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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수 Apr 15. 2024

<나의 트랜지션 일기> 56장: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56장: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는만큼,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조직이나 공동체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필수적이라고 여겨지는 가정,학교,회사 이외에도 프로젝트 팀, 교회,동창회,동호회,동아리, 친구그룹 등 공동의 목적이나 친분으로 구성되는 다양한 커뮤니티에 우리는 속해서 살아간다. 그리고 다들 잘 알겠지만 온라인에서도 아주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있는데, 온라인 특성상 접근이 용이하고 익명성이 보장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마음놓고 안전하게 소속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찾기 어려운 사회적 소수자들에게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성소수자들도 당연히 커뮤니티가 있다. 성소수자인권운동을 하는 단체들 뿐 아니라 게이,레즈들이 친구나 애인을 찾는 모임,어플 등도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다.   

트랜스젠더들의 커뮤니티도 당연히 존재하는데, 주로 의학적 트랜지션(호르몬치료,수술 등)과 관련된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이용된다. “저 진단 받으려고 하는데 어느 병원이 좋아요?” “저 고환적출 하려고 하는데 비용은 얼마나 들어요?” “성별정정할 때 어떤 서류가 필요해요?” “가족이나 친구들한테는 어떻게 말했어요? 다들 이해해줬나요?” 이런 식이다.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는 내 경험상 게이,레즈 커뮤니티에 비해 사적인 만남을 추구하는 성향은 (물론 트랜스젠더를 성적으로 좋아하는 러버들이 자주 나타나지만 그건 논외로 치고) 매우 약한 편이다.

게이,레즈 커뮤니티처럼 ‘성적 지향’이라는 공통점으로 모이는게 아니기도 하고, 생존과 직결된 트랜지션 정보를 얻는게 우선시되니 그럴 수밖에 없긴하다.     


나 역시도 트랜지션 초창기에는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를 종종 이용하고는 했다. 일반 사람들이 하리수,풍자 이외에는 현실에서 트랜스젠더를 접할 일이 잘 없는 것처럼, 트랜스젠더 당사자 역시도 마찬가지다.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했다고 해서 갑자기 레이더가 생겨서 서로 알아보고 알아서 모일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나 같은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어떤 사람들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온라인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글들을 많이 찾아보고, 종종 오프라인으로 일대일 만남이나 자조모임을 나가보기도 했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한 사람들 중에서도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했다.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 정체화해서 트랜지션을 앞두고 있는 사람, 호르몬치료와 수술 등을 이것저것 진행하면서 변화를 겪고 있는 사람, 모든 과정을 다 끝내고 ‘일반’처럼 살아가고 있는 사람 등. 같은 트랜스젠더라는 범주에 속한다고 할지라도 각자의 나이,상황,직업,성격 등의 조건들은 저마다 제각각이었다. 

내가 트랜지션을 하기 전, 한창 정체성 고민을 하고있을 때 찾아갔던 자조모임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내 존재가 이상한 것 같다고 여기게 만든 나의 고민이, 그 곳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고 너무나 자연스럽고 너무나 전형적인 것이었다. 거기서 오는 안도감과 해방감이란. 역시나 사회적 소수자에게는 커뮤니티의 존재가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온라인 공간의 경우는 아무래도 익명성과 접근의 용이성 때문에 사람들이 거침이 없다. 앞에서 말했듯 서로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거나 서로의 고충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경우도 물론 많지만,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도 어쨌든 사람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이상한 사람도 있고 위로보단 공격과 조롱이 더 많이 보일 때도 있다. 아, 이건 사회에서 강하게 작동하는 트랜스혐오로 인해 사람들이 더 자신을 꽁꽁 싸매고 방어적인 태도를 갖게 되어서 그런것도 있다. (트랜스혐오 문제는 할 말이 아주 많으니 이후에 자세히 다룰 것이다)    


어느 집단이나 그렇듯이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서도 암묵적인 위계가 있다. 트랜스여성을 예로들면, 수술을 하지 않고 호르몬만 하는 사람을 홀몬시디(호르몬중인 시디), - 시디는 크로스드레서(cross dresser)를 뜻한다 - 가슴수술까지 한 사람을 쉬멜(shemale), 가슴수술과 성기수술까지 한 사람을 완트(완전한 트랜스젠더)라고 부른다. 물론 정확하거나 적절한 표현은 아니지만 편의와 문화적 특성에 따라 커뮤니티 용어로 자리잡았다. 트랜스젠더들 역시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관습화된 성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여성으로 살고자하는 트랜스여성은 ‘얼마나 여성으로 보이느냐’, ‘얼마나 여성다운 신체를 가졌느냐’는 기준에 따라 자신들을 검열하고 서로 우열을 나누게 되는 것이다.   


나 또한 바이너리 트랜스여성으로서 당연히 그 맥락이나 마음을 이해 못하는게 아니다. 하지만 우리들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조금은 더 자유로울 수 있었으면 한다. 의료적 트랜지션이나 사회적 트랜지션은 자신한테 필요한만큼 이행하되, 그 정도에 따라 서로를 검열하거나 우열을 나누지 않았으면 한다. 트랜스젠더 중에서도 의료적인 수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고, 혹은 원하더라도 여러 사정으로 인하여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느 한쪽의 성별로 정체화하지 않는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역시 존재한다. 수술을 한다고 해서 ‘완트’가 되는게 아니라, 우리는 이미 우리 자신으로 충분히 완전하다.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를 그렇게 여길 수 있기 위해서는 주위의 지지자원과 커뮤니티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는 모두 커뮤니티를 필요로 하는 동시에 우리 자신 또한 어떤 커뮤니티의 일부이기도 하다. 우리가 서로의 커뮤니티로서 그렇게 서로의 ‘완전함’을 지지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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