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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르마이 Oct 09. 2023

11. (존중) 설득보다 보여주기, 강요 보다 기다리기

꿈과 진로 사이에서

우리의 불행은 욕망과 능력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이다.  _에밀(장 자크 루소)



"저는 야구 선수가 될 거예요."


초등학교 4학년 아들 건이 선언했습니다. 아들은 결심을 단단히 했습니다. 평소 아내는 TV로 스포츠 중계를 자주 시청했습니다. 거의 매일 TV에 나오는 야구 선수를 보게 됩니다. 아들은 TV로 자주 보는 야구 선수에 큰 매력을 느낀 듯했습니다.


아들은 야구 선수가 되기 위한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5학년에는 야구부가 있는 어느 초등학교로 전학을 가야 하고, 중학교는 야구부가 있는 어느 학교로 가야 한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부모로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들은 TV에 나오는 몇몇 스타 선수들의 화려함만 보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지망생 대부분은 프로 리그에 진입하지도 못하고 운동을 접어야 합니다. TV에 나올 정도의 프로 야구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재능도 있어야 하고 혹독한 훈련을 감내해야 합니다.


운동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운동에만 전념해서 다른 진로를 포기해야 합니다. 이런 몇 가지 이야기를 아들에게 했지만, 아들은 요지부동입니다. 설득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아들에 대해 이렇게 심각해져 본 적이 없어서 아내와도 상의했습니다.


ㅣ 설득 대신 보여주기


"좋다. 그렇다면 선수가 되기 위해 먼저 유소년 야구단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아들을 설득하는 대신 직접 경험하고 느껴보도록 하는 방법으로 바꿨습니다. 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유소년 야구단이 잠실 야구장 주위에 있었습니다. 아들 또래의 초등학생이 주로 참여하는 야구단에 등록했습니다. 아들은 몇 주간 동네 야구가 아닌 진짜 야구를 체험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아들은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운동에 특별한 재능이 없었습니다. 아들은 야구단의 간이 게임에도 나섰지만, 제대로 공을 타격해 볼 기회가 없을 정도로 실력 차를 느끼게 됩니다. 결국 아들은 몇 주간 참여하고 나서 야구 선수의 꿈을 접었습니다. 아들은 체험해 보고 나서 자신이 경쟁력이 없다는 걸 스스로 느꼈기 때문에 마음을 돌렸습니다.


 강요하기보다 기다려 주기


딸 수는 미술에 재능이 있었습니다. 유아기 때부터 혼자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습니다. 특히 만화 캐릭터를 흉내 내서 꽤 비슷하게 그렸습니다.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놀이도 즐겼습니다. 딸은 친구를 사귈 때도 만화를 그려주면서 쉽게 친해졌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에는 구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미술 영재로 선발되었습니다. 주말에 영재 교육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딸의 꿈은 미대를 진학해서 웹툰 작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부모 마음은 공부를 잘하고 있으니, 예체능보다는 공부하길 바랐습니다. 예체능은 학원 수강과 렛슨비 등으로 교육비가 많이 드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딸에게 진로를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딸이 원한다면 충분히 자신이 원하는 만큼 하길 바랐습니다. 딸은 중학교 3년과 고등학교 1학년까지 매주 주말에는 미술 영재 교육을 받았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에는 서울교육대학교에서 토요일 오전마다 진행하는 영재 수업을 들었습니다. 이때도 차로 오가면서 진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딸은 고등학교 1학년 영재 수업을 마치는 작품전을 끝으로 미술에 대한 꿈을 보류했습니다. 아마도 고등학교 1학년에 미술 영재로 선발되어 함께 교육받은 친구들과 실력 차를 느꼈던 듯합니다. 고등학교 미술 영재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대부분 미대 진학을 목표로 미술에만 전념하는 아이들이었습니다.


딸은 공부하면서 미술은 재능을 살린 취미 정도로 계속해 오고 있었습니다. 실력 차는 점점 커졌을 것입니다. 딸은 외국어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공부하면서 미술까지 병행하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성공한 삶은 자주적인 삶이다.  _심리학이 어린 시절을 말하다(우르술라 누버)


 바꾸기보다 유도하기


스프링은 누를수록 반발력이 커집니다. 인간의 마음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못 하게 할수록 본능적으로 아이는 그것을 더 하고 싶어 합니다.


심리학 용어 중에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가 있습니다. 부모의 반대나 주위의 장애 요건이 있으면 애정이 더 깊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심리학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를 반발 심리와 인지 부조화로 설명합니다.


반발 심리는 자신의 자유가 위협받거나 제한되면 그것에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경향입니다. 부모나 가족, 사회 규범 등이 자신의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느끼면 더 강하게 집착하게 됩니다.


인지 부조화는 자기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면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고, 해소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말합니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긴장과 불편함을 경험합니다. 긴장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태도나 행동 중 한 가지를 바꾸어 일치시키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모나 가족이 자신의 선택을 잘못되었다고 지적할 때, 선택을 바꾸기 어렵거나 싫다면, 자신의 선택에 대한 생각을 강화하거나, 부모나 가족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강화해서 인지부조화를 해소하려고 합니다.


청소년기 뇌는 감정의 뇌에 해당하는 변연계가 우세하고 사고의 뇌에 해당하는 전전두엽은 덜 성숙한 상태입니다. 청소년기에는 무리하게 설득하거나 강요할 경우 이성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감정적으로 반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청소년기는 충동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시기입니다. 부모가 판단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분명해서 의견을 아이에게 이야기하더라도, 아이가 반발 심리로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려 하고, 갈등이 깊어지면 인지부조화 해소를 위해 부모에게 반항하기도 합니다.


아이의 판단이 잘못되었을 때, 설득하기보다 스스로 느끼게 하고, 강요나 요구하기보다 기다려 주면서, 아이가 스스로 생각을 바꾸도록 하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부모의 설득이나 강요로 아이가 다른 선택을 했을 경우에 잘 된다면 좋겠지만,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면 아이는 부모를 원망하는 마음이 커집니다.

부모는 아이의 선택을 바꾸려 하기보다 유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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