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아이.

무언가 아쉬운 듯한...

by Erebus


날씨. 일상생활에서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부분 중 하나.

날씨가 맑거나 공기가 쾌청하면 확실히 안 좋은 기분도 풀리는 느낌이 있다. 더더욱 요새같이 미세먼지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날씨의 아이는 이 날씨라는 소재를 가지고 만든 판타지이다. 평범한 남자 주인공인 호다카가 어느 날, 비가 오는 날씨를 맑게 만들 수 있는 '맑음 소녀' 히나를 만나서 펼쳐지는 로맨스 판타지.


신카이 마코토하면 이제는 널리 알려진 폭발 하듯 아름다운 작화와 레드웜프스의 영화를 그대로 그려낸 듯한 ost가 찰떡궁합의 시너지를 만들어 냈다. <너의 이름은>부터 시작된 인연이지만, 이젠 그 둘 중 하나만 빠져도 어색할 정도의 경지가 되었다.


다만, 스토리적 측면에서 날씨의 아이를 따진다면, 그렇게 좋은 평가를 주기는 힘들 것 같다. 흔히 스토리와 플롯을 구분 지을 때 따지는 것이 있다. 바로 인과관계다. <왕이 죽었다. 그리고 왕비가 죽었다>, <왕이 죽었다. 슬픔을 못 이겨 왕비도 죽었다.> 전자는 그냥 스토리고, 후자는 플롯이 있는 스토리다. 전자는 그저 나열인 반면, 후자는 사건의 전개가 명확하다.


전작인 <너의 이름은>도 같은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작도 신카이 마코토의 비판점은 같았다. 한 마디로 이야기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것. 정확히는 사건과 사건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너의 이름은>이나 날씨의 아이나 소년이 소녀를 만나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그 전개과정에서 왜 그렇게 되어야 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다. 집을 가출한 소년이 왜 어쩌다가 만난 소녀를 그렇게 애지중지 하는지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다. 적어도 전작의 경우에는 남녀 주인공의 몸이 바뀐다는 그럴만한 이유라도 존재했다.


또 완전히 허구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면 다를 수 있어도 이 작품의 배경은 엄연히 도쿄. 현실에 존재하는 도시의 이름이다. 현실이 개입된 이상 판타지라도 그럴싸한 설정을 해줘야 납득이 가능한 전개가 완성된다. 작중 내내 일본엔 비가 온다. 하지만 이상 기후라고만 설명할 뿐, 정작 왜 비가 그리 많이 내리게 되었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기후란 것은 분명 주변에도 영향을 미칠 텐데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오직 일본에만 비가 내린다. 그저 이 많은 비를 그치고 원래의 날씨로 되돌려 놓으려면 '맑음 소녀'를 제물로 바치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연출면에서도 도쿄의 랜드마크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전작인 <너의 이름은>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고 아예 타카와 미츠하가 우정출연하기도 했다. 과장되게 말하자면 그 작품의 남녀 주인공을 바꿔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둘의 느낌은 비슷했다. 한 감독에서 나온 것이니 당연할 터이면서도.


마지막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주인공이 제물로 바쳐진 여주인공을 구한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도쿄는 3년이 지난 시점에 거의 물바다. 아니, 섬 자체가 물에 잠긴 수준으로 되어버린다. 그런데도 남녀 주인공은 밝고 희망차기만 하다. 도시가 잠길 정도로 비가 내린다면 당장의 생활부터 걱정해야 하건만 주인공들의 반응은 그런 현실 따위 눈에 보이지 않는 듯 행동한다. 물론 어떤 식으로든 결말을 내어야 하니 그럴 테지만 영화를 다 보고 찝찝한 감정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열린 결말이기는 한데 배드인지 해피인지 알 수는 없다. 주인공들이 아무리 희망에 가득 차 있더라도 도쿄가 계속 물에 잠기는 이상 언제까지나 그곳에 머무를 순 없을 것이다.


물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작품보다는 작품 외의 미디어 믹스에서 후일담을 풀어놓거나 영화에서 미쳐 보여주지 못한 장면들을 잘 보여주기도 하는 감독인데, <언어의 정원> 때도 영화보다 더 자세한 설명을 직접 쓴 소설에서 풀어낸 적이 있고 <너의 이름은> 역시나 소설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물론 하나의 작품이 많은 미디어를 통해 이어질 수도 있지만 이런 세세한 것까지 모두 파악하지 않는 라이트한 관람객들은 오로지 영화만으로 작품을 평가한다. 영화에서 딱 집어 말해주지 않으면 영화는 개연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46분으로 러닝타임이 비교적 짧은 편인 <언어의 정원>이나 초기 작품인 <초속 5cm 미터>가 전하려는 주제는 더 명확하다. 그런 점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아직까진 장편보다 단편에서 더 괜찮은 모습을 보여준다.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논란이 있지는 않았다.


이 글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팬으로 아쉬운 마음에 써 본 것이다. 다음 작품에서는 스토리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비를 다루는 연출은 이번 작품에서 더욱 진화했다.) 작화와 ost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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