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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아델 Jan 30. 2021

시드니 쿠지 비치와 코스탈 워크의 작은 해변

12월 여름 여행 시드니 한 달 살기: 고든스 베이, 클로벨리 비치


바다에 갈래


12월, 시드니 뉴타운에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 1층 내 방에는 뒷마당으로 크게 나있는 유리창으로 햇살이 가득 들어왔다. 하얀색 얇은 커튼으로만 유리창이 가려져 있어 매일 햇빛에 눈이 부셔 잠에서 깼다. 세수하고 양치하고 부지런히 움직이면 에어비앤비 호스트인 피터가 내려주는 아주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맛볼 수 있었다.


뒷마당에서 선선한 아침 바람에 아침을 간단히 먹고 나서 해변에 갈 준비를 했다. 선크림을 온몸에 가득 바르고 수영복 위에 원피스 하나 걸친 다음 책이랑 비치타월이 든 가방을 챙기면 선글라스를 끼고 밖으로 나갔다. 집에서 한 블록 뒤 커다란 나무를 지나 킹 스트리트로 가면 버스 정거장이 있었다. 여기서 370번을 타면 쿠지 비치까지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자가용을 타고 가는 것보다 시간이 두 배 더 걸렸지만 급할 게 없는 나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는 차 안에서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 걸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더 재밌었던 것 같다.

달리고 달려 버스가 쿠지 비치에 도착했다.






쿠지 비치 Coogee Beach


쿠지 Coogee라는 이름은 에보리진 어로 '냄새나는 곳'이라는 뜻의 쿠하 Koojah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름에 대한 다른 설들도 있는데 모두 냄새와 관련되어 있다. 해변으로 밀려드는 해조류들이 부패하면서 냄새가 많이 났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쿠지 비치는 깨끗하고 주변의 부대시설들은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다. 이 해변 근처에는 공원과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버스들이 도착하는 정거장과 해변 사이에 탈의실, 샤워실, 화장실이 있어 해변을 즐기기에 완벽하다. 해변 뒤로 자리 잡고 있는 피쉬앤칩스를 비롯한 다양한 레스토랑과 가게도 더 많은 사람들이 쿠지 비치를 찾게 만든다.



본다이가 헤비메탈이 잘 어울리는 해변 이리면 쿠지는 미디엄 템포의 라운지 음악이 어울리는 바이브였다. 버스 정류장이나 주차장에서 내리면 초록색 잔디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해변을 감싸는 초록빛이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그 위를 걷고 싶은 마음에 해변에서 잠깐 머물다가 산책로를 걸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쿠지를 다시 찾았다. 해가 지기 전 늦은 오후에 도착한 쿠지의 햇빛은 훨씬 부드러웠다. 따갑지 않은 볕에 더 오랜 시간 해변을 즐길 수 있었고 몸은 더욱 노곤노곤해졌다. 집으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고 침대에 딱 누웠을 때 하루를 아주 잘 마무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태양의 기운을 받이 기분 좋게 잠들었다.


시드니를 떠나기 전 날 마지막 해변으로 쿠지 비치를 갔다. 1월이 되고 나서 더위가 조금 수그러들었고 파도도 높아졌다. 수영을 못해서 겁이 났지만 심호흡을 하고 파도에 몸을 실었다. 높이 솟은 파도를 타기 위해 힘껏 점프하고 해변에서 되돌아오는 물살에 밀리지 않으려 온몸에 힘을 바짝 주고 버텼다. 이렇게 몇 번 파도를 타고 놀다 보니 금세 기운이 쫙 빠졌다.






코스탈 워크


본다이와 쿠지 비치 사이에는 해안을 따라 걸을 수 있는 6km의 산책로가 있다. 지난번에는 본다이에서 타마라마 해변까지 걸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쿠지에서 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독특한 모양과 색깔의 바위가 주를 이루었던 본다이 부근의 산책로와 다르게 쿠지에서 시작된 길은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그 아래로 해변과 바다가 보였다. 투명하게 맑은 바닷물은 깊이가 많이 깊지 않은 쿠지의 속을 다 드러내 보였다. 시원한 태평양 바다를 보면서 걷는 기분은 환상적이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 로잔나는 호주에서 가장 많이 발병되는 암이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암이라며 선크림을 정말 열심히 바르고 최대한 태양을 피할 것을 항상 강조했다. 하지만 우중충한 하늘과 추위가 먼저 생각나는 12월에 뜨거운 햇살을 받을 수 있다는 건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다. 모자와 선글라스로 얼굴은 가려주었지만 온몸을 가리고 싶지 않았다.


코스탈 워크를 걸으면서 피부가 살짝 따끔할 때마다 여름 태양에 둘러싸인 기분이 좋아 행복했다.






작은 해변들


쿠지 비치에서 출발해 도착한 해변은 고든스 베이 Gordons Bay였다. 잔디밭 공원, 여러 색깔의 단층들이 쌓인 바위와 절벽은 지나면 나무들 사이에 숨어있는 이 해변이 보였다.


나무와 수풀 사이로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바다 색깔이 예뻤다. 지형 깊숙이 들어와 있는 작은 해변이라 잔잔해서 아기들과 찾은 가족들이 많았다. 고든스 베이는 애완견 출입이 허락되는 곳이라 바다를 뛰노는 강아지들도 볼 수 있었다. 모래사장을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바닷물에 발은 담그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 신이 났다.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든스 베이를 지나 절벽을 따라 데크로 만들어진 산책로를 이어서 갔다.


다음에 도착한 해변은 클로벨리 비치 Clovelly Beach였다. 깊고 길게 파인 아주 좁은 만 끝에 위치해있었다. 이곳은 바다에서 해변까지 들어가는 벨리 양쪽을 따라 콘크리트로 공간을 만들어 수영장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파도가 없어 진짜 수영장처럼 동동 떠있어 보고 싶었는데 물이 계곡물처럼 너무나 차가웠다. 물에 들어가는 걸 포기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서는 수영하는 사람들 보다 태닝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숙소에서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 더욱 가깝게 느껴졌던 쿠지 비치였다. 바다와 해변을 비롯해서 주변 경관, 산책로 그리고 작은 해변들까지 코스탈워크를 따라 12월의 여름을 만끽할 수 있는 멋진 곳이었다.











12월 여름 여행

싱가포르 & 시드니 한 달 살기



바르셀로나의 축축한 겨울이 유난히 싫었던 그 해 12월, 뜨거운 태양을 즐길 수 있는 시드니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비행기로 21시간이 걸리는 시드니를 가는 길에 싱가포르에서 잠시 쉬어갔다. 시드니에서는 가장 힙한 동네인 뉴타운의 에어비엔비에서 한 달을 머물면서 시드니와 그 주변을 여행했다. 시드니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고 그들 덕분에 시드니와 호주를 10년 전에 여행했을 때 보다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머리와 마음이 같이 리프레시 되었던 12월의 여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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