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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남자 친구

by 언제나 바람처럼




딸이 얼마 전부터 누굴 만나나 싶더니 며칠 전 남자 친구를 집에 데려와도 되느냐고 불쑥 물었다. 남편은 평소에는 시큰둥하다가 그 소리에 격한 반응을 보였다. 생각해 보면 겉으로는 무심한 척하며, 궁금하면서도 말할 때까지 내색하지 않고 기다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딸의 돌발 선언에 남편은 당황했고, 그렇게 훅 치고 들어오면 어떻게 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유난히 격식을 따지는 편이 아닌데도 남편은 선뜻 딸의 남자 친구를 마주하기 주저했다. 그러면서도 내게는 슬쩍 뭐 하는 놈이냐고 이것저것 물었다. 나는 뭐 딸이 좋다면 그리고 착한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괜찮았다. 가장 중요한 건 딸의 마음이니 선택을 존중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역시 관계에 서툴렀다. 서투르다기보다는 마음을 열고 사람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하는 수 없이 딸에게 아빠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니 먼저 진지하게 대화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래도 정식으로 소개하는 거면 제대로 이야기를 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아빠의 성격을 잘 아는 딸은 말귀를 바로 알아들었고 이번 남자 친구의 방문 계획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나는 또한 엄마 아빠에게 남자 친구를 소개한다고 해서 결혼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니 부담 느끼지 말라고 덧붙였다. 지금 사귀는 사람이 있는 정도로만 생각할 것이며, 언제라도 아니다 싶으면 끝내도 상관없다고 이야기해 줬다.



아빠의 반응에 엄청나게 부담을 느꼈던 딸은 내 말에 다소 마음을 놓는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머릿속이 더 복잡해진 듯 보였다.



사람과의 만남은 언제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딸은 엄마 아빠에게 소개하고 싶을 정도로 남자 친구에게 마음이 있었겠지만, 부모가 생각하듯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한 것 같지는 않다. 무산된 딸의 남자 친구 방문 계획이 한편으로는 아쉬우면서도 다행스럽다. 이번 일로 딸은 한 뼘 더 관계에 성숙해질 것이다. 남자 친구와도 아빠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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