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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나 Mar 08. 2024

절대 0.1도 손해보지 않을 거예요

인간관계에서도 극강의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들

  나름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어른들에게 죄송합니다), 회사엔 나의 모든 경험을 뛰어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람(들)은 ‘절대 1도 손해보지 않겠어!'라는 마인드를 뿜어내는 사람(들)이었다. 회식에서 어떻게 하면 최대한 비싼 것을 많이 먹을 수 있을까를 업무보다 신중히 고민하는 사람들부터 포인트를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작은 말 한마디도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면 꼭 복수하는 사람까지(대부분은 그 사람에게 한지도 모를 말 또는 행동), 별별 사람들을 다 겪으면서 긍정적으로 '그래, 이것도 인생 공부야'라고 생각하려고 꽤 오래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엔 그런 사람들을 견디는 게 인생공부가 아닌 피해야 할 일이라고 깨달았다. 예를 들어 당신이 경품에 당첨되어 커피전문점의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자. 상품권은 해당 회사의 고객센터에 직접 전화로 요청하면 5천 원권으로 핸드폰으로 전송되며, 1회 받을 수 있는 한도 금액은 정해져 있으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요청할 수 있다.(단, 상품권 수령/사용 가능 날짜는 자신이 지정한 1일 내이다) 꽤 오래전 일이라 자세한 세부사항의 오류는 있을 수 있는데, 이런 내용의 이벤트에 당첨된 사람이 있었다. 만약 그런 이벤트에 당첨된 사람이 나였다면 아마도 1회 최대한 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 가능한 많은 지인들과 함께 차와 다과를 나누고 운이 좋아서 이런 즐거운 시간을 공짜로 가질 수 있어 좋다 하고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들은 실제로 그 이벤트에 당첨된 사람(부서 동료)의 행동은 나의 상상을 초월했다. 그(그녀)는 디데이를 잡고 지인들과 모여 처음 요청해서 받은 상품권으로 음료와 다 먹지도 못할 만큼의 다과를 주문했다고 한다.(남은 다과는 당연히 포장할 생각) 그런 뒤 커피숍 매장(프랜차이즈)을 둘러보다가 여러 번 상품권 요청이 가능하니(한 번에 받을 수 있는 돈이 정해져 있을 뿐 총합의 상한선은 없으니) 카페에 계속 머물면서 디저트류를 싹쓸이했다. 당연히 그 매장의 주인은 그렇게 상품권을 사용하는 그(그녀)를 궁금해했고, 사연을 들은 주인은 어차피 자신에게는 상품권도 매출로 잡히니 가게의 굿즈도 다 사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단다. 그 후 여러 번 고객센터에 상품권을 요청했고, 마지막엔 전화를 받은 직원이 자신도 퇴근해야 하니 그냥 필요한 말하라고 한 뒤 돈을 다 보내줬다고 한다.(당연하게도 그 이벤트는 없어졌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땐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와, 대단하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 사람이 조금 무서워졌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사람이 합리적이고 똑똑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인간관계에서도 극강의 가성비를 따지며 그 관계가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 아닌지로 분류할 것 같다.(물론 성급한 일반화인 점 인정하지만... 나의 작은 인간풀에서는 대부분 그랬다) 당연히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간도 쓸개도 다 빼줄 듯하다가 자신에게 필요 없다 생각되면 가차 없이 손절하는 사람들. 생각보다 그런 사람들이 참 많았다.


  물론 가장 가성비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요즘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손해 보는 사람들을 바보 취급하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며 그 사람이 가진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고 태도를 달리하는 사람들, 모든 것을 극강의 가성비로만 따지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그런 인간들의 본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임대아파트 사는 아이들과 자신들은 다른 계급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유치함을 부끄러움 없이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들, 다른 사람이 사는 동네나 부모의 직업 그리고 그 사람이 가진 물건들로 품평하고 친분 관계를 이어가야 할까 말까를 판단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았다. 물론 그런 사람들의 인성은... 굳이 말하지 않겠다. 그래, 내가 다른 사람들의 생각까지 어찌할 순 없다. 그래도 나는 그런 사람들과의 관계는 정중히 사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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