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기념할 것

수영하며 번역하며

by 백지민

"다음 시간부터 풀업 밴드를 얇은 걸로 교체할게요."

다른 밴드는 언제쯤 사용하는 거냐며 물어도, 혼자 이만큼까지는 올라오셔야 바꿀 수 있어요,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헬스 트레이너 선생님이 어느 날 드디어, 턱걸이용 보조 밴드를 굵은 초보자용에서 한 단계 얇은 중상급자용으로 바꾸자고 말씀하셨다. 이제는 넘어가야죠, 하면서 말이다. 6개월만에 턱걸이 분야에서 이룩한 첫 성과였다. 이에 나는 괜히 신이 나서 오늘을 기념하고 싶어져서 캘린더에 기록도 해두고 점심 메뉴로 신나게 맛있는 것—며칠 동안 먹고 싶었던 고등어구이—까지 먹었다. 그동안 하나도 늘지 않는 것 같아서 지지부진한 느낌을 계속 받고 있었는데, 그래도 남들이 보기엔 늘고 있었다니. 졸려도 피곤해도 지친 몸을 이끌고 계속 턱걸이를 하러 온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운동을 하며 소소한 성취를 느끼는 경우는 많다. 런데이를 하는 경우 1분도 달리지 못했던 사람이 1달이 지나니 30분을 연속으로 달릴 수 있게 되기도 하니, 그렇게 과거의 자신과 비교하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수영 역시, 지난달까지만 해도 자유형 발차기 25m를 채 나가지 못했는데 이제는 자유형 팔과 다리를 함께 콤비로 할 수 있게 되었다든가, 내일은 대망의 평영 발차기를 배우러 넘어간다든가, 성취감을 느낄 요소가 얼마든지 있다. 나로서는 워낙 수영을 기본 운동으로 하던지라 근력 운동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드문 일이었는데, 그러던 내가 드디어 턱걸이에서 발전을 했다니, 이만한 성취감이 또 없었다.

어딘가 심리학 서적에서 읽었던가, 모름지기 일상의 작은 성취를 기뻐하라고, 그것이 행복도를 높여 준다고 했다. 오늘은 잊지 않고 일기를 쓴 날. 좋아하는 가수의 신곡이 나온 날. 버스 정류장을 하나 전에 내려서 산책 겸 집까지 걸어간 날. 회사 사람들과 점심에 맛있는 카페에 가본 날. 키우던 식물에 새 잎이 난 날. 이렇게 생각해 보면 일상은 기념할 일 투성이이다. 기념하고 기록하다 보면 스쳐 지나가는 행복감이 올라가고, 나중에 그 기록을 보고 있자면 그때의 행복감과 뿌듯함이 다시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 역시도 순간순간의 단상을 잡아두려는 노력이라는 면에서, 행복과 시간을 기억하려는 의도적인 행위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이렇게 일상 속 행복을 기억하는 것이 하루하루의 활력소이자 또 하루를 살아가는 힘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력해서 이뤄놓은 운동의 성취 역시도 하나하나 기념하고 기억하면 그 역시 운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오늘은 팔굽혀펴기를 처음 성공한 날. 오늘은 런지 개수를 올린 날. 스쿼트 자세가 처음으로 좋았던 날. 기념할 만한 것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니 이렇게, 하릴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행복감을 잡아두고 압정으로 고정시켜 나만의 기억 칠판에 구성해 두면, 하루하루가 쌓여 뭔가의 연속성을 보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것은 이미 가속도가 붙었다는 것이므로. 나무만 보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보이지 않아도 숲으로 보면 나아가고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