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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타데야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공원

나의 바르셀로나

by 마케터 아델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공원

산 주안 거리를 걷다가 개선문을 지나 광장을 따가 내려가면 그 끝에 시우타데야 공원이 나온다.


이른 아침 시간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사람, 요가, 크로스핏, 조깅 등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공원을 찾는다.


오후가 되면 책을 읽는 사람, 간단히 챙겨 온 점심을 먹는 사람, 비키니를 입고 태닝을 하는 사람들이 공원의 잔디밭에서 각자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주말이 되면 공원에는 피크닉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나의 시우타데야

주말 아침 산 주안 거리를 산책하다가 기운이 더 나는 날이면 시우타데야 공원까지 내려가 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차 소리가 사라진 나무 가득한 공원을 걷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해변에 가기에는 조금 이른 봄에는 친구들과 공원에서 만나 피크닉을 즐겼다. 감자칩, 후무스와 당근은 나의 피크닉 최애 메뉴였다. 술은 날씨나 기분에 따라 비노 띤또(레드 와인), 카바(스파클링 와인) 혹은 세르베사(맥주) 중에서 선택했다.


보른 지구에서 젤라또 하나 들고 느릿느릿 걷다가 초록 초록한 나무가 보고 싶었던 우리는 시우타데야 공원으로 향했다. 호수가 보이는 벤치에 앉아 노를 저으며 미소를 띠고 있는 사람들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는데 그날 가장 잘한 일이라며 서로를 칭찬했다.


메르세 축제 기간 동안 시우타데야에는 푸드트럭이 들어선다. 바르셀로네타에서 진토닉 한잔하고 출출해진 우리는 새로운 음식을 맛보러 시우타데야 공원으로 갔다. 파란색의 바다를 보고 난 후 초록색의 잔디를 마주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쉽게 회색을 잊게 된다.






조용한 휴식 공간

서울의 6분의 1에 해당되는 작은 도시인 바르셀로나에는 160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여기에 매년 천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전 세계에서 찾아온다. 사람들이 가득하고 분주한 도시지만 관광객들이 몰리는 장소들을 제외하면 꽤 한적하고 조용하다.



특히 시우타데야 주변은 바르셀로나에서도 아주 조용한 곳 중 하나이다. 바르셀로나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동안 시우타데야에 처음 왔을 때 고요하다고 할 만큼 조용한 시우타데야와 주변의 모습에 당황했었다.


그만큼 자동차 소음 없이, 북적이는 관광객 없이 조용히 즐길 수 있는 이 공간을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애정 한다.






도시를 지키던 성채
시우타데야

시우타데야 Ciutadella는 카탈루냐 어로 성과 요새가 함께 있던 '성채'를 의미한다. 공원이 조성되기 전 이곳에는 바르셀로나를 지키는 성채가 있던 곳이다. 바르셀로나에서 처음으로 열린 1888년 만국박람회에 맞춰 개선문이 세워졌고 이 공원이 조성되었다.


공원 입구에 있는 건물은 카탈루냐 음악당을 만든 도미니크 문타네르의 작품이다. 만국박람회 때 카페와 식당으로 사용되었던 건물인데 빈 공간으로 둔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작년부터인가 보수공사를 시작한 것 같은데 언제쯤 오픈되어 다시 사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 건물 이외에도 공원 안에는 교회, 학교, 동물원 그리고 카탈루냐 의회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2018년 카탈루냐 의회는 이곳에서 독립을 선언을 했고 카탈루냐 시민들은 개선문 뒤로 펼쳐진 광장에서 환호했다.


하지만 시우타데야에서 가장 빛나는 건축물은 이 분수다. 공원의 전체 디자인을 맡은 호세 폰세라 José Fontseré가 분수 주변 건물을 설계했고 가우디가 분수 자체를 디자인했다고 한다.


미모사 꽃이 가득했던 6월 말 엄마 아빠가 바르셀로나에 오셨을 때 시우타데야 공원과 분수는 더욱 빛났다.






잊지 못할 노을

시우타데야 공원에서의 마지막 기억은 아주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선선한 바람이 불던 8월 말 책 한 권 들고 공원으로 갔다. 어렵게 읽었던 그 책을 겨우 마무리하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고개를 들었다. 푸른 보라색과 붉은 주황색이 오묘하게 섞인 노을로 하늘이 물들어있었다.


항상 하늘이 예쁜 바르셀로나였고 핑크빛 노을이 매일 새로웠지만 이 날의 노을은 아주 특별했다.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아 눈을 여러 번 깜빡였다.

이런 노을을 선물해 준 바르셀로나에게 고마운 순간이었다.


언제든지 초록 초록한 잔디와 나무들에 둘러싸여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시우타데야 공원과 바르셀로나의 맑고 예쁜 하늘이 그립다.











나, 아델


한국 회사 생활을 정리한 후 3개월 동안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 한 달을 보낸 바르셀로나는 꼭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고 한국에 돌아온 지 6개월 만에 다시 떠나 5년이라는 시간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다.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사람들은 나의 또 다른 가족이 되었고 다양한 국적의 유럽 사람들은 내 회사 동료 혹은 친구가 되었다. 바르셀로나 도시 자체를 너무 사랑했지만 이방인으로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그 도시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미워하는 마음도 크기를 같이 하고 있다.


'나의 바르셀로나'는 이런 기억들을 조금씩 적어보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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