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치원을 떠나며2

우리가 일본 소학교를 선택할 수 없었던 이유

by 너 거기서 뭐하니

일본 공교육 시스템에 들어갔을 때 우리에게 생길 문제점은 이러했다.


1. 학습 방법에 대한 문제

일본의 원리 이해보다는 암기를 위주로 한 줄세우기 목적의 교육 방법에 동의하지 않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과거에 학업, 경쟁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로 아이들이 자살하는 등 사회적 문제가 심각했었다고 한다. 그러자 일본 사회는 아이들을 성적 순으로 줄세우는 것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그 노력이 이어져 현재 일본 공립소학교에서는 시험을 봐도 등수 고지를 안하는 등의 경쟁, 서열화를 많이 없앤 상황이다. 심지어 운동회를 해도 1등, 2등을 특별히 포상하지 않으며 모두에게 상을 주는 식이다. 스포츠 영역에서 조차도 등수를 매기지 않고 동등하게 포상하는 방식이 합리적인지 의문이지만 그만큼 일본 사회에서 공식적 줄세우기를 극도로 꺼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최종 평가 방식에는 크게 변함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은 수험이다. 수험 중에서도 대학 수험에서 학생들을 평가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아무리 일선 공교육에서 줄세우기 평가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의미없는 몸짓에 불과하다. 오히려 경쟁이 제거된 공교육을 피해서 사교육(입시학원 또는 사립학교) 경쟁 시스템으로 돈을 내고 들어가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자신의 현재 위치를 알아야만 수험을 준비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러한 경쟁 레이스에 참여하고 싶지도, 거기서 한번 붙어볼 경제적 여유도 넉넉하지 않았다.

2. 거주 지역과 언어 특수성

일본에 거주한 외국인 가족으로서 일본 사회에 대한 유대 관계가 깊지 않다는 점. 우리 부부는 미래에 대한 구체적 계획 같은 것 없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살아가는 스타일이다. 그로 인해 지역 특수성이 강한 일본어를 통한 교육을 받았을 때의 이후 향방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었다. 일본에서 우리가 계속 거주할 것인지, 그것을 원하기나 하는 것인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도 그닥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아이가 자라며 언어의 한계나 문화적 영향으로 일본 사회에 갇히게 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이는 일본보다는 연고가 있는 한국에 돌아가게 된다고 해도 같은 문제점으로 작용했다. 한국어 역시 지역 특수성이 너무 강한 언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대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발도르프 학교 같은 대안 학교도 생각해보고, 가능한 국제 학교도 생각해보았다.


...그래서 결론은?

우리의 결론은 ‘프랑스 학교를 보내자’ 였다. 다지선다가 아닌 서술식 평가, 원리를 생각하는 교육 방식이 마음에 들었던 점과 다른 영미권 국제학교들과는 달리 인가된 프랑스 학교는 프랑스 교육부 소속으로 같은 커리큘럼을 공유하고 있어 거주 국가를 바꿔도 학습을 연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 큰 이유였다. 프랑스 학교는 전 세계 어느 국가를 가도 거의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미래에 지역을 이동하게 되면 어떻게 하지? 와 같은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결정을 내리자 홀가분해진 것은 나였다. 프랑스어를 하나도 모르는 아이의 학교 생활을 걱정하기 시작하면서 그 동안에 일본에서 교육을 받는다는 전제 하에 나몰랑 태도를 유지하던 남편이 이런 저런 걱정과 구상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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