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에게 조언한다면?
특히 여성들이 주로 모여있는 온라인 카페에는 이런 요지의 질문글이 주기적으로 올라온다. 나는 이런 주제가 올라오면 놓치지 않고 읽어보곤 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하시나 궁금하기도 하고 나 역시 같은 고민을 잠시나마 했었기에..
이런 글엔 보통 답글이 길게 달린다.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사는구나 느낀다. 참 슬픈 질문이기도 하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에 너무 많은 금전적 투자와 에너지가 들어가기에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인가 따져보는 것일테다. 어쩌면 본인 스스로가 부모님의 희생에 비해 자식으로서 별 가치가 없다는 슬픈 자의식으로 들리기도 한다.
여자들이라면 나이 듦에 따라 임신 출산에 대한 신체적 제약이 있으니 보통 남성들보다 그 고민이 더 치열하다. 실제로 딩크로 사는데 오케이하다가 실수로 아이가 생겼을때 막상 좋아하더라는 남편들도 많은거 보면 남자는 생리적으로는 가임기란 유효기간이란게 없어서 여자만큼 아주 깊이 고민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나라면 과거의 나(애 낳기전)에게 다시 조언을 하라면 어떻게 말할까 생각해보았다.
“굉장히 유명한 여행코스가 있는데, 거기 다녀온 사람들이 엄청 많다. 옛날엔 안다녀온 사람 찾는게 더 어려웠을 정도로.. 그런데 처음부터 난코스가 펼쳐지며 시작부터 끝까지 새로운 도전이 펼쳐진다고 한다. 자신을 성장시키고 내적성숙을 도모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강추 넘버원 여행지이다. 게다가 상당히 비싸기까지 하다고 하는데, 대신에 힘든 개고생 사이사이에 잔잔하게 펼쳐지는 찐감성과 그 전에는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을 맛 볼 수 있다고. 다녀온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대부분 사람들이 인생의 값진 경험이었다고 하며 엄청나게 힘들었고 그걸 알았다면 처음부터 갈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절대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당신이라면 가겠는가?”
여행이란게 육아랑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고, 돈 있으면 조금 편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러 인도 베낭여행처럼 고된 여행을 자처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여행들은 여행시작부터 몰골이 충격적으로 바뀌고, 인간의 존엄성이 위협받는 순간들이 온다. 그치만 거기서 얻은 것들은 다른 경험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남들은 한 번만 가도 죽네 사네하는데 중독되서 여러번 다녀오는 용감한 사람들도 있다.
만약에 이런 여행 극혐하고 경험이고 뭐고 귀찮고 힘든건 딱 싫어, 여행은 휴양지 호텔에서 하는 호캉스가 제일이지라는 사람이라면 아이 낳고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다 다르니까.
요즘 아이를 키우며 드는 돈을 계산해보건데 경제적 투자 가치를 따지면 확실히 마이너스일지도 모르겠다. 체력적 정신적으로도 만만한가 역시 당연히 절대로 그렇지 않다. 나 또한 아이가 태어나고 그 전에 없었던 흰머리가 폭증해 순식간에 십년은 나이를 먹어버린 기분이다.
아이는 부모의 모든 것을 시험한다. 경제적 능력은 물론이거니와 인내심, 지혜를 비롯한 인간으로서의 성숙도를 테스트한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학벌, 외모 같은 옷을 벗어버린 나라는 인간의 민낯과 마주하는 계기가 된다. 순수한 아이들은 사람들이 나를 판단하는 모든 사회적 가치들에 전혀 관심이 없다. 다만 나의 인간적 면모를 먹고 자라난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나는 태어나기 전에 자기 스스로 인생을 선택해서 태어난다고 믿으며 그 인생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영혼의 업그레이드‘라고 생각한다.
인생이 고되다 생각될때마다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과연 내가 세상에 오기 전 하나의 영혼이었을때 많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편안한 삶을 누리다 돌아오는 것을 원했을까, 어떤 삶의 고난 속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성장할 것을 선택했을까?
그렇게 시각을 바꾸면 삶의 고난이란 것이 단지 의미없는 고통만은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면에서 자신의 내적 성숙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해 줄 수 있는 이 귀중한 경험을 포기한다는 것은 어렵고 힘들다는 이유로 수능을 보지 않고 대학 진학을 포기해버리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인생에서 큰 도전과 배움의 기회를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오늘도 아이를 키우며 나는 자라난다. 어제보다 성숙한 인간으로, 어머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