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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칙칙폭폭 Nov 07. 2021

갑자기 알바를 하게 되었다.

수료생의 잔잔한 일상에 돌이 던져졌다.

나는 수업을  듣고 졸업까지 논문만 남긴 대학원 수료생이다. 이래저래 논문 쓰기에 어려움을 겪어 오랜 시간 수료생의 신분으로 있었다.


모든 게 자율에 맡겨진 신분은, 코로나로 인해 더 타격을 많이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불필요한 활동’이 자제되었던 코로나 시기에 모든 것이 자율에 맡겨졌던 나의 생활은 더욱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작은 아르바이트이지만, 일을 하게 되었다. 집에서 혼자 고요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일을 하게 되니 모든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사회생활에 동떨어져있다가 갑자기 마주하는 사람들(물론 악의적인 사람은 없고 잘 대해주지만) mbti 내향형인 나에겐 그 모든 것들이 힘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나는 야외활동이 많은 활동파 내향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방점은 여전히 내향형에 찍혀있나 보다. 친한 친구를 만나면 토크 몬스터처럼 이야기를 쏟아내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해야 할 스몰토크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떠오르질 않았다.


내가 토크 몬스터가 되는 이야기는 주로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털어놓는데, 친한 거리감의 사람들에게나 할 법한 이야기이지, 일터에서 알게 되는 사람들에게 할 이야기는 아니다. 새로 만나는 사람이 잘 없어서 인지 이런 정도의 거리감의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며, 어떻게 다가가는지 모두 잊어버린 느낌이었다.


일상 이야기라고 한다고 해도, 막 시작한 일에 일하는 날은 녹초이고, 다른 시간은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의 덕질밖에 안 하니… 스몰토크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오징어 게임이나 텔레비전을 본다거나, 뉴스를 듣는다거나…


일 하는 게 힘은 들지만 짜증 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이다. 혼자서 고립된 것 같은 생활을 마치고 내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무언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매우 기쁘다. 내 생활의 활력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생필품이 떨어졌지만 그걸 사러 나가기도 힘든 주말 아침을 맞으며, 이런 게 직장인들의 주말인 걸까 싶은 대리 경험(?)도 신기하다.


이번 일주일 동안 지갑 분실 소동, 젓가락 짝짝이 소동 등 여러 가지 정신 놓고 살아서 발생한 사건들이 많았기에… 얼른 이 일과 일상이 익숙해져서 부재중인 내 정신이 돌아왔으면 좋겠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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