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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레일스앤 Sep 16. 2019

[육아에세이,946일]19년 9월 15일. 정말 맑음.

연휴 마지막 날, 하늘 아빠의 편지

지난 화요일부터 시작된 19년 추석은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이번 추석은 화요일 하루 연차를 내서 그런지 처음에는 마음이 넉넉한 한가위처럼 풍성했는데, 지나고 보니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것이 너무 아쉽구나. 하늘이도 직장생활을 한다면 아빠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구나. 아직 머나먼 일이지만. ㅎㅎ



어제저녁에 늦게 잠들은 하늘이는 오늘 아침 늦게 일어날 거란 아빠의 생각을 무참히 짓밟기라도 하듯이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갑자기 달려와 아빠 배에 올라타서 일어나라고 아빠를 깨우는구나. 원래는 아빠도 오늘 아침을 일찍 일어나서 하늘이와 등산을 가려고 했는데 아빠가 많이 게을러서 계획을 틀어버렸다.



오전에는 아빠가 하늘이와 시간을 보내고 엄마에게는 자유시간을 주기로 했다. 오전 9시 조금 넘어서 집에서 출발해서 바로 파주 쪽으로 드라이브 겸 마장 출렁다리라는 곳을 가보려다가, 추석 연휴 내내 콧물을 달고 사는 하늘이 데리고 바로 갈 수가 없어 동네에 있는 소아과를 갔다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목이 붓기가 있다는 의사의 말에 약을 지어서 파주로 출발했구나.



하늘이는 타자마자 뽀로로파크를 가자고 하더니, 킨텍스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뒷자리에서 잠들은 너의 모습을 볼 수 있었구나. 아빠는 차를 돌려 다시 날 좋은 자유로를 따라 파주 헤이리 마을로 갔단다. 운전하는 동안 정말 아름답고 맑고 청명한 가을 하늘과 구름을 볼 수 있었다. 하늘이에게 고백하는데,  아빠는 맑은 하늘을 보면 정말 기분이 좋아진단다. 헤이리 마을 초입에 주차를 하고 하늘이가 아직 자고 있어 아빠는 의자를 펴고 책을 읽었단다. 데이브드 브룩스의 '소셜 애니멀'이라는 책이다. 기회가 되면 너도 나중에 읽어 보기 바란다.




그렇게 잠시 있다 보니, 곧 하늘이가 잠을 깨더구나, 뭐가 그리 짜증이 났는지 계속 울고 보채는 바람에 헤이리 마을 구경은 못하고 다시 집으로 향했단다. 집에 와서 짜파게티를 양껏 먹고, 잠시 오후 낮잠을 자는가 하더니, 이내 나에게로 와서 밖에 나가서 감자튀김에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하더구나. 아빠에게는 요즘 휴일이 휴일이 아닌 거 같다. 아빠가 온전히 휴일을 즐긴다는 것은 아마도 하늘이가 좀 더 커야 가능할 것 같고, 지금은 거의 아빠는 휴일에도 아빠의 자유 시간은 없구나.



휴일 마지막은 엄마에게 좀 더 자유시간을 주고, 집안 정리며 밀린 빨래들을 하고 집안 청소까지 밤 10시가 넘어서야 끝내고 하늘이를 재우러 엄마는 안방으로 들어갔단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내일부터는 다시 회사로 출근하는 일상으로 돌아간다다.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이번 추석은 아빠에게는 하늘이와 좀 더 가깝게 다가가고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알아가는 시간이 된 것 같아 기분 좋은 추석 연휴였다.



아빠도 오늘은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해야겠구나. 내일 아침에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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