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를 했는데 머리는 묶고 다녀

몇 달째 쓰고 있던 아이크림이 똑 떨어졌다.

새 거 하나 사야 하는데...

생각만 하고 실제 사지는 못했다.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느라 시간에 쪼들리기도 하고

내 아이크림을 살만 한 여윳돈이 없어서이다.

정말 조금 남은 아이크림을 마지막으로 다 쓴날

남편에게 말했다.

아이크림이 이제 없다고....

이제는 정말 한 톨도 남아있지 않은 아이크림을 대신 해

영양크림을 눈 두 덩이에 바르며 아이크림 사야 하는데 하고 생각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트레이더스 5만 원 상품권이 생겼다며 가자는 것이다.

남편에게 받아 든 상품권으로 아이크림을 파는 코너에 갔다.

트레이더스에는 2가지 종류의 아이크림을 팔고 있었다.

한 종류는 3개의 아이크림을 묶어 파는 39000원 짜리였다.

또 다른 하나는 딱 1개의 단일상품으로 구성된 4만 원 짜리였다.


3개에 39000원은 1개에 13000원으로

그 옆에 있는 제품보다 1/3 정도 싸고

개수도 3개나 들어있으니 경제적이었다.

단일상품으로 구성된 아이크림은

예쁜 핑크빛으로 영국에서 온제품이었다.


몇 번 고민하다가 값싼 아이크림을 골랐다.

나의 선택이었지만 가격만 보고 골랐기에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계산하려 줄 서있는데 아이들 때문에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아이크림 잘 샀냐라고 물어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다 듣던 남편은 좋은 걸로 사라고 했다.

나는 신이 나서 저렴이 아이크림을 내려놓고

비싼 아이크림을 대신 집어왔다.


5만 원의 상품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평소처럼 싼 제품만 찾고 있던 것이었다.

저렴한 아이크림을 샀다면

쓸 때마다 옆에 있던 핑크색 아이크림이 떠올라 서글퍼졌을 것이다.

지금 쓰고 있는 아이크림은 비록 저렴하지는 않지만 쓸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얼마 전 파마를 해야 하는 상태가 되었다.

내 머리카락은 끝이 심하게 상해 커트를 하고

생기를 불어 넣어 줄 파마도 해야 했다.

아이들 없을 때 미용실을 가려고 적절한 시간을 찾고 있었다.

시어머니께서 본인이 잘 아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하는 게 어떻냐고 하셨다.


마침 남편과 두 아들 모두 커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우린 다 같이 시어머니가 아는 미용실로 향했다.

먼저 내 머리를 자르고 파마약을 바른 후에 세 남자의 머리카락을 잘랐다.


내가 원하는 굵은 컬의 파마 스타일을 말씀드렸다.

하지만 생각보다 얇은 롤을 쓰시는 걸 보고 불안했다.

하지만 시어머니 지인이라 뭐라 말하기 그래서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내가 파마하는 지루한 시간에 지친 세 남자는 가까운 놀이터로 향했다.

나 역시도 마스크를 쓴 채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에 지쳐갔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꼬불꼬불 심하게 말린 내 머리를 봤을 때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상실감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미용실로 갈 걸 후회가 되었다.

어머니가 잘 아시는 분 미용실이라 뭐라 말하기도 그랬다.

멋쩍은 웃음만 지었다.


나중에 계산할 때는 지인이라며 할인된 가격으로 주셨다.

그 마음에 감사하지만 내가 원하는 파마 스타일이 아니라 슬펐다.

파마한 뒤부터 머리를 질끈 묶고 다녔다.

예쁜 컬을 자랑스럽게 내놓고 다녀야 했지만

내 머리카락 컬은 예쁘지 않았다.





아이크림과 미용실 사건으로 얻게 된 교훈이 있다.

내가 원하는 곳으로

내가 원하는 제품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

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도


내 만족도와
내 마음에
지불하는 금액이란 걸 깨달았다.




할인을 못 받아 제 값을 다 준 파마라 할지라도

그 파마 컬이 살아있는 한

내 머리를 보며 즐거워할 나를 위한 가격인 것이다.

싼 가격에 파마를 했지만

내 머리를 볼 때마다 후회가 되며

풀고 다니지 못하는 이 심정을 누가 알까?


만족도가 높은 제품을 구입한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곳에 가서 나의 머리를 맡긴다는 것.

그것은 나의 취향의 선택이었다.

내가 좀 더 좋아하고 끌리는 것에 대한 선택!

그 만족도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드는 생각 2가지.

다음부터 돈보다 내 취향에 맞는 곳으로 가야지.

나 역시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제품을 만들어야겠다.

그것은 글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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