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정말 떠나는 건가요?
올해 8월, 세계 최고의 선수로서 FC 바르셀로나에 20년 동안 몸담았던 메시가 구단 측에 이적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 당시 스페인에서는 메시의 사소한 일상까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했고 전 세계의 주요 언론사에서 관련 뉴스를 집중적으로 다룰 만큼 메시의 이적 요청은 엄청난 소식이었다.
Messi es Deu.
메시는 신이다.
FC 바르셀로나 팬들에게뿐만 아니라 카탈루냐에게 메시는 신적인 존재이다. FC 바르셀로나뿐만 아니라 카탈루냐를 지켰던 신과 같은 메시가 그들을 떠나고 싶어 한다는 소식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축구에 관심이 없는 나 같은 사람들도 메시는 바르셀로나와 영원히 함께 할 거라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단과의 불화, 팀 성적 부진 등 이적을 원할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도 마지막 순간까지 그가 FC 바르셀로나에서 뛰기를 카탈루냐의 사람들은 바랄 것이다.
'Messi es Deu. 메시는 신이다.'를 메일 주소로 쓰는 카탈루냐 친구와 통화했을 때 그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메시의 행복을 바라지만 고이 보내줄 수는 없다고 얘기했다.
리오넬 메시
Lionel Andrés Messi
리오넬 메시는 1995년 고향 아르헨티나에서 FC 바르셀로나에 발탁되었다. 성장 호르몬 장애가 있던 메시를 치료해 줄 것을 그와 가족에게 약속하고 2000년에 바르셀로나로 데려왔다.
바르셀로나 유스팀 라마시아를 거쳐 2004년 1군에 데뷔한 뒤에 그는 곧장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었다. FC 바르셀로나 선수로서 통산 731경기에 출전해 624골을 기록했는데 이는 구단 역사상 최다 득점 기록이다.
그가 바르사 유니폼을 입고 들어 올린 트로피만 34개이다. 카탈루냐 사람들의 정신적 안식처와도 같은 FC 바르셀로나를 승리로 이끄는 메시는 언제나 사랑받는 선수이다.
축구 이야기
2002년 월드컵 때에만 반짝했던 나의 축구에 대한 관심은 2015년 바르셀로나에 살면서부터 다시 살아났다. 웬만한 유럽 남자들처럼 스페인 남자들의 최대 관심사가 축구인만큼 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축구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여기저기서 조금씩 주워들은 이야기들 만으로 스페인 리그와 유럽 리그의 이름을 구별하기 시작해서 바르셀로나에서 지낸 지 2년쯤 되었을 때에는 바르사의 선수들 이름은 다 외웠었다. 네이마르가 FC 바르셀로나를 떠난 이후로 사실 마음이 많이 식었다.
스페인 사람들에게 축구는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아버지에서 자신을 연결하는 고리이며 친구들과 공유하는 추억이다. 90분은 자신의 열정을 모두 쏟아내는 시간이 되고 어린 시절 그들의 영웅이었던 축구 선수들은 어른이 되면 인생의 희로애락을 같이 하는 오래된 친구가 된다.
하나의 클럽, 그 이상
MÉS QUE UN CLUB
FC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사람들에게 FC 바르셀로나는 축구 클럽 그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899년 창단된 FC 바르셀로나는 시민들의 협동조합 형태로 출발했다.
왕가가 설립하고 독재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레알 마드리드와 달리 FC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의 독재자들에 의해서 카탈루냐와 함께 핍박을 받았다.
스페인의 첫 번째 독재자 프리모 데 리베라는 1925년 경기장에서 독재 정권을 조롱하는 카탈루냐 관중에 대한 보복으로 경기장을 폐쇄하였고 당시 구단장을 강제로 퇴출시켰다. 스페인 내전 이후 정권을 잡은 프란시스코 프랑코는 왕립 구단인 레알 마드리드를 창립하고 적극 지원하며 FC 바르셀로나를 견제했다. 카탈루냐어와 카탈루냐 국기 사용을 금지한 프랑코는 카탈루냐 식으로 썼던 팀 이름을 스페인어 식으로 변경하고 FC 바르셀로나의 엠블럼에서 카탈루냐 국기를 제외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카탈루냐 사람들은 독재자를 대표한 레알 마드리드를 지금까지도 그들의 적이라고 여기고 있다.
거리에서 카탈루냐어를 한 마디만 해도 경찰에게 잡혀가던 시절 축구 경기장에서는 경기를 보는 사람들을 잡아갈 수 없어 카탈루냐 어가 암묵적으로 허용되었다고 한다. 유일하게 자신의 언어로 소리칠 수 있던 경기장에서 카탈루냐 사람들은 울분을 쏟아냈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싸우는 엘 클라시코가 우리나라의 한일전보다 뜨거운 이유이다. 축구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FC 바르셀로나를 카탈루냐의 자존심으로서 사랑하고 존중하는 이유이다.
바르사! 바르사! 바아르사! Barça! Barça! Baarça!
카탈루냐의 역사는 우리와 많이 닮아있어 더욱 마음이 쓰인다. 그런 카탈루냐가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메시의 이적 여부를 떠나 FC 바르셀로나와 카탈루냐를 응원하고 싶다.
어마어마한 이적료를 부르며 이적을 막은 FC 바르셀로나의 방해로 메시는 이번 시즌을 모두 뛰고 이적하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다. 바르사 팬들은 구단의 개혁을 요구하며 메시가 오래 FC 바르셀로나와 함께하기를 바라고 있다.
나, 아델
한국 회사 생활을 정리한 후 3개월 동안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 한 달을 보낸 바르셀로나는 꼭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고 한국에 돌아온 지 6개월 만에 다시 떠나 5년이라는 시간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다.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사람들은 나의 또 다른 가족이 되었고 다양한 국적의 유럽 사람들은 내 회사 동료 혹은 친구가 되었다. 바르셀로나 도시 자체를 너무 사랑했지만 이방인으로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그 도시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미워하는 마음도 크기를 같이 하고 있다.
'나의 바르셀로나'는 이런 기억들을 조금씩 적어보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