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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보이스피싱을 당한다면 1편

속초 한 달 살기 D-13

우리 가족이 속초 한 달 살기를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였다.

우리는 속초에서의 시간을

편안하게 즐겁게 누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에게 카톡이 하나 왔다.

모르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영어로 보낸 카톡이었다.


“Hello, Sophie! How are you? Nice to meet you”

미국에 10년 동안 살면서 외국인 친구는 많았지만

한국에서의 내 번호를 아는 사람은 없는데...

자세히 보니 보낸 이의 이름이 ‘Dr. Mark’.

내가 다니던 학교 교수님 중에 정말 Dr. Mark란 분이 있었다.

설마 그 교수님이? 하며 답장을 했다.

인사를 하며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다.


자신은 카톡이 처음인데

자기의 옛 친구를 찾으려고 프로필을 검색하다가

내 프로필이 흥미로워서 나에게 말을 걸었단다.

내가 실수로 만든 오픈 채팅방이 있었는데

삭제하는 방법을 몰라 그냥 놔뒀던 방이다.


그러면서 자신을 짤막히 소개한다.

미국 뉴욕에 사는 Dr. Mark.

자신의 엄마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아빠는 미국인이란다.

그러면서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을 한 장 보내왔다.

어떤 중년의 백인 남자가 어린 손자를 안고 있는 사진이었다.


나보고 미국 어디에서 살았냐고, 무엇을 했냐고 이것저것 물어본다.

그리고 자기는 47살이라며 나보고 몇 살이냐고 묻는다.

순간 고민이 되었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

하지만 뭐..

솔직히 얘기하자!

나는 나의 두 번째 스무 살인 나이를 그대로 말해주었다.


자기는 ‘Orthopedic Surgeon’ 란다.

외과 의사이고 세계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UN 정부에서 일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좀 이상했다.

아니, 외과 의사가 UN에서도 일하나?


그리고 나에게 결혼했냐며 아이는 있냐며 계속 카톡을 보낸다.

나는 처음에는 내가 알던 교수님인 줄 알고 답을 했었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내게 랜덤으로 카톡을 보낸 것이었다.

하긴 Mark란 이름은 우리나라 철수 격으로 많으니까.


자기 엄마가 한국에서 태어났고

그 사람이 한국인에게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그와 카톡으로 계속 대화를 이어 나갔다.


하지만 이 사람 직업이 나에게 랜덤으로 카톡을 보내기엔 너무 좋았다.

그러면서 미국 의사를 온라인에서 만나본적이 있냐고 물었다.

계속 이것저것 묻는 카톡을 보내서 한동안 나는 답장을 못했다.

하루 자고 일어났을 때도 그에게 카톡이 이것저것 와 있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도 내가 답이 없자 부재중 보이스톡도 왔다.

의문이 들었다.

47살의 손자까지 있는 중년 아저씨가

얼굴도 모르는 나에게 왜 이렇게 카톡을 보낼까?

내 프로필에는 내 사진도 없는데...

UN에서 일하고 외과의사라는 대단한 아저씨가

왜 이리 나에게 카톡을 보내는 것일까?


나도 오랜만에 영어로 대화하는 게 즐거워서 몇 번 톡을 주고받았지만

이건 뭐.. 뭔가 찜찜한 상황이었다.

내가 한동안 카톡 답을 안 하자

나보고 바쁘냐며 내가 지금 어디 있냐며

뭐하냐며 묻는 톡이 자꾸 온다.

흠...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양치질을 해주어야 하는 남자 아이가 두 명이나 있고

어쩌다 설겆이를  하면

우쭐대는 남편도 있는데...

그 미국인도 의사에다가

세계 평화를 위해 일하는 분이라면

엄청 바쁘실 텐데...

왜 얼굴도 모르는 나에게 카톡 공세를 하는 것일까?

왜 보이스 톡 전화를 몇 번이나 하는 걸까?

세계 평화를 위해서일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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