성하는 지경이니. 그런데 그 조그만 아이들이 뭘 알아서 그런 일들을 벌이는 것일까? 다름 아님 자신들과 가까운 어른들에게 배웠겠지. 과연 내가 위로 올라가기 위해 남을 깔아뭉개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하는 것이 정상일까? 그렇게 사회가 점점 삭막해지고 더욱 양극단으로 치우치면서 궁지에 몰린 사람들에 의해 범죄가 증가한다면 ‘강약약강’에서 강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그 범죄의 타깃이 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마음 같아서는 ‘권선징악’의 실현으로 가장 강한 ‘강약약강’의 실현자들부터 타깃이 되었으면 좋겠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