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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빈이

아이들과 떠난 여행

by 예빈 예준 엄마
2012년 12월 31일 송구영신 예배 전에 아가페 교회에서

2012년 2월 예빈이가 태어났다. 아이가 없던 우리 부부에겐 더없이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예빈이가 우리의 삶에 들어온 그 순간부터 우리가 얼마나 그동안 시간적으로 나태한 삶을 살고 있었는지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온통 나를 위해 사용했던 시간들이 예빈을 위해 사용되어지고 예빈이의 일거수일투족이 우리의 관심사 안에 있었으며 자고 일어나는 것 먹는 것 화장실 가는 모든 것이 우리의 시간과 우리의 관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온통 우리 부부의 삶 속에서 예빈이로만 이루어진 삶을 살게 하였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감사하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음을 다시 한번 고백한다. 많은 지인들이 우리 부부의 첫딸을 축하하기 위해 우리 집에 들러 주었으며 많은 조언과 사랑의 응원을 보내 주었다. 새삼 내가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를 깨닫게 되었고 예빈이가 없던 날을 더 많이 살아온 내가 예빈이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그때는 엄마가 된 것이 너무 좋아서 내가 힘든 줄도 나에게로만 온통 향해져 있던 시간을 예빈이에게 집중되는 것이 원래 그랬던 것처럼 살게 되었다. 다만 아침에 시댁에 예빈이를 맡기고 출근하고 퇴근하며 다시 데리고 오고 할 때 남에 집도 아닌 할머니댁에 내려두고 오는 것이 마음 아프고 다시 집으로 데리고 올 때는 너무 행복해서 집에 와서 아이 씻기고 우유 먹이고 기저귀 갈고 우리 밥 해 먹는 그 일상이 지금은 생각도 잘 나지 않았지만 정말 정말 좋았다 주말만 되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세상 구경을 시켜 주어야 한다며 시카고 다운타운으로 친구네 집으로 교회로 수족관으로 박물관을 데리고 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예빈이는 아무것도 기억 못 하는데 엄마 아빠의 만족을 위해서였다. 예빈이는 초자 부모의 좌충우돌하는 중에도 잘 자라고 있었다. 아프지 않고 때 쓰지 않고 뭐든 혼자 하려고 하는 아이로 왼손을 쓰는 아이로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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