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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칙칙폭폭 Nov 25. 2022

‘최선의 나’와 ‘최악의 나’

<리빙 위드 유어셀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엣 원스>

넷플릭스 시리즈 <리빙 위드 유어셀프>와 요즘 인기 있는 멀티버스를 다룬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엣 원스>를 비슷한 시기에 보았다.

일도 가정도 엉망진창인 주인공이 스파를 방문하자 개과천선 다른 사람이 된다? 그런 스파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리빙 위드 유어 셀프>를 보았다.

주인공은 엔트맨이다.

‘최선의 나’는 어떨까. 지금의 나는 왜 최선의 나가 되지 못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모든 사람이 슈퍼맨처럼, 주어진 일을 훌륭히 수행해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나이스 하다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엣 원스>도 내가 지금 이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때 치러야 하는 기회비용을 만약이라는 가정으로 모두 살린다. 그리고 다른 선택의 길들로 갈라진 나의 다양한 캐릭터들의 능력치를 마음대로 끌어 쓴다. 선택을 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모든 것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제갈길을 가고 있고 그 선택을 했을 때 우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결과를 알 수 있다.


거기다 B급 감성이 담겨있지만, 예측 불가능한 날 것의 연출과 우리 삶의 클리셰와 철학적 문제는 충분히 화제의 영화가 될 법하다.


두 영상물 모두 mbti N들이 환장하는 상상력의 장 그 자체이다. ‘최선’의 나를 찾는 것, 지금 선택이 아닌 다른 선택을 찾는 것은  현실의 나에 대해 후회하고 실망하려고 하는 시동을 거는 행위 아닌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이라고 행복 회로를 돌리는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


 <리빙 위드 유어셀프> 엔 ‘최선의 나‘를 만들어주는 스파가 있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엣 원스>에서는 멀티버스를 처음 경험하는 양자경에게 지금의 네가 어떤 멀티버스에 있는 너보다 ‘최악의 나’이기에 어떤 멀티버스의 캐릭터를 선택하더라도 지금보다 상황이 좋아질 거라고 장담한다. 거기에 여차하면 ‘네가 아니었던 것 같아(?)’라는 식의 사고로 모든 걸 수행할 수 있는 다른 유니버스의 너를 찾아가서 부탁한다는 은근한 오기를 자극한다.


무한도전에서 무모한 도전을 실패하고 난 뒤, ‘이

사람은~ 에이스가~~~ 아니었습니다~~~‘라고 하는 듯한 묘한 안도감, 목숨이 여러 개이기에 다른 멀티버스의 내가 해결해줄 거라는 낙관도 바탕에 깔려있다.

어쩌면 두 영상들 속의 이런 상상은 모두 인생은 한 번이기에, 잘 해내고 싶고, 실패하지 않고, 되도록이면 완벽하게 잘 살아내고 싶기에 하는 것이다. 우리 삶에 지나친 부담이 부여되지 않도록.


‘최선의 나’를 만들어 줄 스파도 없고, ‘최악의 나’가 아닌 다른 나를 찾아 멀티버스를 오갈 수 있는 능력도 없는 우린, 흥미로운 영상들을 보며 잠시나마 우리를 짓누르는 부담을 내려놓고 결과가 어찌 되건 시궁창 같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극복하기 위한 힘을 비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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