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바뀌는 시야와 주제
며칠 전에는 몇 년전 함께 일하던 팀의 팀원들, 지금은 내가 매우 아끼는 동생들과 저녁을 먹었다. 내 입장에서는 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한 K의 집들이었는데, 금요일 밤 오랜만에 10여년 전 출퇴근을 할 때 타던 9300번을 타니 감회가 새로웠다.
K와 M은 내가 처음 팀장을 맡았을 때인 2016년, 내 모습을 지켜봐준 친구들인데, 나는 그 때를 지금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기억투성이다. 당시 나에게 그러한 직급을 주셨던 상사분께서는 나의 포텐셜 및 여러 이유를 보고 주셨겠지만, 나는 당시 아직 그만큼 시야는 크지 못한 전형적인 '실무를 잘 하는데 자신이 있었던', 근시안적인 팀장이었기에 이제와서 보면 조급했던 부분들이 많았다.
여하간 그러한 나를 잘 받아들이고, 옆에서 일적으로도 잘 서포트 해주는 동시 무엇보다 내 삶에 중요한 인연으로 자리잡은 친구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지금은 그 둘 역시 완연한 30대에 진입하여 각자의 자리에서 너무나도 멋지게 살고 있어 볼 때마다 뿌듯한 마음이다.
K의 경우 기질적으로 사업가 기질이 큰 친구인데, 지금은 너무나도 만연하게 당연시 여겨지는 여러 수입원을 만드는 것들을 5-6년 전부터 했었다. 당시 내가 그녀의 팀장을 맡았을 때는 그러한 부분에 있어 나는 그녀에게 면담을 하며 그녀가 내가 주니어 때만큼 회사 생활에 몰입을 하고 애착을 가지지 않는 것 같은 마음 및 그녀가 하는 다른 사업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했었고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 역시 있다. K도 그 때를 돌이키며 본인 역시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피력하고 전달하는데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고 하지만, 나 역시도 그게 '왜 불편한지' 생각을 하고, 전달을 하는데 있어 미숙했고 사실 지금의 나라면 그 때처럼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여하간 혜안과 그리고 실행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현재 총 두가지의 수입원을 만들고 다음주에는 남편과 새로운 가게를 오픈하며, 온라인 사업 역시 구상을 하고 있었다. 함께 일을 할 때도 그녀의 빠르고 높은 이해력, 스스로의 업무에 대한 철두철미함 등이 좋았는데 (미숙한 팀장에게 큰 도움이 되었는데), 그렇게 본인의 커리어를 꾸려나가는게 참 멋있다.
M의 경우 본인은 모르겠지만 내가 나의 '미니 분신'처럼 여기는 지인이다. 아마 외형적으로 조금 닮은 부분도 그에 영향을 끼치는 것 같은데, 그녀의 긍지, 긍정적인 자세, 그리고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하는 태도 등은 내가 매우 높이 사는 부분이다. 그러한 부분들을 내가 보고 배울 점이 많아 나의 '미니' 분신이라고 하기에는 그녀는 나보다 크고 넓은 사람이다. 무언가 내가 어깨너머 느끼는 그녀의 부모님의 모습도 우리 부모님이랑 비슷하신 것 같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여동생이 있어 K-장녀의 무게 역시 은연 중 지고 있는 동질감도 있다. 무언가 스스로를 성장 시키는 동력이나, 일을 할 때의 책임감 등 역시 뛰어나 일을 할 때도 쿵짝이 잘 맞았던 부분이 있다. 그런데 그녀와 합을 맞추는 누구라도 쿵짝이 잘 맞는다고 생각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한다.
여하간에 우리는 살림 역시 야무지게 잘 하는 K가 차려낸 파스타, 양갈비, 후무스 등을 먹으며 그간 밀렸던 근황을 서로 업데이트 했다. 그러한 와중 재미있는 점은, 내가 그 날 갓 나온 청첩장을 접지도 못한 채 가져가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레 대화의 토픽이 '기혼자'의 토픽들로 흘러갔다는 것이다. 아직 미혼인 M에게는 미안했고, 무언가 아기 엄마들 사이에서 나 혼자 뻘쭘하게 앉아있는 느낌과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노파심도 있다. 나보다는 결혼 선배인 K에게 나는 두 사람이 생활패턴을 맞춰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나의 애인 (예비 신랑)과 결혼 전 동거를 시작하며 느끼는 차이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가는 대화들을 이야기하며 나는 조언을 구했다.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나니 본의아니게 애인에 대한 뒷담화나 불만을 토로한 것처럼 되어버렸지만, 그와 맞춰가는 과정의 배움 하나하나가 그 순간 불만이 오고갈 지언정 사실은 정말 감사하고 (아직은 내 눈에) 그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기 때문에 뒷담화는 아니라 자신한다.
우리는 그러한 차이들을 이야기 하며 요즘 어떤 자리에서든 술안주마냥 나오는 MBTI 이야기도 꺼내고, 셋이 장녀라는 공통점 속에 생긴 무의식 속 K-장녀의 생각패턴 혹은 습관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셋 다 스스로의 가족, 사랑하는 주변 바운더리를 잘 지키며 일적인 욕심 역시 있는 사람들이기에 리더십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약 세시간의 대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나도 모르게 '기혼자'의 시점으로 옮겨진 나의 시야가 놀라웠다. 사실 아기 사진을 많이 올리는 지인들 중 사이가 멀어진 사람들은 잠시동안 인스타그램에서 안 보이게 하는 부분도 있는데, 나 역시 아이를 낳게 된다면 자연스레 나의 시각이 또 '육아'로 나도 모르게 흘러 의식하지 못하고 아이 사진으로 도배를 하겠구나 싶었다.
'결혼을 해야지!' 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레 내 삶에 결혼이라는 것이 왔고, 나는 그러한 변화 속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자연스레 나의 시야를 포함한 많은 면모들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애인도 그럴까 궁금하다.
여하간에 친구들과 자주 만나는 타입은 아닌지라 일년에 두세번 캐치업을 해도 잘 하는 편이다만, 이렇게 간간히 안부를 주고받고 서로 응원을 하며 사랑과 지지를 보낼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소중하다. K가 직접 싸준 후무스, 회색 목도리, 내 결혼식 때 사용할 스티커 등을 바리바리 싸줘 두 손 가득 무겁게 집으로 돌아오며 불현듯, 그리고 새삼스레 감사함이 내 마음 속에 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