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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아델 Dec 16. 2020

말라가에서 처음 만난 타파스

스페인 여행: 말라가, 타파스 맛집

여행지 맛집


입맛도 까다롭지 않고 음식에 대한 호기심도 별로 없는 나는 여행지 맛집에 대해 알아보지 않는다. 덕분에 나와 여행하는 사람은 항상 자신이 원하는 메뉴나 식당을 결정할 수 있다. 내가 굳이 부탁하지 않아도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항상 맛집들을 추천해 주었는데 그런 정보들을 잘 기억해두었다가 배가 고플 때 근처를 지나가게 되면 그곳에서 식사를 했다. 정보가 없다면 걷다가 분위기가 괜찮고 적당히 맛있어 보이는 현지 음식점에 들어가 끼니를 때웠다.


식당의 분위기가 제일 중요한 나는 마음에 드는 식당을 찾는 데까지 오래 걸렸는데 스페인의 시에스타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끼니를 거를 때도 종종 있었다. 혼자 찾아가다 보면 메뉴를 잘못 선택하기도 하고 음식 맛이 좋지 못한 곳도 가게 되었지만 유적지가 보이는 곳, 경치가 좋은 곳, 현지 분위기 제대로 나는 곳을 찾아가다 보니 음식이 마음에 안 들어도 어느 정도 위안을 삼을 수는 있었다.







스페인 타파스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음식이나 맛집에 대해서는 알아보지 않았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빠에야와 하몽 정도 자연스럽게 맛볼 수 있겠지 싶었는데 첫 여행지였던 말라가에서 제대로 스페인의 타파스를 맛보았다.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타파스를 간단히 설명하면, 타파스는 적은 양으로 담겨 나오는 음식을 이야기한다.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술을 서빙할 때 잔에 먼지나 벌레가 들어가지 않도록 잔 위를 빵이나 햄으로 덮은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스페인어로 따빠르 Tapar는 덮는다는 뜻을 갖고 있는데 여기서 타파스 Tapas가 유래되었다.


술을 먹을 때 간단한 안주로 혹은 친구들과 저녁을 먹을 때 애피타이저의 개념으로 여러 요리들을 주문해서 즐긴다. 테이블 가운데에 음식을 놓고 다 같이 포크나 손으로 집어먹는다. 우리나라에서 여러 반찬을 놓고 다 같이 나눠먹는 모습과 비슷하다. 각자의 접시에 따로 요리를 놓고 먹는 서양 문화에서는 여러 명이 한 음식을 나눠먹는다는 건 아주 색다른 경험으로 생각되는 것 같다. 가끔 이런 문화를 어려워하는 서양 친구들도 만났는데 우리와 많이 비슷한 식문화가 나에게는 스페인을 더 친근하게 느껴지게 해 주었다.






말라가에서 만난 타파스



말라가 에어비엔비 주인이었던 라파 아저씨는 에어비엔비의 손님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재밌는 이벤트를 많이 주최하셨는데 타파스 나이트가 그중 하나였다. 라파 아저씨의 지휘 아래 숙소의 사람들이 모여 타파스 식당으로 향했다. 아저씨가 데려간 말라가 어느 골목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타파스를 처음 맛보았다.


처음 간 곳은 전통적인 스페인 음식 이외에도 피자, 께사디아, 미트볼 같은 다른 종류의 음식들도 있었는데 여러 음식들을 주문해서 다 같이 나눠 먹는다는 게 재밌었다. 밥 먹고 술 마시면서 서로 여행 이야기도 하고 말라가 정보도 공유하고 몸도 마음도 든든한 시간이었다. 4명이서 테이블 가득하게 음식을 주문해서 먹었는데도 각자 6~7유로를 낼 정도로 음식 가격이 정말 저렴했다.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맛보고 싶은 음식을 여러 개 주문했는데 항상 내가 먹을 수 있는 양보다 많았다. 남기지 않고 다 먹으려고 하다 보니 맥주 한잔 더 시키게 되고 천천히 먹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혼자서도 스페인 사람처럼 오랜 시간 식사를 하게 되었다. 맥주 한 잔과 두세 가지 타파스를 주문하고 여기에 빵을 곁들이면 완벽한 식사가 되었다. 식탁에 무심히 던져주는 빵이 너무 맛있었다.


말라가에 도착한 지 며칠 되지 않아 내 생일이 되었다.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라파 아저씨가 생일날에는 맛있는 걸 먹어야 한다며 아무도 데려간 적이 없다는 숨겨진 바에 데리고 가서 저녁을 사주었다. 제일 먹고 싶은 메뉴를 주문하라고 하셔서 먹어보았던 타파스 중에 제일 좋아했던 멸치를 튀긴 보께로네스 (Boquerones), 튀긴 감자에 매콤한 브라바스 소스를 올린 파타타스 브라바스 (Patatas bravas), 올리브오일을 가득 넣고 새우를 요리한 감바스 알 아히요(Gambas al ajillo)를 주문했다.


오래된 작은 레스토랑 안과 밖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시원한 여름밤 스페인 사람들이 가득한 좁은 골목에서 먹은 저녁은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만족시켜주었다. 소소하지만 행복했던 생일이었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타파스를 스페인의 여러 도시에서 맛보았지만 아직도 나에게는 말라가에서 처음 먹었던 타파스가 가장 맛있었다.











스페인 여행일기


스페인행 비행기 표를 먼저 산 후 한국에서의 회사 생활을 정리했다. 스페인 말라가를 시작으로 모로코와 포르투갈을 거쳐 이베리아 반도를 100일 동안 여행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만났다. 낯선 곳에서 홀로 보낸 시간은 나 자신을 조금 더 알아가는 기회가 되었고 처음으로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해 주었다. 내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최고의 여행이었다.


스페인 여행일기에서 그 여행의 추억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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