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으로서 나의 꿈은?
나누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어려서부터 장사하는 사람이랑은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 그렇게 마음먹었었는데 결국 그 반대로 살게 되면서 가끔 옛날을 돌아본다.
왜 나는 장사하는 사람과 결혼하지 않겠다 마음먹었을까?
같이 살던 삼촌의 비디오가게, 술집, 바다이야기, 무한리필 초밥집이 얼마 못 가 망하는 걸 봐오면서 장사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느끼면서 컸다.
장사를 하며 몸과 마음고생은 실컷 하고 망하면서 생기는 큰 빚을 보고는 장사했다가는 잘 되기보다 어렵게 살기만 하겠구나 생각했던 것 같다. 게다가 아빠도 택시 운전을 하셔서 수입이 매일 일정치 않았다.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없다 보니 성실히 회사 다니며 제때 월급을 받는 평범한 직장인과 결혼하는 게 나의 바람이었다.
반면 나의 남편은 조리학과를 나와 식당에서 경력을 쌓아오며 주변에 장사를 하시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그분들이 어떻게 가게를 운영하는지 옆에서 지켜보며 사장의 꿈을 키웠던 것 같다.
이제는 가게 보는 안목도 있고 가게 인수하기 전 무엇을 따져보고 살펴봐야 할지도 알며 운영하며 어려움을 겪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잘 알기에 나는 남편만 믿고 잘 따라가고 있다.
지금까지 몇 군데의 가게를 운영해 왔지만 사실 나는 장사가 체질에 맞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남편처럼 미리 걱정하지 않고 과감하게 결정할 수도 없는 성격이라 무슨 일이 터지면 생각이 많아져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기에 장사하면 생기는 변수들 때문에 아직도 많이 흔들리기에 적성에 안 맞는다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장사를 하며 한 가지 꿈이 생겼다.
비록 지금은 버는 족족 남아있는 빚을 갚아 나가느라 힘들지만 그 후에 우리 가족의 안정된 보금자리를 만들고 생활이 조금 나아진다면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어려운 친구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는 가게로 만들고 싶다.
어릴 적 우리 집에선 외식이라고는 꿈도 못꿀정도로 생활이 어려웠는데 외식은 고사하고 배달조차도 정말 특별한 날에 먹을까 말까였다.
집 앞에 붙은 피자, 치킨 전단지를 보며 먹고 싶은 마음에 한참을 들여다보던 어린 시절이었다.
그러다 1+1 피자라도 엄마가 시켜주시는 날엔 정말 뛸 듯이 기뻤고 끝에 빵조각까지 남김없이 먹어치우곤 했다.
그런 경험이 있어 더욱이 형편이 어려워 보이는 분들을 보면 신경이 쓰인다.
메뉴 중 가장 저렴한 짜장만 시키려고 하시거나 아이가 탕수육을 먹고 싶어 하면 안 된다고 제지하는 엄마를 보며 옛날 내 모습과 못 시켜주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
광주에 있을 때 엄마와 딸, 아들이 와서 식사만 두 개 주문을 하는데 아들이 탕수육이 먹고 싶다고 계속 말하자 누나가 "돈이 어딨어! 네가 돈 낼 거야?!"라며 동생을 혼내었다. 그러니 더 이상 동생이 말을 하지 못하고 주문한 식사만 나누어 먹었다.
누나도 아직 어려 보였는데 벌써 집안 사정을 알고 철이 든 게 대견하다 생각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일찍 철들었던 내 모습 같아 보여 짠한 마음이 들었다.
먹고 싶은 게 많을 나이에 원하는 데로 다 사주지 못하는 상황이란 게 부모한테 얼마나 아픔이 될지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된 이제야 그 시절 우리 부모님의 마음을 느끼게 된다.
우리 부모님 역시 이것저것 먹고 싶다고 노래하는 나와 언니를 보며 얼마나 마음 아프셨을까.
그래서 내가 능력을 키워 나의 어린 시절처럼 어려운 환경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게 해 주고 학원비나 물품 등을 지원을 해주고 싶다.
그러려면 우리 가게에 손님이 많이 와주셔서 돈을 충분히 벌어야 할 것이다.
손님들이 많이 오게 하려면 한결같은 맛과 언제나 오고 싶은 가게로 만들어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나태해지지 말며 자만해지지 않으려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손님들게 받은 감사함을 주변에 나누며 살고 싶다.
그래서 도움을 받은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웃는 날이 있길, 어린 학생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키울 수 있게 하는 게 사장으로서 이루고 싶은 나의 꿈이자 목표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