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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르마이 Sep 20. 2023

4. (책임) 불안하게 하지 않는다

불안하면 집중할 수 없다

그들은 자신과 자신의 감정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_사피엔스(유발 하라리)



"명절 때마다 할아버지 집에 간다 안 간다 그러면서 엄마 아빠가 심각해지고, 그럴 때마다 우린 얼마나 불안한 줄 아세요?"


대학생이 된 아들이 명절을 앞둔 어느 날, 이런 말을 해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쌍둥이도 이제는 다 컸으니, 부모의 사소한 다툼은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충격이 컸던 이유는 쌍둥이가 자랄 때 가장 신경 쓴 것 중 하나가 '아이들이 불안하게 하지 않는다'였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부모로서 아이들을 불안하게 하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노력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모습과 보이는 모습은 크게 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쌍둥이가 그간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불안하고 힘든 순간이 얼마나 많았을까 하고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의 불안을 돌아보다


아이들을 불안하게 하지 않겠다는 결심은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왔습니다. 저의 부모님은 가끔 밤을 새워 가며 지독하게 싸우셨습니다. 그런 날 밤은 불안에 떨며 지새워야 했습니다. 이 경험은 불안이 제 내면에 깊게 자리 잡게 했습니다. 제 아이들은 이런 아픔을 겪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내가 겪은 부모님과 나의 갈등이나 내가 보고 자란 부모님의 부부간 갈등은 대물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의 불안과 결핍은 분명 어떤 식으로든 내 가정과 자식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한동안 가정보다 직장이 삶의 중심이었습니다. 쌍둥이가 태어날 때쯤엔 직장생활 7~8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직장에서 실무자로서 역할을 많이 해야 하는 시기였습니다. 쌍둥이가 서너 살 때부터 5~6년은 직장 생활 중 가장 바쁘게 보낸 시기였습니다. 야근은 기본이고 주말에 회사를 나가는 경우도 잦았습니다.


직장 일로 바빴기 때문에 가족과는 꼭 필요한 시간만 함께 보냈습니다. 저의 감정적 문제가 가정에 영향을 크게 주지 않은 환경이 되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결과적으로 일 중독자처럼 직장 생활한 시기가 고생스러웠지만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아내와 갈등하지 않는다


아이가 학교나 사회생활을 하기 전에 갖게 되는 불안은 대부분 가정에서, 주로 부모와의 관계에서 생겨납니다. 부모로서 간과하기 쉬운 것 중 하나가 '부간 갈등이 아이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쌍둥이가 불안감을 느끼지 않게 하려면 아내와 마찰이 없어야 했습니다. 나의 내재적 불안이 아내와 다툼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철저히 나만의 생활에만 집중했습니다. 내 불안이 드러날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살았습니다.


쌍둥이 교육은 전적으로 아내에게 맡기고 간섭하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사교성이 좋은 건 아니지만 교육에 필요한 정보를 주위로부터 얻고, 쌍둥이가 진학할 학교나 다녀야 할 학원의 선택 등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판단하는 감각이 뛰어났습니다.


아이들은 아주 예민한 촉수를 지니고 있습니다. 부모의 표정이나 말투만으로도 분위기를 파악합니다. 부부간 갈등은 부모 입장에서는 사소하고 당연한 가정 내 소통의 과정일 수 있지만, 어리고 여린 아이의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라고 여길 만큼 심각한 비상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부부간 감정이 격해지면 아이는 안 보일 수 있습니다. 당장 자기가 상대보다 더 옳다거나, 상대가 잘못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이외에는 보이지 않는 '터널 시야'에 갇히기 때문입니다.


부부간 갈등이 끝난 후에 당사자는 화해하거나 쉽게 잊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한바탕 부부싸움을 통해 그간 갖고 있던 스트레스가 해소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모의 불화를 보고 자라는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는 상처받고 불안감이 내면에 깊이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물론 아이의 타고난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부모의 갈등은 아이에게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상처와 불안을 남깁니다.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아버지로서 아이에게 잘하는 첫걸음, 가장 중요한 건 아내에게 잘하는 것입니다.


ㅣ 공부에 집중하려면


공부한다는 건 뇌 과학적으로 말하면, 뇌의 전전두엽피질을 활용하여 생각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기억하는 과정입니다. 전전두엽피질이 활성화되려면 편도체가 안정되어야 합니다. 편도체는 위험을 감지하고 반응하는 원시적인 뇌의 중추입니다. 주로 생존을 위한 식욕과 성욕 등을 담당합니다.


아이가 불안이 크다는 건 편도체가 활성화된 상태입니다. 유년기에 불안을 자주 겪어서 편도체가 자주 자극되었다면, 자라면서도 작은 자극이나 불안에도 편도체가 시도 때도 없이 위험 신호를 보냅니다.


편도체와 전전두엽피질은 시소 관계에 있습니다.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전전두엽피질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편도체가 안정되면 웬만한 불안이나 스트레스에는 쉽게 위험 신호를 보내지 않습니다. 전전두엽피질은 그만큼 안정이 되어 제 기능을 해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유년 시절에 불안을 자주 느끼지 않도록 매사에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편도체를 자극해서 아이 내면에 불안이 고착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편안하게 하는 마음의 안정 상태는 평소에 불안으로 위축되어 있지 않아야 갖춰집니다.


불안은 스트레스입니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감당하기도 전에, 마음 안에 자리 잡은 불안이 커서 스트레스의 허용치를 초과하면, 아이는 더 이상 버텨내기 어렵습니다.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정된 뇌는 아이의 유년기에 불안감이 마음속에 자리 잡지 않도록 배려하고 조심할 때 만들어집니다.

공부는 마음이 안정되고 난 다음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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