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아, 조심해야지!
바닥에 뭐 떨어 뜨리지 말라고 했잖아!”
“아랫집에서 또 뭐라 하겠다!!”
“엄마 미안해요. 컵이 미끄러워서 실수로 그만...”
아이가 양치컵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다이소에서 산 플라스틱으로 된 작은 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랫집 1층에서 쿵쿵 천장을 친다.
정확히 표현하면 쿵쿵쿵 3번이다.
시끄러우니 조심하라는 뜻이다.
우리 집에서 뭐 하나라도 떨어 뜨리면 시끄럽다며 보복으로 천장을 친다.
한 번은 핸드폰을 보던 중 거실 바닥에 떨어뜨렸다.
물론 실수였다.
다행히 두꺼운 카펫이 깔려 있던 자리였다.
하지만 아랫집에서는 쿵쿵쿵 3번 천장을 친다.
처음에는 이 상황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아랫집에서 쿵쿵 위협하면 내가 먼저 한 일은 애들을 잡았다.
조용히 다니라고 소리치고
발끝을 세워 까치발로 다니라고 했다.
물론 어른인 나도 까치발을 들고 집안을 다녔다.
그 쿵쿵 소리에 가슴이 조마조마해졌다.
마치 전쟁 중에 상대편 군인들이
아무 무기도 없는 나에게 돌격하는 듯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마음이 힘들었다.
이렇게 사는 아이들도 가여웠다.
돈을 더 내서라도 계약 기간이 안 끝난 전세를 무리하게 옮기려 했다.
하지만 집주인이 반대해서 나가지도 못했다.
지금은 나의 마음 상태가 많이 달라졌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따라 달라진다’ 라더니...
진짜 그랬다.
나의 힘든 마음은 아랫집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아, 아랫집 아주머니가 잘 계시는 구나.
우리 집에서 나는 작은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아주 섬세한 귀를 가지셨구나!’
실수로 물건을 떨어 뜨릴 때마다 여전히 아랫집에서는 쿵쿵쿵 3번의 소리로 일침을 주신다.
잘 지내고 있다는 소리다.
그러다 가끔은 공포의 보복 소리가 안 들리면...
‘아, 지금은 외출 중이시구나.
평소 잘 안 나가시는데 오늘은 특별한 일이 있으신가 보다’ 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경우는 몇 번 없다.
우리 집에서 내가 말하는 목소리도 다 들린다며 시끄럽다고 항의를 하신다.
우리는 전세입자로 이제 막 이사 온 집이고
아랫집 아주머니는 20년째 같은 집에서 사는 자가주택이라고 하셨다.
우리 집 같이 이상한 집은 처음 본다고 하셨다.
얼마 전에는 아주머니 집 천장에 붙어있는 화재경보감지기가 떨어졌다고 하신다.
우리 집 아이들이 얼마나 세게 뛰면 그게 떨어지냐고 하신다.
20년째 같은 집에서 살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하신다.
'우리 애들은 집에서 뛰어다니지 않는데...
까치발로 다니는데...
여긴 아파트고, 콘크리트 건물인데...
화재경보기가 아이가 뛴다고 떨어지는지...'
이렇게 나만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다 한 신문기사를 보게 되었다.
요즘은 반려동물로 고양이 키우는 집이 늘어났는데
그 고양이 발걸음 소리로 인해 층간 소음 민원이
늘었다는 것이다.
항상 어린애들 발걸음 소리가 크면 얼마나 크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사뿐사뿐 걷는 고양이 소리까지 기사화되는 걸 보면
아파트 층간 소음이 대한민국의 보통 문제가 아니구나!
우리 집을 괴롭히는 아랫집 아주머니의 심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섬세한 귀를 가진 아랫집 아주머니는 얼마나 힘드실까?
유아용 플라스틱 컵이 떨어지는 소리를 다 들어야 하고
긴 봉 막대기로 천장을 세게 쳐야 하니
그 또한 얼마나 중노동일까?
요즘에는 아랫집 아주머니가 보복성으로 쿵쿵 천장을 치면
‘아~ 아주머니께서 잘 지내시나 보네!
살아계시구나!
오늘은 밖에 안 나가시네’라고 생각한다.
이제 2년간의 전세기간이 거의 끝나 다른 집으로 이사 갈 날만을 앞두고 있다.
이렇게 마음의 평화를 진작에 유지할 걸...
그간 마음고생했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그래도 하루빨리 아랫집 얼굴 안 보고
후딱 이사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