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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찐년 김짜이 Apr 11. 2021

생애 첫 서핑에 도전해보자! 8월의 양양

한 번쯤은 꼭 해봐야지!

8월이면 여름이 한계까지 치달아 오를 때다. 제법 여름을 타는 스무 살의 나, 6월부터 시작된 더위에 지쳐 입맛도 잃었겠지. 그럴 때는 역시 일상을 벗어나는 무언가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큰 맘 먹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서핑을 하러 가자, 양양으로!


어렸을 때부터 물이 너무너무 무서웠다. 몸을 쓰는 데는 영 재능이 없어서, 수영에 몇 번이나 도전해봤지만 모두 한 달 다니고 접었었다. 스무 살의 내게 서핑을 권하면 절대로 가지 않을 게 뻔하다. 발이 안 닿는 깊은 곳으로 어떻게 들어가냐며 동동거리겠지.


그런데 어쩐지 30대가 되고 나서는 물과 친해지다못해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가장 처음으로 시작한 게 서핑이고, 그 다음은 프리다이빙, 그리고 스쿠버 다이빙까지. 지금은 물에 들어갈 기회가 있으면 옷부터 갈아입고 볼 지경이 되었다.


아직도 발이 안 닿으면 무섭긴 하다. 하지만 서핑은 발이 닿는 얕은 곳에서 배우기 시작하며, 깊은 곳으로 가더라도 의지가 되어줄 보드와 언제나 함께한다. 이 재미있는 걸 미리부터 알았으면 어땠을까 하고 늘 후회했다. 그 후회에는 여전히 잘 못 탄다는 이유도 포함되어 있다. 스무 살의 나를 만나면 서핑을 강하게 권유할 것이다. 그럼 서른 셋의 나는 최소한 파도는 잡을 줄 아는 사람이 되겠지.


자, 일단 서울에서 바닷가로 출발하자. 스무 살이었던 2000년대 후반, 서핑은 아마도 아는 사람만 아는 스포츠였을 것이다. 그 당시 가이드를 갈 일이 없을 정도로 양양은 조용한 바닷마을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양양은 서핑의 메카다. 가장 유명한 곳은 죽도해변이지만, 단골 서핑샵이 있는 지금은 설악 해변으로 간다.


설악 해변과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은 낙산 터미널이다. 터미널이라고 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정류장 하나만 달랑 있을 뿐이지만 그 곳에 내려 약 15분 정도 걸으면 설악해변으로 도착한다. 낙산으로 가려면 동서울에서 시외버스를 끊어야 한다. 주의할 점은 완행 버스가 섞여 있어서 시간이 제각각이라는 것.


그러나 내가 다니는 단골(?) 서핑샵, 팜서프는 레슨 시간이 11시다. 서울에서 출발해 11시를 맞추려면 띄엄띄엄 다니는 동서울에서의 시외버스를 이용하기보다 고속버스터미널 영동선에서 양양으로 가는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7시 30분 양양행 고속버스를 타면 두 시간 후인 9시 30분쯤 양양 터미널에 도착한다.


양양 터미널 근처에서 간단한 아침 겸 점심을 먹자. 양양에도 맛집이 여러 곳 있지만 9시 30분에 혼자서 먹을 만한 곳은 많지 않으니 적당히 해결하자. 혹시 몰라 맛집을 적어두자면 송이 닭강정, 송이버섯 돌솥밥을 먹을 수 있는 송이골, 냉면과 막국수가 맛있는 단양면옥 등이 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터미널 앞에서 9번이나 9-1번 버스를 타고 설악해변에서 내리자. 정류장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야자수 실루엣 간판을 찾아가면 된다. 오늘의 목적지인 팜서프다. 서핑에 빠진 두 부부가 합심해서 운영하는 서핑샵이다. 그 앞에는 주차장도 넉넉해서 차로 가도 편하겠지만, 그건 나중의 이야기.


익숙하지 않은 힙한 분위기에 움츠러들지 말고, 자연스럽게 카운터로 다가가면 친절하게 안내를 받을 수 있다. 11시가 되기 전 도착했다면 잠시 커피라도 한 잔 하면서 기다리면 된다. 11시가 임박하면 함께 서핑 수업을 들을 사람들이 모여들어 안쪽에 있는 강의실로 향한다.


서핑은 거대하고 단단한 보드를 가지고 하는 운동인데다가, 자연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하다. 게다가 좁은 해변에 많은 서퍼들이 모여있다면 더욱 더 그렇다. 본격적인 서핑 수업 전에 이론 교육을 철저히 듣고 숙지해야 한다.


이론 교육이 끝나면 슈트로 갈아입고 바다로 나간다. 본인이 이용할 서핑 보드는 각자 챙겨서 들고 간다. 묵직하니 들고 움직이기가 쉽지는 않지만, 도를 즐기기 위해서는 본인이 감당해야 할 무게다.


슈트를 입고 보드를 들었다고 바로 바다로 들어가는 건 아니다. 모래사장 위에 보드를 내려놓고 그 위에서 자세 교정을 한참 한다. 뙤약볕 밑에서 새까만 슈트를 입고 엎드렸다 일어났다 하다 보면 땀이 줄줄 흐르지만, 이 때 제대로 잡아주지 않는다면 바다 위에서 기량을 펼칠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모래사장에서의 가혹한 훈련이 끝나면 드디어 시원한 물 속으로 뛰어들 차례! 조심조심 보드를 들어 옮기고 물 속으로 들어간다. 이론 수업으로 배운 요령으로 파도가 들어올 때마다 보드 뒤쪽을 눌러 헤쳐 나간다. 일정한 깊이에 도달하면 나란히 서서 본격적인 서핑을 배운다.


보드 위에 엎드린 채 뒤에서 오는 파도를 기다린다. 파도가 들어올 때가 되면 양 팔을 이용해 패들링을 하며 파도와 속도를 맞춰주고, 강사님의 업! 하는 구호와 함께 보드 위에서 자세를 잡고 일어나면 된다. 굉장히 자신감있게 적었지만 사실은 아직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바다로 꼬르륵 빠져버린다.


강사님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한 시간 정도. 매번 보드를 뒤에서 밀어주는 강사님들의 체력에 박수를 보내고, 매번 보드 위에서 일어설 때마다 물에 빠져 코로 물을 먹는 나의 형편없는 실력에 야유를 보내다 보면 시간은 금방 간다. 그 이후로는 자유롭게 혼자서 서핑을 즐기면 된다. 강사님 없이 파도를 잡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체력이 닿는 데까지 서핑을 즐기고  후엔 보드를 원래 자리로 반납하고 샤워실에서 씻으면 된다. 수건까지 모든 것이 갖춰져 있어 따로 준비할 것은 없다. 깨끗하게 염분기를 씻어내고 밖으로 나오면 한여름인데도 얼마나 시원한지! 하루를 잘 보냈다는 생각이 절로 들면서 동시에 엄청나게 허기가 진다.


다행히도 팜서프 옆에는 편의점이 있다. 늦은 시간에 가면 도시락이나 삼각깁밥 같은 편의점 고유의 메뉴는 이미 다 팔리고 없지만, 우리의 영원한 물놀이 친구 컵라면이 떨어질 일은 없다. 뜨거운 물을 부어 잠시 기다렸다 후후 불어 먹는다. 물놀이 후 컵라면은 일종의 불변의 법칙 같은 것이다.


인내심이 조금 있다면 컵라면을 참고 다시 양양 시내로 돌아가 단양면옥의 시원한 냉면이나 막국수를 맛볼 수도 있겠다. 마음같아서는 수육도 한 접시 먹고 싶겠지만, 나홀로 여행자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다.


이제 남은 것은 없다. 노곤한 몸을 이끌고 서울로 돌아오면 된다. 서울로 오는 버스는 19시 50분 정도가 적당하겠다. 오는 길도 마찬가지로 두 시간 정도 소요된다. 주말이라면 차가 막혀서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만약에 시간과 여행자금이 허락한다면, 팜서프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1박 2일 강의를 듣자. 서핑 강의를 이틀 연달아 들으면 게스트하우스 숙박이 1박 제공된다. 사실 하루 딱 배워서 파도를 능숙하게 잡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두 번째 날 서핑을 하고 나서 시간이 좀 남으면 15분 거리의 낙산사에 올라도 좋겠다. 전국 3대 관음성지로 유명한 곳이다.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준다고 했는데, 우연인지 정말인지 갈 때마다 빌었던 소원들이 하나씩은 꼭 이루어지곤 했다. 스무 살의 내가 무슨 소원을 갖고 있었는지는 이미 잊었지만.











이 여행의 주의사항

서핑을 하고 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얼굴이 새카맣게 탄다. 선크림 바르기는 절대로 잊어버리지 말자. 서핑용 선크림이라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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