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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이 내 아이를 혼낸다면 1편

속초 한 달 살기 D-14

이제 속초 한 달 살기에도 반이 지나갔다.

오늘은 무얼 하며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속초에서 유명한 서점에 가보기로 했다.

대형 서점과는 다르게 동네 서점이지만

그 서점만의 고유한 향기와 문화가 있다고 해서 가기 전부터 설레었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다 같이 서점을 찾았다.

1956년에 열었다는 그리 크지 않지만

책이 주는 설레임을 불러일으키는 그 서점의 첫 느낌이 좋았다.


아기자기 하고 깔끔하게 책이 분류되어있었다.

곳곳에는 방문객이 책을 앉아서 읽을 수 있게

서점의 배려가 보였다.

방문객들이 메모를 남겨 두는 코너가 있었다.

그 메모를 찬찬히 읽으며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들과

뭔가 모를 동질감이 들었다.



서점 내부가 정말  예뻐서

나는 구석구석의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아이들은 마치 자기 자리를 찾듯

아동코너에 가서 공룡 책을 가져온다.

공룡 책은 비닐로 포장되어 있었다.

읽어 달라고 보채는 아이에게 이 책은 판매용이기 때문에 안된다고 설명했다.

만약 정말 원하는 책을 고르면 한 권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창밖을 바라보며 책을 보는 공간도 있었다.

아이들 없이 나 혼자 왔다면...

책을 구입하여 이 자리에 앉아  

나만의 사색을 즐기고 싶었다.

벤치 구석에는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거나 낚서를 할 수 있는 종이가 있는 공간이 있었다.

아이들은 거기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노는 사이

나는 진열되어 있는 책을 구경했다.

정말 다양한 책들이 아기자기하게 진열되어 있어서

책 겉표지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힐링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영 불편해 보인다.

나에게 언제 나갈 거냐고 묻는 얼굴을 보니 표정이 안 좋다.

'나는 여기에 더 있고 싶은데... '

생각했지만  “5분 후에 가자”라고 말한다.

남편이 내 마음과 같을 수는 없으니깐...


아쉬운 마음에 다시 서점 곳곳을 둘러본다.

남편은 이미 서점 밖으로 나가 있고

아이들도 문쪽에서 나를 기다리는 눈치다.

아이가 골랐던 책을 계산하려고 하는데

서점 아저씨가 나를 멀리서 부른다.

 “종이를 찢으면 어떡해요?”

순간 나는 아이가 서점의 책을 찢었는가 하고 놀랐다.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아저씨가 부르는 곳을 가보았다.


좀 전에 아이들이 앉아 있던 장소.

낙서를 하던 그 종이 끝이 조금 찢어져 있었다.

순간 당황하여 먼저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앉았었던 첫째를 불렀다.

아이가 직접 아저씨에게 사과하게 하려고...


그렇게 나에게 불려 온 아이에게

네가 이 종이 찢었냐고 물으니 자기는 아니란다.

만 5세인 이 아이는 아직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분명 이 끝자리에 앉아있던 건 첫째인데...

아이가 아니라고 해서 다시 재차 물었다.

그랬더니 아이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아니라고 한다.


둘째를 불렀다.

"이거 네가 한 거니?"

자기는 아니라고 한다.

보아하니 둘 다 진실을 말하는 눈빛이다.


다시 서점 아저씨에게 사과를 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한 마디 한다.

"이건 부모가 책임을 져야죠.

부모가 뭐하는지... 쯧쯧..."


우리 아이가 찢은 그 종이는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고 나면

다 쓴 부분은 찢어내고 다시 새로운 종이에 그리면 되는 이케아 두루마리 종이였다.

아이가 조금 찢은 그 부분은 이미 다른 낚서들로 채워져 있었고

아이들은 그 옆에다 그림을 좀 그렸다는 것을 봤었다.


순간 당황이 되어 다시 아저씨에게 세 번째 사과를 드렸는데

아저씨는 사과를 받지 않는다는 게

말투와 눈빛으로 느껴진다.


둘째 아이가 사달라고 한 책을 계산하려다가

당황이 되어 그냥 서둘러 나왔다.

무책임하게 밖에 서있는 남편과

아이들을 보니 화가 치밀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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