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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칠마루 Aug 31. 2022

방문 판매하는 두 사람의 차이점

소방서에서의 보험영업

소방서(이하 우리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생각보다 자주 관공서에 들러 방문 판매하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다. 주로 세 가지의 유형으로 나뉜다. 녹용이나 홍삼 등 무작정 제품을 들고 팔러 오시는 분, 농협이나 수협 등 금융기관에서 온다고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지역특산품을 파는 분, 00 장애인연합 등 기타 사회복지단체의 후원을 통해 정식으로 관공서에 공문 요청 후 당당하게 보험영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 1달에 1번꼴로 이런 분들의 방문이 이뤄지고 출동과 행정업무를 번갈아가며 해야 하는 우리는 판매하시는 분들이 올 때마다 다들 일손을 멈추고 한 곳에 모여 20분 정도 걸리는 시간 동안 잠자코 얘기를 들어준다. 그래서 그분들의 얘기를 듣고 흥미가 생기는 분들은 그 자리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보험을 들 때도 있다. 우리도 사람이니까 자신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자연스레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가 있다. 하지만 방문 판매하시는 분들 중 올해 7월 말에 온 분과 오늘(8월 31일) 오신 분이 너무도 달랐다. 그래서 그 두 분을 비교하는 내용을 쓸까 한다.     


7월 말에 K00 생명에서 방문한 분은 보는 사람을 은근히 기분 나쁘게 하는 재주를 지니고 있었다. 회사에 근무하는 우리가 주인이고 그분은 손님인데 마치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들게 행동을 했었다. 마치 본인 사무실에 일하러 온 것처럼 너무나 편해 보이는 행동을 했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1시간 30분 정도 오랜 시간 동안 매우 편하게 머무르다 갔다. 정말 내가 공무원만 아니라면 면전에다 쌍욕을 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 사람의 행동 밑바탕에는 이렇게 좋은 소식을 내가 알려주는데 너희가 당연히 들어야지 하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약 30분에 걸쳐 본인이 파는 제품을 설명하는 동안 6명의 근무인원 중 나만 빼고 모두 출동을 나가자 적당히 마무리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게 웬걸 그건 내 생각일 뿐, 그 사람은 태연하게 본인 업무를 하며 출동 나간 인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혼자 중얼거리는 말이 가관이었다. “아씨, 두 번 설명해야 하잖아.” 누가 본인 보고 설명하라고 요청했나? 아무도 그런 사람 없었는데, 어떤 입장으로 우리에게 설명하는지 그 말을 듣자마자 명확하게 이해가 되었다. 기어이 출동 나간 사람들이 복귀하길 기다려 10분 정도 설명을 이어가고 또 일하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1:1로 제품 홍보를 계속해댔다. 그런 어이없는 모습을 보게되자 매몰차게 보험 가입할 생각 없으니 우리 귀찮게 하지 말고 나가라는 말을 직접 쏟아내고 싶었지만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얼굴에 딱 철판을 깔고 본인 하고 싶은 대로 할 말 다하고 사무실에서 긴 시간 머무르며 가는데 꼴 보기 싫었다.      


더구나 본인이 연세대를 나와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경제학 석사라는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유학 다녀와서 보험영업을 한다고? 물론 있기야 하겠지만 극소수일 텐데, 말하는 걸 보니 딱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업을 하려면 고객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일단 기본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막내가 그 사람에게 보험을 들었지만 내가 구구절절 그런 사람에게 보험 드는 게 아니라고 설득해 바로 다음 날 취소시켰다. 뭘 하든지 일단 듣는 사람이 기분 좋아야 하는 거다. 그런데 사무실에 있던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역시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다들 그 사람이 나가자마자 한 마디씩 하는데 역시 좋고 나쁜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아차리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8월 31일이 오늘 00 지역 장애인연합회에서 00도 소방재난본부에 정식으로 문서 접수를 해서 당당하게 찾아온 또 한 명의 보험 영업사원이 있었다. D00 생명에서 오신 분이었다. 똑같은 보험 영업이었지만 그분은 일단 직접 20인치 정도 되는 모니터를 들고 오셔서 PPT로 설명을 시작했다. 시간에 따른 주식 투자 수익률과 각종 경제 침체 사건을 들며 설명을 하는데 솔깃했다. 자료도, 그걸 설명하는 사람도 모두 일관성 있게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쉬웠다. 마침 주식과 코인 시장도 나쁜 마당에 매달 10만 원씩 ETF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20분이 지나갔다. 그리고 그분은 우리 사무실서 2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는지 여러 소방서에서 든 사람들의 가입신청서를 보여주었다. 그분은 30분 정도 시간에 2명의 가입자를 유치해서 돌아갔다.      


나도 5년간 힘들다는 제약영업을 해봐서 될 수 있으면 모진 말 하지 않고 최대한 영업사원들의 말을 들어주려고 한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거나 본인이 마치 주인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속에서 울컥하고 뭔가 솟구친다. 이렇게 4가지 없이 영업하면 안 된다고 그들의 선배가 되어 확실하게 교육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마구 샘솟는다. 하지만 난 공무원이니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그냥 참는다.      


대신 그렇게 이상한 분들이 지나가고 나면 소심한 복수를 시작한다. 가입한 분이 있다면 설득해서 취소를 시킨다. 난 음식점에 가서도 가게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접 주인에게 따지지 않고 그냥 그곳을 가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걸로만 끝나지 않고 차후 다른 사람들이 가게 되면 뜯어말리는 사람이다. 나 같은 소비자가 어찌 보면 가장 주의해야 될 유형인데 왜 그런 실수를 하는지 모르겠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방문 판매하시는 분이 있다면 꼭 예의 바르게 행동해 주세요! 저희는 공무원이지만 동시에 보통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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