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바르셀로나
48시간 오픈 하우스 바르셀로나
48 Hours Open House Barcelona
매년 10월 셋째 주 주말에 열리는 48시간 오픈 하우스 바르셀로나는 평소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는 건축물을 대중에게 무료로 오픈하고 소개한다.
1992년 런던에서 처음 시작된 후 뉴욕, 더블린, 골웨이, 텔아비브에 소개되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2010년부터 개최되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현재는 바르셀로나에서 건축과 관련된 행사 중 가장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았으며 150개 정도의 건축물들이 행사에 참여한다.
기존에 입장료를 받던 바르셀로나의 유적지, 미술관들은 무료로 손님들을 맞이하고관계자가 아니라면 입장할 수 없던 공장, 도서관, 아파트와 같은 건물들은 문을 열고 모두를 초대한다.
계획이 필요한 이벤트
9월 메르세 이후 축제가 없는 10월의 바르셀로나는 48시간 오픈 하우스 이벤트로 활력을 얻는다.
100개가 훨씬 넘는 장소들은 도시 깊숙이 숨겨진 폐공장, 지하 벙커, 납골당, 카탈루냐의 아름다운 건축미를 볼 수 있는 대부호의 오래된 집 혹은 시청사와 같이 그 종류가 다양하다.
이틀 동안 원하는 모든 건물들을 방문할 수 없기 때문에 건물의 위치, 오픈 날짜와 시간을 잘 파악한 후에 효율적으로 동선을 계획해야 한다.
대부분의 건물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는데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까지도 기다려야 하므로 인내심도 필요하다. 바르셀로나에 며칠 동안 머물다 가는 관광객들에게는 많이 부담되는 일정이므로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이 더 많이 참여하는 이벤트이다.
출퇴근하면서 봤던 멋진 아파트, 산책하면서 눈여겨봤던 예쁜 도서관,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색다를 뷰를 가진 곳 등등 그동안 호기심을 품어왔던 장소들을 직접 방문하기 위해 매년 지도를 들도 건물들을 찾는다.
승마클럽 Círculo Ecuestre
이 건물은 1910년에 카탈루냐 모더니즘 형식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발마스 Balmes와 디아고날 Diagonal의 코너에 위치하고 있다. 이전에는 페레스 Perez Samanill 가족의 집이었다가 1950년대부터 카탈루냐 승마클럽의 회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클럽은 1856년 카탈루냐의 부르주아들이 설립했는데 현재까지도 엄청난 회비를 내고 회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가입이 가능한 카탈루냐 부자들의 사교클럽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1950년대 이 건물이 회관 소유가 되면서 그 당시 의장이 꾸몄다고 하는데 고급스러운 재료들을 활용해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바르셀로나 시민들이 굶주릴 정도로 어려웠던 시기에도 이곳 승마 클럽에서는 항상 파티가 열렸고 파티에 참여한 사람들은 굶주린 사람들이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2층의 가장 큰 창문을 열어두었다고 한다.
서민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세계가 펼쳐졌던 곳이다.
개선문 오르기
평소에는 아래서 올려 다만 볼 수 있는 개선문을 48시간 오픈 하우스 행사기간 동안 올라가 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오픈되어 있지 않은 곳이라 사람들이 너무 몰린 데다가 안정상의 이유로 한 번에 15명만 올라갔다가 내려와야 하므로 2~3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다.
바르셀로나의 개선문은 전쟁이나 영웅을 기리는 다른 개선문과 달리 1888년 스페인에서 처음 열린 만국박람회 정의 입구로 건설되었다. 개선문의 각 면에는 농업, 상업, 그리고 예술을 상징하는 조각이 새겨져 있고 아치를 따라 채워진 방패는 카탈루냐를 구성하는 49개 지방의 문양이다.
개선문을 오르는 계단은 너무 좁고 어두웠다. 안전장치도 전혀 없어 벽에 바짝 붙어 계단만 집중해서 보고 올라갔다. 왜 18세 이상만 입장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잠깐의 고통이 지나고 올라간 개선문에서 바르셀로나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앞으로는 시우타데야 공원과 지중해가 펼쳐져 있고 뒤로는 산주안 거리가 쭉 뻗어 있었다. 앞뒤로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이 다른 하늘을 만들며 아주 멋진 그림을 선물해 주었다.
바르셀로나의 새로운 모습
10월이 되면 그동안 만날 수 없던 바르셀로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어 설레었다. 이 기간 동안 방문했던 다른 건물들은 다음에 자세히 이야기해보고 싶다.
올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행사를 무사히 치러냈다는 뉴스를 보았다. 내년 바르셀로나에서 이 행사를 통해 숨겨진 바르셀로나를 만나보기를 바란다.
나, 아델
한국 회사 생활을 정리한 후 3개월 동안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 한 달을 보낸 바르셀로나는 꼭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고 한국에 돌아온 지 6개월 만에 다시 떠나 5년이라는 시간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다.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사람들은 나의 또 다른 가족이 되었고 다양한 국적의 유럽 사람들은 내 회사 동료 혹은 친구가 되었다. 바르셀로나 도시 자체를 너무 사랑했지만 이방인으로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그 도시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미워하는 마음도 크기를 같이 하고 있다.
'나의 바르셀로나'는 이런 기억들을 조금씩 적어보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