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매일

감사히 여기기, 귀하게 여기기, 당연하지 않게 여기기

by Nara Days

최근에 한 어떤 상담 플랫폼에서 만든 심심풀이용 간단한 심리 테스트에서 "내가 바라는 나와 실제의 내가 얼마나 일치하는지"에 대해 테스트를 했는데 재미있게도 나는 100%가 나왔다. 실제 나는 현재의 나나, 아주 느릿한 속도이지만 내가 가고 있는 방향, 나를 둘러싼 것들, 나의 매일 등에 대해 많이 만족을 하는 편이다. 과거에는 내가 바라는 나와 실제의 나 사이에 간극이 더 넓었던 때도 있었고 그 때의 나는 조금 더 생각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실제 가진 것 등이 차이가 많을까? 아니, 나는 그 때보다 외형적으로는 살이 쪄 통통하고, 뭐 월급은 그 때보다 아주 조금 많을 수도 있다만 그만큼 돈이 나가는 곳이 더 많기도 하다. 나는 여전히 장롱면허이고, 사놓고 읽지 못한 책들도 많다. 그런데 이 간극은 어떻게 줄어든 것일까?


아침 잠이 많아 비몽사몽 누워있는 내게 와서 "아이구 내 사랑"이라며 할머니가 손주 머리를 쓰다듬듯이 조심스레 내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볼에다가 뽀뽀를 두어번 쪽-하고 가는 애인, 딸이 시집을 가게 되어 매일 감수성이 폭발하고 아쉬워하며 눈물도 쏟고 어느날은 웃음도 넘치는 귀여운 우리 엄마, 매일 사회초년생의 고충으로 전화하여 나에게 상담을 하는 나의 동생, 혹여나 딸이 사위에게 잔소리를 너무 많이하여 둘이 싸우지 않을까 걱정하는 아빠- 내 주변에 있는 나의 사소함을 소중히 여겨주고, 안위를 늘 궁금해하고 보살펴주는 사람들이 유독 더 예뻐보이는 요즘이다.


"나라님에게 그동안 받은 것이 얼마인데요"라며 와인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집에 갑작스레 깜짝 결혼 선물로 비스포크 와인냉장고를 보내주는데다 내 출근 첫날 응원용 커피 기프티콘을 보내주는 전직장동료 (애인이 그에게 전화해 우스갯소리로 와인냉장고를 더 큰걸로 보내라고 해서 애인의 등짝을 한참 스매싱 했는데 정작 선물을 보내준 이는 내게 더 좋은 것을 못해줘 미안하다고 해서 눈물이 났다), 정말 신기한 타이밍에 귀한 인연을 통해 맺어진 내가 중요시 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일터, 내가 결혼한단 소식을 듣고 몇 년동안이나 연락이 끊겼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연락을 해 "꼭 청첩장 줘야해, 너가 나 결혼할 때 지방까지 와줘서 얼마나 고마웠는데-"라고 말하며 내가 잊었던 과거의 인연들을 상기 시켜주고 진심으로 온맘다해 축복해주는 옛 친구들 역시 최근에 유독 고맙기도 했다.


매일 아침 힘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끔 해주는 두 발, 일어나자마자 20분동안 아티스트 페이지를 쓰고 느낀 점을 공유하는 아티스트웨이 워크샵, 내가 지금 마시고 있는 차가운 카스 캔맥주, 그 맥주 덕에 느끼는 적당한 알딸딸함까지.


그냥 사소한 많은 것들이 감사하고 귀하며 당연하지 않게 여겨진다. 아마 위에 말한 간극은 '고마워 하는 마음', '귀하게 여기는 마음' 그리고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마음'들 덕에 줄어든 것 같다.


여담이지만 공교롭게도 청첩장에 쓰인 문구는 "서로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평생 함께할 것을 약속했습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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