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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다스리기

by Nara Days

"나는 자기가 좀 영악했으면 좋겠어"


애인은 답답해하며 이야기를 했다. 비슷한 지향점 위에 상호보완되는 다른 성격을 가진 우리 관계에서 내가 그의 눈엔 착한 척에 뜬구름 잡는 것 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나는 그런 그에게 "난 그런 거 싫어. 순진하거나 어리숙해보이겠지만 내가 믿는게 옳다고 생각해."라고 자신스레 답을 했었다.


그런 내게 최근에는 정말 내가 믿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들게 만드는 몇가지 사건이 연거푸 있었는데, 내가 이렇게 화가 많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부정적인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내뿜었다. 차라리 내가 좀 더 영악했으면 지금 화가 나지 않았을까를 탓하며 말들 위에 계속 걸려 넘어졌다. 내가 믿는게 틀렸나 싶은 생각을 계속 하며.


나를 향한 많은 것들, 혹은 내게 일어나는 것들을 잘 무시하는 내가, 그동안 요가와 명상으로 다져진 것들이 매우 무색할 정도로 그동안 쌓여진 말들에 연거푸 넘어지며 고슴도치처럼 엄청난 방어기제를 만들게 되었다.


분명 그 중 일부는 나의 성장을 위한 피드백이었지만 소수의 사람들이 함께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말들을 지속적으로 접하며 - 칭찬인 것 처럼 포장했지만 결국은 지레짐작과 돌면서 더욱 더 기형적인 모습으로 커진 말들 위의 화살들이 나를 동시에 겨냥했다. 내가 잘 하는 것과 장점들은 '너무' 라는 부사가 붙어 결국 그 역시도 흠이 되었다.


평소에는 그냥 넘겼던 말들이 축적이 되어 나는 폭발을 했고, 그 말을 쌓아올린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 모든 상황에 분노를 하고 엉뚱한 사람들에게 괜시리 안 좋은 에너지를 표출했다.


매일 마음을 다잡아도 결국 도돌이표마냥 다잡아지지 않는 마음을 보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스스로가 부정적인 에너지를 내고 있다는 것" 이었다. 우르르 무너지기 시작하니 정말 겉잡을 수 없이 별 것 아닌 말들에 걸려 넘어지기 일수였는데, 그런 나 때문에 괜히 그 화를 감당해야했던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요즘은 연일 왜 내가 이렇게 화가 났나를 곰곰이 생각 해 보았는데, 방어기제가 커져 아주 눈덩이마냥 부풀어진 나의 '에고'가 정말 비대해져 스스로까지 짓누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사람은 저렇고 - 저 사람은 저렇다" 라는 생각은 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만들어낸 '상' (相) 일 뿐 그 무엇도 아닌데 왜 나는 거기에 맞서 이렇게 힘들어할까 생각을 했다. 어쩜 나는 최근 며칠간 나의 에고에 과몰입하여 불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는게 아닐까. 나를 미워하고 오해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결국 그들의 몫인데, 나는 불필요하게 그걸 끝내 받아들여 스스로를 괴롭히는게 아닐까 싶었다.


나의 과도하게 커져버린 에고가 부디 조금씩 다시 제자리를 찾길 바라며,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에게도 나는 손을 먼저 내밀고 더 품을 수 있는 그릇의 사람이 되길 바란다, 나 스스로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나의 애인과, 그리고 나의 가족의 평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걸.


오늘은 어젯 밤 보다 더 많은 것들을 용서할 수 있길 바란다. 내가 6월을 지내며 마주해야 했던 것은 그 어떤 외부적인 것이 아닌 나의 '에고' 였음을 직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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