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바르셀로나
젤라또 Gelato
단맛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 나는 메뉴 델 디아를 먹을 때면 디저트를 다 먹지 못하고 남기게 된다. 내가 혼자 먹기 위해서 초콜릿이나 케이크를 사본적은 없다. 하지만 젤라또는 좋아하는 가게를 혼자 찾아가서 먹을 정도로 좋아한다.
추운 겨울에 먹는 젤라또도 너무 좋아하지만 더운 여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을 때 차갑고 달콤한 젤라또를 입에 넣으면 행복감이 밀려온다. 천연재료들을 사용해 인공적인 맛이 나지 않고 과하게 달지도 않는 수제 젤라또는 최고의 맛이다.
여름이 되면 바르셀로나 사람들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먹는 맛있는 수제 젤라또 가게들이 여러 개 있다. 같은 재료로 아주 다른 맛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그 가게만의 시그니처 맛을 내세우기도 한다.
고체디라떼 Gocce di Latte
보른지구 끝에 있는 고체디라떼는 바르셀로나에서 내가 가장 많이 간 젤라또 가게이다. 날씨나 계절에 상관없이 보른 지구에 가는 날은 고체디라떼에서 젤라또를 먹는 날이었다. 젤라또를 좋아하지만 단맛 섭취 능력이 떨어지는 나에게 고체디라떼의 달지 않은 젤라또는 완벽한다.
2012년 로마에서 온 마테오와 리타가 문을 연 이 가게는 고급 재료들을 사용해 젤라또를 만들기로 유명하다. 특이한 재료를 사용한 맛도 많은데 울금, 로즈메리, 대추야자, 흑마늘, 오랑캐꽃 같은 젤라또와의 조화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재료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5성급 호텔의 바텐더가 이 가게의 젤라또를 맛을 보고 영감을 받아 새로운 칵테일을 만들었을 정도로 각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 젤라또의 새로운 맛을 잘 만들어 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고의 맛
한 스쿱은 2.80유로, 두 스쿱은 3.70유로이다. 두 가지 맛을 조화롭게 골라 함께 맛보는 걸 추천한다. 원한다면 당연히 더 큰 사이즈로 주문할 수도 있다.
티라미수: 진열된 젤라또 위에 진짜 티라미수 조각이 올려져 있는데 주문하면 티라미수 케이크 조각을 으깨서 바로 젤라또와 섞어준다. 티라미수 빵의 식감과 티라미수의 맛이 진하게 퍼지면서 미소를 짓게 된다. 고체디라테의 티라미수는 다양한 크기로 판매할 정도로 맛있다.
고체디라떼에서 항상 시키던 맛이다.
초콜릿 & 바닷소금: 단맛이 거의 없는 카카오 농도 높은 초콜릿에 혀 끝에 살짝 느껴지는 짭짤한 소금 맛의 조화가 완벽하다. 초콜릿을 너무 좋아하는 친구가 절대 달지 않다며 추천해준 이 젤라또를 맛보고 나서 한동안 티라미수와 초콜릿 & 바닷소금의 조합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바닐라, 캐러멜, 커피, 헤이즐넛과 같은 맛의 젤라또와 같이 먹어도 너무나 조합이 좋다.
딸기, 블루베리, 레몬과 같은 과일 맛을 베이스로 한 젤라또는 과일 이외에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듯한 맛이 난다. 뜨거운 여름 날씨에 지쳐 떨어진 입맛을 상큼한 과일맛이 확 살려준다. 이 외에도 아주 다양하게 젤라또 종류가 많으니 취향껏 여러 조합으로 먹어보자.
비건인 사람들을 위해서 고체디라테 2호점에서는 쌀 우유를 사용해서 만든 젤라또와 글루텐을 제거한 콘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새롭게 만들어진 비건들을 위한 젤라또의 맛도 궁금하다.
한 손에는 고체디라테 젤라또를 들고 친구와 함께 보른지구를 거닐며 수다를 떨던 그 날이 요즘 자주 떠오른다.
보른 지구 고체디라떼 젤라또가 그립다.
나, 아델
한국 회사 생활을 정리한 후 3개월 동안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 한 달을 보낸 바르셀로나는 꼭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고 한국에 돌아온 지 6개월 만에 다시 떠나 5년이라는 시간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다.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사람들은 나의 또 다른 가족이 되었고 다양한 국적의 유럽 사람들은 내 회사 동료 혹은 친구가 되었다. 바르셀로나 도시 자체를 너무 사랑했지만 이방인으로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그 도시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미워하는 마음도 크기를 같이 하고 있다.
'나의 바르셀로나'는 이런 기억들을 조금씩 적어보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