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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아델 Jan 16. 2021

시드니 본다이 비치와 코스탈 워크, 휴식과 모험

12월 여름 여행 시드니 한 달 살기: 본다이 쿠지 코스탈 워크 타마라마

여행, 바다


스페인을 여행하는 100일 동안 해변도시들을 위주로 여행한 것을 계기로 이후에 내가 선택하는 목적지에는 바다가 꼭 있어야 했다. 내가 바르셀로나로 이사를 결심했을 때처럼 시드니행 티켓을 끊을 때에도 파도치는 바다와 뜨끈한 해변의 모래를 제일 먼저 떠올렸다. 해변을 즐기는 법은 바르셀로나에서 충분히 익혀두었고 시드니의 해변에 자리를 잡고 눕기만 하면 됐다.


시드니에서 지내는 한 달 동안 뉴타운에서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해변들을 주로 가다 보니 많은 해변을 가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여러 번 찾은 해변도 매번 파도 모양이나 바다의 색이 달라 지루하지 않았다.






본다이 비치


그중 가장 많이 갔던 본다이 비치는 뉴타운 숙소에서 버스로 넉넉히 잡아 한 시간 정도 걸렸다. 뉴타운에서 본다이 비치에 가기 위해서는 본다이 정션에서 환승을 해야 했다. 수많은 버스와 기차가 오가는 본다이 정션에는 거대한 웨스트 필드 West Field와 이스트 게이트 East Gate 쇼핑몰이 있다. 해변에 가기 전후로 쇼핑몰 구경도 하거나 식사를 하기에 편리했다.


본다이 정션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조용한 마을 사이를 20분 정도 더 달리면 바다가 보였는데 조금이라도 빨리 바다의 모습을 보고 싶어 창문 밖 풍경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본다이는 에보리진 언어로 바위에 부서지는 물이나 그 소리를 의미한다고 한다. 12월 중순 평일 오후에 도착한 본다이 비치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본다이 해변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조용히 들을 수 있었다.


이 날은 파도가 꽤 크게 친 날이라 서퍼들이 많았다. 여러 서퍼들 중에서 최고수가 있었는데 어떤 파도든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타는 모습이 정말 멋졌다.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눈이 모두 그를 향해있었다. 파란 바다에서 찾기 쉽게 핑크색 캡을 쓰고 있었다.


수평선까지 뻗어나갔던 시선을 가져와 멋지게 파도를 타는 그 서퍼의 움직임을 살펴보았다. 그를 태운 파도와 함께 미끄러지면서 보드가 발에 붙은 듯 움직이는 그가 정말 신기했다. 해안가까지 그를 밀어낸 파도는 내 앞에서 부서졌다. 핑크색 캡을 쓴 그 서퍼가 사라질 때까지 내 시선이 향하는 곳은 반복되었다.


살짝 구름이 드리워졌던 하늘이 맑아지면서 태양은 더 뜨거워졌다. 시드니에 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내 떠올렸던 모습처럼 태양볕을 가득 받으며 뜨끈한 해변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들었다. 하늘도 바다도 다 내 것만 같이 행복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쯤 바다에 발을 담그고 잠을 깨웠다. 해안을 따라 산택을 가보기로 했다.






본다이 쿠지 코스탈 워크


본다이 쿠지 코스탈 워크 Bondi to Coogee Coastal Walk는 본다이 비치부터 쿠지 비치까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6km의 산책로이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 10분 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이지만 구불구불 해안선을 따라 걸어가면 두 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쿠지에서 다시 마루브라까지 걸어간다면 한 시간 반이 더 걸린다.


나와 친구들은 본다이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인 타마라마 비치까지 가보기로 했다. 코스탈 워크를 따라 매켄지 포인트에서 한 템포 쉬어주고 타마라마에 도착해서 보니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코스탈 워크에서 길지 않은 구간이었는데도 계속해서 다른 풍경과 길이 나타났다. 절벽을 따라 좁은 산책로를 걷다가 탁 트인 절벽 끝 포인트가 나오고 바위들 사이를 지나 파도가 찰싹이는 낮은 곳까지 내려가면서 다이내믹한 코스가 이어졌다.


아주 잘 조성되어 있는 코스탈 워크를 따라 해변, 공원, 절벽, 만이 있어 원하는 곳에서 쉬거나 수영을 할 수 있다. 코스에 따라 카페와 식당, 호텔도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부의 해변에 간단하게 피크닉을 할 수 있는 테이블과 화장실, 탈의실도 마련되어 있다. 게다가 타마라마, 브론테, 쿠지와 마루브라 해면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전기식 바비큐 테이블까지 있다고 한다. 남녀노소 모두가 해변을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쓴 것 같다.


뜨끈한 태양열에 살짝 늘어졌던 내 몸은 친구들과 산책로를 걸으면서 활기가 생겼다. 오르락내리락 하며 끊임없이 다른 뷰를 보여주는 코스탈 워크를 걷는 건 마치 새로운 행성을 여행하는 것 같았다. 아랫부분이 움푹 깎여 기괴하게 이어진 바위를 따라 타마라마 비치에 도착했다.






타마라마 비치


약간의 모험 끝에 도착한 타마라마 비치는 본다이에 비하면 아주 작은 해변이었다. 타마라마 비치의 이름이 에보리진 언어로 태풍을 뜻하는 감마감마에서 유래되었을 거라고 한다. 이름처럼 주변 바위로 부서지는 파도가 굉장히 강했다. 


1887년 시드니 첫 번째 놀이공원이 이 해변에 만들어졌는데 해변의 끝과 끝을 잇는 큰 롤러코스터가 바다 위를 지나는 형태로 운영되었다고 한다. 시드니의 가장 유명한 놀이공원으로 오랫동안 이어져오다가 1900년대 초반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1920년대부터 뉴사우스웨일스 정부에서 소유하고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타마라마 해변이 깊은 계곡으로 파여있는 작은 해변이라 조금 더 아늑했지만 저녁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오래 머물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해변에서 편안한 시간도 보내고 멋진 풍경과 함께 걸으면서 활력을 찾았던 뿌듯한 코스였다.











12월 여름 여행

싱가포르 & 시드니 한 달 살기


바르셀로나의 축축한 겨울이 유난히 싫었던 그 해 12월, 뜨거운 태양을 즐길 수 있는 시드니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비행기로 21시간이 걸리는 시드니를 가는 길에 싱가포르에서 잠시 쉬어갔다. 시드니에서는 가장 힙한 동네인 뉴타운의 에어비엔비에서 한 달을 머물면서 시드니와 그 주변을 여행했다. 시드니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고 그들 덕분에 시드니와 호주를 10년 전에 여행했을 때 보다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머리와 마음이 같이 리프레시 되었던 12월의 여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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