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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은 Feb 09. 2022

강 선생님의 고충

달리는 아이들.


돌봄교실은 돌봄 1반, 2반, 3반으로 나뉜다. 1반 전일제 선생님이 세 개 반의 전반적인 서류, 물품 구입 등 운영 전반을 담당한다. 난 1반 선생님의 보조로 배정됐다. 곱슬 머리가 풍성하고 웃는 게 푸근했던 그 분을 강 선생님이라고 하자. 


내가 보드게임에서 열렬히 지고, 아이들 세 명이 각자 색칠 놀이를 하며 조용히 집중하고 있는 짧은 시간, 강 선생님도 잠시 일을 멈추고 커피를 끓였다.


“코로나 있기 전에는 이 교실에 스물 둘, 스물 여섯 명씩 있었어요. 아이고, 애들이 꽉꽉 차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선생님은 나 하나인데, 프로그램 진행 하려해도 통제가 안 되고, 간식도 줘야 하지 싸우는 것도 말려야지, 장난 아니었어요. 지금 이건, 애들 있는 것도 아니죠. 근로생들도 너무 힘들어서 얼마 못하더라고요. 제가 이 학교에서 8년을 일했는데 귀가 다 망가졌어요. 애들 소리가 워낙 크다 보니까. 그 속에 계속 있다보니 귀가 버티질 못하더라고요. 조금만 큰 소리가 나도 이젠 머리가 너무 아파요.


제 딸이 스물 일곱인데, 여기 그만두고 몸 챙기라고 몇 번을 말리더라고요. 자기가 취직해서 돈 줄테니까, 그래서 나도 이 학교는 정말 올해까지 한다. 전근 신청해놨어요.”


교실에는 반달 모양의 기다란 좌식 책상이 여섯 개, 매트, 책장이 있다. 큰 교실은 아니다. 기운찬 스물 여섯 명의 여덟, 아홉 살 아이들이 이 작은 교실을 마구 뛰어다닐 생각을 하니 등골이 서늘하다.


“대기자는 줄줄이 있는데, 이미 명단에 있는 아이들은 부모님이 보내질 않으니…지금같은 순간이라도 좀 쉬어야죠.”


강 선생님은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난 주방 뒤에 앉아 선생님이 내게 맡긴 문서 파쇄 일을 했다. 파쇄할 문서가 에이포 박스로 세 상자나 있다. 돌봄 교실은 서류가 끊임 없이 나온다. 학생 명단, 일지, 신청서, 통신문, 공문, 증명서, 영수증, 정산서, 계약서…… 특히나 돌봄 교실 업무 전반을 맡은 전일세 교사인 강 선생님이 작성하는 서류는 배로 많다. 


선생님 한 명이 스물 다섯 명의 아이들을 돌보면서 이 많은 서류 작성을 동시에 할 수 있을까? 나도 세 명의 아이들과 종이 접기, 책 읽기, 간식 시간, 보드게임, 블럭 놀이 등등을 하다보면 다섯 시가 훌쩍 넘는다. 아이들은 쉽게 지루해 해서 여러 가지 활동을 바꿔주면서 해야 한다.


“애들이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주면 고마운데 또 걔네들이 그래줄 리도 없고, 심심하다 그러지, 일은 해야지, 눈 떼면 또 무슨 일이 벌어져 있지. 대여섯 명만 있는 지금이 정말 숨통 트인다니까요.”


강 선생님은 컴퓨터 앞에서 계속 얘기하고, 문서파쇄기는 과열로 멈췄다. 때마침 시간을 보니 간식 시간이다. 난 한참 남은 서류 더미를 옆에 쌓아두고 일어났다. 수빈이와 시훈이가 한참 전에 색칠 놀이를 끝내고 서로 찌르며 장난을 치고 있다. 보아하니 조금만 더 했다간 둘이 마구 뛰어다닐 것 같다.


“이제 그만 하고 간식 먹게 손 씻으러 가자.”


내 말에 시훈이가 기다렸다는 듯 교실을 뛰쳐 나간다. 동현이와 수빈이가 잽싸게 뒤따라 나간다.


“뛰지 말고!”


내가 급하게 실내화를 신는 동안 아이들은 벌써 복도 저편으로 뛰어가고 있다. 세 명, 난 열심히 아이들을 뒤따라간다. 잠시라도 눈을 뗐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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