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바르셀로나
10월 바르셀로나의 군밤, 군고구마
10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바르셀로나의 거리에는 군밤과 군고구마를 파는 작은 노점들이 하나둘씩 생겨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거리에서 사 먹는 그 군밤과 군고구마와 같아 이런 가게들을 볼 때면 더욱 반갑다.
10월의 마지막 날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이런 점포에서 군밤과 군고구마를 사 가거나 집에서 직접 만든다.
까스따냐다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바르셀로나의 할로윈 까스따냐다
미국의 할로윈과 멕시코의 죽은 자들의 날처럼 바르셀로나에는 까스따냐다가 있다. 까스따냐다는 스페인에서도 카탈루냐 지방에서만 기념하는 날이다.
10월 31일 밤부터 11월 1일까지 카탈루냐 사람들은 그들의 조상님을 기린다.
예전에는 마을의 종지기가 밤새 교회의 종을 울렸고 사람들은 따뜻하게 벽난로를 켜두고 달달한 와인을 마시며 화로에서 군밤과 군고구마를 굽고 빠나예츠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전통은 18세기 견과류와 설탕에 절인 과일들을 먹는 장례문화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11월 1일 성묘를 다녀와 가족 혹은 지인들과 모여 와인에 군밤, 군고구마, 빠나예츠를 먹으며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그리워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빠나예츠 Panellets
까스따냐다에서 빠질 수 없는 빠나예츠는 아몬드 가루에 설탕과 계란을 넣어 작고 동그랗게 만든 반죽에 잣을 붙여 만든다. 빵과 쿠키 중간 정도 되는 질감의 빠나예츠는 와인뿐만 아니라 커피와도 잘 어울려 까스따냐 내내 입에 넣게 된다.
종교 행사 이후에 축복을 기도하면 먹던 관습이 까스따냐의 빠나예츠로 이어져오고 있는데 지금은 잣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만들고 있다.
까스따냐다 동안 맛있게 즐겨먹는 다양한 종류의 빠나예츠는 사실 조상들을 위한 음식이다. 카탈루냐 사람들은 10월 31일 밤 이승으로 돌아오는 조상들이 춥고 배고프지 않도록 난로를 켜두고 빠나예츠를 와인과 함께 놓아둔다.
함께하는 까스다냐다
11월 1일 오후가 되면 오전에 바르셀로나 근교로 성묘를 다녀온 사람들이 친구네 시골집에 모였다. 시골집 주변에 가족의 묘가 있는 친구 부모님의 지인들이 모이는 자리였다.
각자 만들거나 가게에서 사 온 빠나예츠를 나눠먹으며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그러는 동안 가라앉은 마음을 서로 달래주는 시간이었다. 추위가 시작되기 전 카탈루냐 시골집의 드넓은 마당을 즐길 수 있는 일년 중 마지막 행사였다.
빠나예츠는 없지만 아쉬운대로 군밤과 군고구마로 올해 까스따냐다를 보내야겠다.
나, 아델
한국 회사 생활을 정리한 후 3개월 동안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 한 달을 보낸 바르셀로나는 꼭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고 한국에 돌아온 지 6개월 만에 다시 떠나 5년이라는 시간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다.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사람들은 나의 또 다른 가족이 되었고 다양한 국적의 유럽 사람들은 내 회사 동료 혹은 친구가 되었다. 바르셀로나 도시 자체를 너무 사랑했지만 이방인으로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그 도시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미워하는 마음도 크기를 같이 하고 있다.
'나의 바르셀로나'는 이런 기억들을 조금씩 적어보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