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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나 Apr 26. 2024

착한 여자는 콤플렉스?

만들어지는 거예요

  생각해 보면 착한 여자는 언제 어디에든 있었다. 그 착함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경우도 있고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많은 여자들은 일정 부분 무의식적으로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과연 이것이 타고난 본성일까? 나는 99% 이상 학습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말띠해에 태어났고(당연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년 후배들은 양띠였다. 고등학생 시절 남자 선생님들은 종종 너희들은 말이라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거냐며, 후배들은 양띠라 얌전한데 너희들은 드세다는 말을 했다.(성비 불균형은 당연하고 출산율도 낮아서 입시 경쟁률까지 낮았다고 한다) 말인즉슨 ‘여자애들이 고분고분하지 않다’였을 것이다. 이 외에도 어린 시절 밖에서 뛰어놀 때 여자애 목소리가 크다고 지적받았고(여자 목소리가 담장을 넘으면 안 된다 뭐 그런 논리인지…) 몸가짐을 단정히 해야 한다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여성이 성폭력을 당했을 때 가해자의 범죄보다 피해자의 행실과 차림새를 먼저 따지는 것과 일맥상통) 그리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엄마의 품을 처음 떠나는 순간부터라고 생각한다) 여자아이들은 고분고분할수록 칭찬받고, 누구나 인정욕구가 있기에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남자들에게도 못지않게 강요되는 사회적 고정관념이 있겠지만 여기에선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 대해서만 말하도록 하자)


  이렇게 어린 나이부터 '착한' 여자가 되어야 한다고 학습된 아이들은 커서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 대학 시절 대표적인 K-장녀였던 친구는 진상 남자 선배가 짜장면 한 입만 달라는 부탁을 싫어도 거절하지 못해 자신의 짜장면을 포기할 만큼 박애주의자였다. 회사에 들어와서 본 많은 여자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만의 리그에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자신의 몸과 마음이 부서져도 그들의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는 여자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물론 그중 성공하는 사람도 있고 의도와 다른 결과를 얻은 사람도 있었지만, 중요한 건 그들 대부분이 베푸는 선의가 진정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거다. 어떻게 아느냐고? 그에 대한 불평불만과 한탄과 같이 부정적인 말들은 여자 동료들에게 와서 했으니까.


  앞에서 말했듯 그녀들이 무의식적으로 착한 여자라는 말을 듣기 위해 하는 행동은 타고나는 것도, 의도적인 것도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오래도록 학습되어 온 것들이 무의식의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수많은 여자들의 무의식적 행동에 의한 선례들이 여성의 낮은 지위와 여성들의 역할을 고정하는 데 일조한다는 것이다. 결국 아직은 그들만의 리그인 대기업에서 고분고분한 여자만이 조금이라도 높이 올라갈 수 있고 계속에서 입안의 혀처럼 굴어 명예 남성화된 여자들만 선택되는 시스템이 고착될 테니까. 그렇다고 모두 다 쌈닭이 되자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내 뒤에 따라올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지는 못할 망정 해가 되는 행동은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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