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알레르기
6월 삼부자의 여수 여행 후 둘째에게 옮은 감기로 지금까지 약을 먹고 있습니다. 전보다 많이 상태가 좋아졌지만 콧물, 코막힘, 두통으로 계속해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지난주 화요일에 진료를 마치고 1주일치 항생제가 포함된 감기약을 처방받았습니다. 월요일 근무를 마치고 퇴근해서 병원 진료 후에 아내와 한가롭게 브런치를 먹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24시간 근무 후에는 1~2시간이라도 자려고 합니다. 안 그러면 엄청 예민해져서 별 일 아닌 것에도 쉽게 짜증을 내는 사람으로 변신하게 됩니다). 자기 전에 잊지 않고 병원에서 처방받은 감기약을 먹었습니다. 문제는 자고 일어난 뒤에 시작됐습니다.
아파트 20층에 살고 있어서 몇 년간 모기에 물릴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상하게도 2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는데 왼쪽 손바닥 부분이 가려웠습니다. 손으로 살살 긁었습니다. 긁다 보니 손이 빨갛게 붓고 뜨거워졌습니다. 그냥 가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10분쯤 지나니 저도 모르게 왼손에 이어 오른쪽 손바닥을 긁고 있더군요. 양쪽 손바닥이 모두 빨개지면서 열감이 느껴졌습니다. 모기한테 여러 번 물린 것처럼 가려움도 만만치 않았습니다(예전에 겪었던 피부묘기증의 가려움과 비슷했습니다).
“어, 왜 이러지?”라는 혼잣말을 하며 벌레에 물렸나 하고 팔, 다리를 훑어봤습니다. 양쪽 발목에 벌레 물린 것처럼 5mm 정도의 부어오른 부위가 두어 군데 보였습니다. 오른쪽 팔꿈치 안쪽 부위에는 좁쌀 같은 두드러기가 10여 개 이상 생겨났습니다. 이게 자고 일어난 지 20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벌레에 물린 건가 생각하다가 점점 빨갛게 부어오른 부위가 하나 둘 늘어나자 감기약 때문에 생긴 알레르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예전에도 먹었던 약인데 그동안 아무 일 없다가 갑자기 부작용이 생긴 게 의아했습니다(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당분간 이 항생제는 저와는 맞지 않는 걸로). 일단 약 때문에 생긴 알레르기가 아닐 수도 있으니 30분쯤 지켜본 뒤 진료받은 병원에 문의를 하던, 내일 병원에 다시 가든지 하자 생각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둘째가 수영장에 갈 시간이 다 되어 둘째를 수영장에 태워다 주고 둘째 수영이 끝나길 기다리는 동안 차분하게 산책이나 해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그때가 저녁 6시, 병원 진료가 마무리되기까지는 30분이 남은 애매한 시간이었습니다. 곧 괜찮아질 거라는 제 마음과는 달리 점점 더 가렵고 빨갛게 변한 부위가 늘어나서 더 이상 기다리지 말고 병원에 물어보자 결정했습니다.
나 : 아침에 진료받은 00입니다. 약 먹은 이후 손, 발 등 여러 부위가 가렵고 빨갛게 부었어요
간호사 : 잠시만요, 원장님 바꿔드릴게요
의사 : 아, 00님이시죠? 4월에도 먹었던 약이 똑같이 나갔는데 지금 많이 가려우신가요?
나 : 네, 약 먹고 갑자기 그러네요, 전에는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의사 : 몸 상태가 안 좋으면 간혹 그럴 수 있어요, 일단 오늘 처방받은 약은 먹지 마시고요, 알레르기 약 처방해 놓을 테니 그거 3일간 드시고 하루 쉬었다가 항생제 있는 감기약 드시면 됩니다, 혹시 지금 시간이 되시면 바로 병원으로 오세요
나 : 네, 지금 갈게요
(진료받은 병원은 제가 사는 동네에서 평판이 매우 좋은 곳입니다. 환자에게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는 걸로 유명합니다. 또 될 수 있으면 항생제를 최대한 적게 처방하는 곳입니다. 오남용 없이 적재적소에 필요한 약을 잘 쓰시는 의사 선생님입니다. 혹시라도 의사 선생님의 자질 문제라는 말이 나올까 봐 예방차원에서 부연설명합니다)
약 먹고 알레르기를 겪은 적이 태어난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30초, 1분이 지날수록 가려움은 심해졌고 빨갛게 부어오른 정도도 심해졌습니다.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에게 다시 설명을 듣고 알레르기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상황이 급하니 약사 선생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처방받은 약을 받자마자 약국에서 바로 먹었습니다. “약효가 퍼지는 3~40분만 참으면 된다, 긁지 말고 조금만 버티자” 혼자 생각하며 천천히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역시 알레르기 약의 효과는 좋았습니다. 약효가 퍼질 시간이 지나니 붓기, 열감, 가려움 모두 가라앉았습니다. 괜히 몇 시간 더 참았다가는 밤새 내내 3종 세트에 시달릴 뻔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처방대로 3일 동안 알레르기 약을 먹고 어떤 약도 먹지 않은 채 이틀을 쉬었습니다(선생님은 하루만 쉬라고 하셨지만 혹시 몰라 하루를 더 쉬었습니다). 다시 예전에 처방받은 항생제를 먹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오전 8시에 회사에 도착해서 예전 감기약을 먹고 1시간쯤 지났습니다. 어라, 저도 모르게 또 손바닥을 긁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전과 비슷한 가려움이 느껴졌습니다. 다행히 가려움 정도는 전보다 덜했습니다. 아무래도 전에 문제가 있던 항생제 알레르기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나 봅니다. 약 복용을 멈추고 근무가 끝난 내일 다시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약을 검색해 봤더니 성분명이 아목시실린으로 페니실린계 항생제였네요, 아마도 내일 병원에선 이전 항생제 대신 세파계 항생제로 바꿔서 처방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 약을 먹고 가렵고 빨개진다면 참지 마시고 바로 병원으로 가시길 바랍니다. 참을 게 따로 있지, 이건 참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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