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영하에 가깝게 기온이 떨어졌었죠. 코끝이 차가워지면 자연스럽게 겨울 간식들이 생각나는데요. 어쩌다 붕어빵 노점을 발견하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요. 어딘가에 넣어둔 현금이 있지 않은지 온 주머니를 다 뒤져보게 됩니다.
꼬깃꼬깃한 돈을 들고 붕어빵 노점 앞에 서면 다 똑같이 생긴 붕어빵들과 눈을 마주치게 됩니다. 색이나 팥의 위치는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같은 틀에서 구워 냈으니 모두 같은 모양입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죠?
가끔 미리 구워놓은 붕어빵이 없어 새로 굽는 걸 기다려야 할 때가 있는데요. 어느 날 끼릭끼릭 돌아가는 붕어빵 틀을 보다가, 틀에 갇히는 건 붕어빵 반죽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틀에서 구워지지 않습니다. 온갖 특징을 갖고 태어나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자라납니다. 같은 뱃속에서 나온 쌍둥이라도 모든 점이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틀을 만들어두는 걸까요. 평균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게 곧 틀이 되는 건 아닐 텐데요.
남들과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어 힘든 적도 많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좋았던 일들도 많습니다. 워낙 눈에 띄는 키 때문에 나쁜 짓을 할 수 없었어요. 금방 들통나기 때문이었죠. 덕분에 비교적 착한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만원 지하철에서 원활한 호흡이 가능하다든지, 스탠딩 콘서트에서 무대가 잘 보인다든지 하는 장점을 누리기도 했어요.
삶을 이어나갈수록 많은 분들이 제 키보다 제 내면에 집중해주십니다. 다행인 일이죠. 서로 어색할 동안엔 일부러 키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는 분도 있었어요. 평생 얼마나 많이 들어왔겠냐면서요. 너무 고마운 기억으로 남아있죠. 지금 만나는 애인은 저보다 10cm가 작은데도 전혀 개의치 않아합니다. 품에 쏙 안길 수 있으니 이상적인 키 차이가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곤 해요.
장점도, 단점도 존재하지만 결국 저는 틀 밖의 사람으로 살아갈 겁니다. 사람들은 앞으로도 이런 저를 재밌어하고, 신기해하고, 좋아하고, 탐탁지 않아하겠죠. 저 또한 조금 웃자랐다는 이유로 다양한 대우를 받는 게 새롭기도, 불쾌하기도 할 거고요. 뭐가 됐든, 이미 자라난 키는 줄일 수 없으니 틀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찬찬히 찾아나갈 예정이에요. 오히려 저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이 글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