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더욱 더 옭아매는 단어 '자존감'
어른이 된 우리가 그 언젠가는 한 번쯤 마주 해 보았을 단어 '자존감'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쉬이 벗어날 수 없는 단어 '자존감'
자존감은 영어로 Self-esteem, 자신감인 confidence 그리고 자기효능감인 Self-efficacy와 또 다른 단어이다.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자존감은 "자신의 능력과 가치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태도" 라고 한다. 현대사회을 살아내는 어른에게 꼭 필요한 것이면서, 한국 사회에서는 "자존감"이라는 표현이 단순히 긍정적으로만 사용되지는 않는 것 같다.
나만해도 "나라씨는 정말 자존감이 높나봐. 스스로가 되게 예쁘다고 생각하나봐- 셀카를 자주 올리네. 진짜 그래?"
"저는 나라님이 자존감이 높고 평온해서 부러워요. 저 예전 회사에서도 제가 보기엔 하나도 안 예쁜데 자존감 높은 사람이 있었어서 신기하고 부러웠거든요" 라는 식으로 나의 '자존감'을 무기삼아 후려치려고 하는 어택을 하는 시도를 느낀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자존감,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자존감이 높다 말을 할까. 어떤 상황에서는 "어쩌라고" 태도가 자존감이 높은 것 처럼 보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또렷하게 표현하는 것이 자존감이 높은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뭐 먹을래?" 라고 했을 때 "아무거나"가 아닌 "글쎄, 난 오늘 날씨가 우중충하니 밀가루가 들어간 칼칼한 음식이 떙겨. 칼국수 어떨까?" 라고 본인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짚어낼 있는 능력이 일종의 '높은 자존감'의 지표처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모리스 로젠버그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자아존중감은 평가적 요소 (개인이 판단하는 스스로에 대해 의식적으로 유지하는 평가) 그리고 감정적 요소 (높은 자아 존중감은 자신의 약점을 좋아하면서도 본인을 인정하는 태도로 구성이 되어있다고 한다. 슬프게도 '자존감이 높다고' 사회생활을 잘 하는 것도 아니며, 어느 정도 중간을 가야 원활히 생활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 것에는 메타인지 (자기객관화), 회복 속도 등이 포함 되어있는 것 같다.
타인의 말에 순간 자존감이 흔들- 할 지언정 스스로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로 원점으로 '회복이 되고' 또한 그 순간 기분과 상관 없이 객관적으로 스스로에 대해 의식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이 나의 자존감을 좌지우지 한다는 것이다.
자존감은 우습게도 (그리고 슬프게도) 나의 성장배경, 자기효능감, 그리고 기질과도 많이 연관이 있어 내가 어떤 가족에서 자랐는지, 어떤 사회에서 사람들과 소통을 해왔는지가 많이 역할을 미치기도 한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나의 외모, 혹은 "내가 사회적인 시각에서 특출나게 예쁘지 않아도 스스로를 귀히 여기는 태도"에 대해 안 좋게 이야기 해도 별 상관 없었던 나의 반응은 나의 성장배경에서 많이 기인된 것 같긴 하다. 나의 사회에서 내가 마주한 '첫 남성'이었던 아빠는, 단 한번도, 정말 살면서 단 한번도 나의 외모에 대해서 왈가왈부 한 적이 없었고 늘 나의 가치, 능력, 존엄성 등에 대해서 강조를 하셨으니. (하지만 엄마는 좀만 살이 쪄도 '아줌마 같다' '퍼졌다' 등의 말씀을 하시는데, 그 말을 들어도 내 사이즈는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다. 그리고 난 엄마가 솔직해서 좋아...)
가끔은 나의 자존감이 '과하게 높아지지 않을까' 의식적으로 검열을 한다. 부끄럽지만 아주 가끔은 분명 그런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자존감으로 포장한 자의식이 강해지면 '내가 똑똑해서' 혹은 '내가 우월해서' -를 기본 포지셔닝으로 하고 '그래서 나는 타격을 받지 않아'를 붙인다. 하지만, 사실 그 자존감 혹은 자의식 과잉 속에는 자기합리화와 방어기제가 깔려있다. 정말 제대로 자존감이 적정량으로 탑재 되어있다면, 굳이 우월의식이나 부자연스러움을 추가적으로 지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어쩜 적정한 자존감은 그냥 앞에 있는 것을 판단하지 않고 '수용하되' 나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 타인의 평가에 굳이 타격 받고 말고를 고민할게 없는 것이다.
경쟁과 비교를 극도로 싫어해 초등학교 때부터 달리기에서는 일부러 걷고,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과목에서는 애쓰지 않고 내가 잘 하는 그림을 시험지 위에 그려서 냈던 (그래서 수학과 물리는 늘 0점이었다)나인지라 어쩌면 이런 해석인 너무 '극단적'일 수 있다만 - 어쩜 이 세상을 잘 살고 제대로 된 자존감을 지니려면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는 기준과 가치가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어차피 나와 같은 이름의, 나와 같은 생김새의 사람은 나 뿐인데, 실수도 하고 미움 좀 받으면 어떤가. 어차피 순간순간 '모자랄지언정' 우리 엄마아빠에게 나는 자랑스러운 딸인데, 좀 모자라면 어떤가. 솔직히 나는 지금 6kg가 찐 나에 대해서 순간순간 불평하면서도 가끔은 내 뱃살이 너무 귀엽고, 나 자신이 좋고, 부족하고 실수를 하는 나 자신이 성장할 구석이 있다는게 너무 짜릿한 걸.
자존감에 정답은 없다. 자존감이라는 단어 자체가 현대사회에 우리를 더 옭아매는 것일 수 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옳은 자존감은 - 그냥 스스로를 수용하면 된다. 분명 거기서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을 할 수도, 자기계발을 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나 자신을 포용하고 수용하는 것에서 이 모든 것은 출발을 하는 것이다. 또한 수용을 하고 "난 이것 밖에 안돼"가 아닌 "나는 현재 이렇구나. 내가 더 원하는 바를 성취해야지. 노력하는 내 모습이 기특하다" 식의 애티튜드가 필요한 것 같단 생각을 한다.
결론은 나에게 높은 자존감의 비법에 대해서 물어도 뭐 없어요. 내 자존감도 주식 그래프마냥 변동을 거듭할 때도 있는 걸. 그냥 애인을 사랑 해 주듯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포용하고 사랑해주고, 그 이전에 수용하면 된답니다. 그리고 '내가 아는 나' 혹은 '내가 믿는 나'를 사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