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8.18
01:00 AM
이번 생리는 짧았다. 한국에 내리고 생리가 끝났다. 생리를 마감한 첫 번 째 주는 유독 성욕이 강하다. 그래서 더욱 너의 수염이 그립다. 한국에서 늘 고양이를 쓰다듬던 습관 때문일까, 처음으로 만난 '수염 남자'의 턱수염을 쓰다듬은 것은 여러모로 심리적 안정을 줬다. 너의 턱수염은 생각보다 부드러웠고 (턱수염용 샴푸도 따로 쓴대!) 만지기에 좋았다. 내 기준으로 약간 길어서 거슬렸던 턱수염을 너는 비디오 인터뷰가 있던 날 비교적 짧게 다듬었다. 딱 좋았다. 칭찬을 아낌없이 해 주었다. 너는 그 뒤로 늘 그 길이의 수염을 유지했다.
니베아 바디로션을 열심히도 발라서 보들보들한 너의 살이 그립다. 나보다 많은 종류의 크림을 가지고 있던 너는 데이 크림, 나이트 크림을 구분해서 바르는 섬세한(!) 남자다. 한 번은 같이 샤워를 하는데 네가 니베아(그렇다. 독일이니까 몸에 바르는 건 전부 니베아. 니베아 최고!) 로션을 주더라.
? 아직 샤워 중인데?
"ㅇㅇ 이거 몸에 물기 있을 때 발라서 흡수시킨 다음에 다시 물로 살짝 씻어내는 거임"
!! 대박!!
얼마나 간편하고 좋은지, 맨날 습관처럼 게으르다고 하는 네가 왜 그렇게 샤워하는 걸 좋아하는지 조금 이해가 갔다.
한 번은 네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날 만났던 적이 있다. 보통은 샤워를 마친 채 날 반겨줬는데 그날은 정말 금방 학교에서 돌아온 참이었다. 자전거로 40분 거리, 네 체취가 좋았던 나는 네 품으로 파고들었고 너는 어정쩡하게 날 안아주면서 나 샤워해야 하는데 ㅇㅇ; 라고 중얼거렸었지. 그 뒤로도 한 시간쯤 나는 널 붙들고 있었고 너는 계속
"나 샤워;;"
"샤워 좀^^;;"
라고 하는 바람에 너 냄새 별로 안나!(버럭) 해 버리고 말았다. 니베아 로션으로 보송해지고 싶었겠지만 아직 안돼, 나는 네 체취가 좋은걸.
편지를 쓰는 건 좋지만 네 냄새와 체온이 그리운 건 조금 슬프네. 이제 자야겠다.
Buenas Noch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