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15년 7월 초 첫 아이를 낳았다.
그 당시 '자연주의 출산'이 붐이어서 나 역시 자연주의 출산에 관심이 많았다.
아이에게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과 무통주사 후유증의 공포 등으로 나는 자연주의 출산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집에서 가까운 산부인과에서 자연분만을 하기로 하였다.
산부인과였기에 정말 오리지널 100프로 자연주의 출산처럼 방에 누워 산파의 도움을 받아 낳는다든지, 수중분만을 한다든지 하는 곳은 아니었지만 원장님의 신념은 거의 자연주의 출산과 비슷했기에 마음이 갔다.
임신 중기 갑작스레 찾아온 조산기 때문에 열 달을 채울 때까지 조마조마하기도 하였다.
혹시라도 아이가 다 크지 못하고 나오는 건 아닌지 유산 경험이 있는 친정엄마처럼 나도 유산을 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조산기의 위험을 지나 아이는 무럭무럭 커주었고 임신 초기 한 달 정도만 메슥거리는 입덧이 있었을 뿐 그다음엔 잘 먹고 잘 움직이면서 지냈다.
조산기가 있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아이는 예정일이 지나도 나오지 않아 결국 유도 분만 날을 잡았다.
유도 분만이 일반 출산보다 고통을 더 심하게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나는 콩나물국밥을 한 그릇 신나게 먹고는 병원에 들어갔다.
주사를 맞고 세 시간이 지났을까 슬슬 진통이 오는 느낌이 나더니 인생 처음 겪어보는 고통에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런 나를 보며 남편은 손이라도 잡아주려 했지만 예민해져 있던 나는 내 몸에 손길이 닿는 것도 싫어 그 손을 뿌리치며 침대 난간만 손이 부서질 것처럼 꽉 잡았다.
그렇게 7시에 병원에 들어간 나는 오후 4시가 넘어 겨우 아이를 낳았다.
내일은 나오겠지 싶어 매일 밤 마지막인 것처럼 먹어서 그런지 아이는 마지막 검진 날보다 훨씬 커져 3.94가 되었고 큰 아이를 낳느라 그랬는지 힘주는 법을 몰라 그랬는지 얼굴의 실핏줄이 다 터져 내 얼굴은 차마 못 볼 꼴이 되어 있었다.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에 친정식구며 시댁식구며 부리나케들 달려오셨다.
아이 낳은 산모한테는 당연히 친정엄마가 옆에 있는 게 편한데 눈치 없는 남편은 시어머니가 아이 옆에 있어하시고 싶은 걸 알고는 하루 주무시고 가라고 하였다.
그 더운데 어머니는 찬바람을 맞으며 안된다며 병실에 선풍기까지 꺼버려 나는 덥다는 말도 못 하고 쩔쩔매고 있었다. 다행히 구세주 같은 간호사님이 왜 이렇게 덥게 있냐고 물어보셔서 어머니가 못 틀게 한다 슬쩍 말을 했고 간호사분은 자신이 말씀드리겠다 해주셨다.
아이도 더워서 그런지 얼굴에 태열이 올라오고 있었고 아이 얼굴을 보여주며 이렇게 덥게 있으면 안 된다고 시어머니께 직접 말해 주신 뒤 에어컨과 선풍기를 켜주셨다.
정말 얼마나 감사하던지 '할렐루야!'를 마음속으로 외쳤다.
첫 출산이라 그랬는지 아니면 젊어서 그랬는지 아이를 낳자마자 나는 몸이 가뿐해진 느낌이 들어 잘도 돌아다녔다.
아이에게 첫 젖을 물리며 신기했고 그 작은 아이가 내 배속에서 나온 거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나는 어떤 신념이 있어 반드시 자연분만을 하겠다, 무통 없이 낳겠다 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자연주의출산 방법이 아이가 밖으로 나오는데 조금 더 편하게 해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왕절개보다는 자연분만이 산모가 몸을 회복하는데 더 빠르다는 점과 무통주사도 후유증을 동반할 수 있다는 걱정 그리고 켈로이드체질이기에 수술을 하면 배에 수술자국이 튀어나올 것이 100프로였기에 자연분만으로 결정한 것이었다.
아이를 위해 절대 제왕절개를 허락할 수 없다는 시댁식구와 남편의 주장에 산모는 목숨이 위태로운데도 자연분만을 해야 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남편도 남편이지만 같은 여자로서 시어머니마저 어떻게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요새 시대에는 애 낳다 죽는다는 일이 거의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가끔 뉴스에 나오는 것 보면 아예 없는 일은 아니다. 그만큼 산모는 아이를 위해 목숨 걸고 출산을 하는 것인데 주사가, 수술이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는 생각만으로 아직도 자연분만만을 강조하는 이상한 집들이 있다는 것이 정말 충격적이기도 하였다.
나는 출산을 경험하면서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이 과정을 겪었다는 사실에 존경심이 들었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두 번, 세 번 겪은 엄마들은 물론 오육남매는 거뜬히 도 키워낸 우리 할머니세대까지 진짜 대단하시다는 생각과 둘째 얘기는 당분간 꺼내지도 말라는 말을 했을 만큼 출산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를 키워낸다는 건 정말 첫출발부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힘들게 낳은 내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사람답게 살도록 키워내는 일은 정말 한평생을 받칠 만큼 위대한 일이라는 걸 경험하며 깨닫는 중이다.
아이를 키우며 나도 같이 성장한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목숨 걸고 아이를 낳은 우리 산모들 너무 고생했다고 박수 쳐주고 싶다.
그리고 나와 같이 아직 아이를 키워내고 있는 모든 부모들도 잘하고 있다고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