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이냐 공존이냐?
리더의 입장은 항상 어렵습니다. 이는 집단의 크기와는 큰 상관이 없습니다. 그들의 주요 과제는 결정을 내리는 일입니다. 리더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이 올린 의견에 답하며 최적의 방식을 찾아갑니다. 만약 이렇게 하지 않으면 집단은 쉽게 무너지기 때문에 리더는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습니다. 리더는 힘든 자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개 사람들은 리더를 맡는 걸 별로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리더의 말에 따르며 신경을 덜 쓰는 것이 효율도 높고,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죠.
그러나 우리의 인생을 이끄는 리더가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이 사례를 간과해선 안됩니다. 고민은 리더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우리 역시도 인생을 가치 있게 보내려면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하고 실천하며 역량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확실한 전략을 설계하는데 필요한 것은 간접경험입니다. 그런 점에서 리더의 사례는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신문, 인터넷을 통한 미디어의 사례를 접하며 우리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양질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저희의 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리더의 경험을 참고해야 할까요? 해당되는 사람은 많지만 제가 이 글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인물은 두 사람입니다. 먼저 GE의 최고경영자를 역임했던 잭 웰치입니다. 그의 스타일을 표현할 때 가장 적합한 단어는 '엄격함'입니다. 잭은 효율성을 강조하는 사내 정책을 펴며 대량해고도 서슴지 않았기 때문에 '중성자 잭'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하는 이유를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라고 답합니다. 좋은 기업 분위기가 기업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다음의 인터뷰는 이런 그의 생각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지표입니다.
"GE는 '일하기 좋은 기업' 순위에 동참하지 않았어요. 그건 술책에 불과하거든요. 매주 몇 시간 파티하고 노는 기업은 좋은 곳이 아니에요. 경영자들은 친절(nice)의 개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친절은 직원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고, 어떻게 점수를 따고 승진하는지 알려주는 겁니다. 실리콘밸리를 보세요. 잘 나가던 그들이 밑바닥으로 추락할 때 지금까지 만들었던 '일하기 좋은 기업'이 사라집니다. 고용 안정성은 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기업이 승리하고 성장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에요. 고용 안정성은 회사 정책에서 오는 게 아니라,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서 온다는 겁니다. 고객이 없는 회사는 고용 안정성도 없어요. - 잭 웰치의 언론 인터뷰 중"
반면에 잭의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비즈니스 정보 분석 소프트웨어 회사인 쌔스 인스티튜트(SAS Institute, 이하 SAS) 대표 짐 굿나잇. 짐은 잭의 의견을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사실 이런 입장을 취한 사람은 많습니다. 다만 그가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잭 웰치의 입장을 반대만 한 것이 아니라 이를 직접 실천하며 다른 방식의 성장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직접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경영환경이 악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명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사내 복지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죠. 직원들이 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최대한 제공하자는 그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우리는 채찍을 강조하지 않아요(웃음). 만약 어떤 직원이 일을 잘하지 못하고, 업무 능력이 향상되지 않는다고 칩시다. 그러면 인사 담당자가 그에게 지적을 하지요. '당신의 업무 능력을 좀 더 향상시켜야겠어요.' 그리고 난 뒤에 90일간 그들이 업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트레이닝을 시킵니다. 90일이 지난 뒤에도 업무 능력이 향상되지 않으면 그들이 가장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부서로 이동시켜서 근무하게 합니다. - 짐 굿나잇의 언론 인터뷰 중"
이처럼 상반되는 두 사례를 통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효율'의 문제입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을 따르는 구성원이 어떻게 하면 더 일을 잘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사용했던 방법이 달랐을 뿐이죠. 잭 웰치가 목표지향적인 강경파라면 짐 굿나잇은 관계지향적인 온건주의자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취한 행동을 통해 조직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잭과 짐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조직 내에 속한 구성원들을 잘 움직일 수 있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이 사실을 잘 이해하고 생각한 바를 조직에 실천했습니다. 두 사람의 유일한 차이는 지향점과 목표가 서로 달랐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이들의 원리를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방향은 '자신에게는 엄하게, 타인에게는 관대하게'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다른 사람의 욕망을 마음대로 정하거나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혹 그런 일이 가능하더라도 해서는 안됩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것은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기본 원리입니다.
실제로 잭 웰치가 경영했던 GE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12년 동안 그들이 주장했던 원리는 식스 시그마(불량률을 100만 분의 1로 낮춰 완벽한 제품을 생산한다는 경영원칙)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수를 줄이는 일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실수 없이 성장하기가 불가능합니다. GE 최고 인사책임자인 제니스 샘퍼도 최근 인터뷰에서 “더 이상 완벽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이 주장을 인정했죠. 이러한 트렌드 때문에 타인에게 관대하면서 자신에게 엄한 리더십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제는 조금씩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죠. 우리가 참조해 볼만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내용을 동양의 고전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대개 가르쳐 설명한다는 말은 잘 인도하는 것이지 상대방의 환심을 얻고자 하는 일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런데 근래 들어 사람을 가르쳐 설명하는 자는 좋은 길로 인도한다는 사실을 잊은 채 환심만을 얻고자 한다... (중략)... 그러므로 스승의 임무는 이치가 승리하고 의(義)가 행해지도록 하는 데 있다. 도리가 승리하고 정의가 이루어지면, 스승은 존경을 받고 왕공귀인은 교만을 일삼지 않는다. 위로는 천자에 이르기까지 스승에게 부끄러움이 없다. 대체로 우연히 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있지만, 그 만남이 반드시 합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 여씨춘추 12기 중 「맹하기(孟夏紀)」"
이치가 승리하고 의가 행해지도록 하는 것이 스승의 임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봅시다. 이 원리는 개인과 기업 모두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경영하고 팀을 이끄는 리더의 입장에서 이 글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오늘날 우리는 의를 드러내는 행동을 멀리하고 자신의 이익을 늘리는 데에만 관심을 기울입니다. 단기적으론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미래를 위해서라면 이런 행위는 지양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의 자세를 돌아봅시다. 스승의 역할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주변 사람들을 잘 이끌고 있는지 살펴봅시다. 만약 그 가운데 부족한 것이 있다면, 이 사례를 통해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이런 시간은 우리의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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