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고
최근 AI 관련 신간들을 검토하면서 공통되는 주장을 발견했다. 저자가 과학기술 분야의 학자든, 일반인의 관점에서 쓴 저널리스트든 대부분 결론은 같았다. 인간이 AI를 이길 수 있는 이유는 인간 고유의 공감과 인간애 때문이었다.
진화의 단계에서 인간이 한 종으로서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가장 고등하게 진화시킨 능력과 특성은 공감과 연민, 인간애다. 이걸 AI가 터득할 수 있을까?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한다고 해서 때로는 모순되기도 하는 이 감정을 획득할 수 있을까?
AI 이슈의 최전선에 있는 학자나 저널리스트들 의견에 나도 적극 동의한다. 인간이 이러한 본성이 없다면 다른 종과 다를 게 없다. 끝까지 서로에 대한 공감과 연민, 인간애를 버리지 않을 때 인간을 위해 AI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과거 아일랜드의 막달레나 세탁소라는 시설에서 은폐, 감금, 강제 노역을 당한 여성과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중편소설이다. 이 시설에 관한 기록은 대부분 파기되었거나 분실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허구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남자 펄롱은 석탄이나 장작을 파는 지극히 평범한 남자다. 자신도 아빠가 누군지 모르는 사생아다. 펄롱은 막달레나 세탁소와 비슷한 마을 수녀원에 땔감을 배달하러 갔다가 한 여자아이를 본다. 하지만 아이가 처한 어려움을 외면한다. 그리고 고뇌한다. 결국 아이의 탈출을 돕는다. 그리고 자신의 변변찮은 삶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행복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