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Q

수영하며 번역하며

by 백지민

"배영 저랑 바꿔주실 수 있나요?"

최근 출전한 수영 경기에서 여성 혼계영(여성 선수 4명이 배영 50m, 평영 50m, 접영 50m, 자유형 50m를 한 종목씩 맡아 릴레이식으로 진행하는 경기) 시합에 나가기 직전, 같은 팀에서 배영을 맡은 선수가 내게 물었다. 사실 배영은—뭐 물론 어느 종목인들 그 종목에 자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만—크게 자신 있는 종목이 아니었기도 했고(그렇다고 자신이 아예 없지도 않았지만), 배영 턴인 롤오버턴(배영으로 가다가 풀 끝까지 5m 남았다는 표식인 깃발이 시야에 잡히면, 3~4번 스트로크를 하고 몸을 뒤집어 플립턴으로 나오는 턴)을 경기 때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어서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선뜻 바꿔주겠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선수는 이전 경기인 혼성 혼계영에서 배영을 하다가 DQ가 떴던 것이다.

DQ—열심히 골인 지점까지 달렸더니만 전광판에 뜬 것이 자신의 기록이 아닌 이 두 글자라면,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DQ란 Disqualified의 준말로, 다시 말해 실격이라는 뜻이다. 이를 두고 수영인들끼리는 '디큐 떴다'라고 흔히 말하기도 한다. 경영 경기에서 디큐가 뜨는 것은 생각보다 너무나도 흔한 일이다. 주로 풀 끝에서 턴을 할 때나 마지막 골인 시에 디큐가 많이 뜬다. 예를 들어 접영이나 평영을 할 시에는 턴을 할 때 풀 끝을 양손으로 터치를 해야 하는데, 한손으로만 터치를 하고 턴을 했다거나, 양손으로 터치를 했지만 한 손으로 먼저 터치한 다음 다른 손이 따라왔다거나(수영인들끼리는 이를 "따당"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면 실격이다. 평영 시에는 출발하고 잠영할 시에 접영 발차기 1번, 평영 스트로크 1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평영 발차기 1번 후 출수라는 규칙이 있는데, 물 안에서 접영 발차기를 2번 한다거나 하면 역시 실격이다. 배영 시에는 특히 디큐가 뜨기 쉬운데, 손이 풀장 벽을 터치할 때에 몸통이 90도 이상 돌아가서 등이 반절 이상 보이면 실격이다. 이 선수는 이때 배영을 하다가 풀장 끝까지 얼마나 남았나 보겠다고 몸을 돌렸다가, 터치 전에 등이 보이는 바람에 실격 처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디큐가 한 번 뜨면 선수의 사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는 없다. 진짜 내가 디큐인가? 하고 현실 부정 단계를 거쳐, 거 되게 빡빡하네, 하고 투덜거리기도 하다가, 결국엔 내가 잘못했구나, 나 때문에 팀 전체가 실격을 당하다니, 하는 자기 수용의 단계로 접어들면서, 이 일련의 심리적 롤러코스터를 겪으며 마음이 졸아드는 것이다. 다음 경기에서도 실수하면 어떡하지.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확실히 터치해야겠다. 심리가 위축되면 스트로크가 소심해지고, 발차기에 힘이 빠지고, 당연히 기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편 그런 팀 멤버를 보는 같은 팀 멤버들도 살짝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수영을 잘하는 저 사람이 디큐가 뜨다니, 나도 과연 안전할 수 있을까. 나도 조심해야겠다. 결국 이렇게 공포심이 전염되면 팀 전체의 몸이 굳어지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디큐가 떴을 때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이것의 해결 방안을 다이빙 선수들에게서 찾아보았다. 사람이 가장 공포심을 느낀다는 높이 10m에서 다이빙을 하다가 발을 삐끗해서 물속으로 자유낙하한 선수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그 기억이 되풀이되면서 공포심이 커져 10m에 다시 도전할 수 없게 되므로, 실수한 그 즉시 바로 10m 다이빙대로 올라가 다시 뛴다고 한다. 그러면 공포심이 장악할 틈이 없이, 트라우마가 되어버릴 틈도 없이, 어느새 공포를 극복한 셈이 되는 것이다. 물론 한번 실수한 것을 그 즉시 다시 시도하기란 보통 정신이 강인하지 않고서야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실수하면 그 실수에 잠식되지 않고 무조건 그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 그 자동화 행위만큼은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배영에서 디큐가 떴을 때 바로 그다음 경기에서 배영을 도전해본다든가, 바로 다음날 수영 훈련을 하며 배영 턴과 터치를 연습해본다든가 하는 것들이 다이빙 실수에 연이어 다시 다이빙대에 오르는 행위에 해당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실수해도 나이키 정신—Just do it, 그냥 하자—으로, 다시 한번 그냥 해보는 것이다. 마치 시험에 실패해도 다음 시험에 도전하는 느낌으로, 사랑에 실패해도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는 느낌으로, 즉 수영뿐만이 아니라 인생에서 디큐가 떴을 때도, 다시 한번 도전에 몸을 내던진다면, 행동한다면—그 순간의 용기와 행동으로 인하여 우리는 장기간에 걸쳐 우리를 잠식할지도 모를 공포와 불안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