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에 떠난 호주 워킹홀리데이, 세마리 토끼를 잡다.
나는 호주의 제일 서쪽에 있는 퍼스라는 지역에서 워홀을 했었다. 영어에 관심은 많았지만, 영어를 정말 못했다. 1년 동안 (서양에서) 해외 경험을 해보고 싶었고, 시급이 높은 호주에서 세계여행을 하기 위한 자금을 모으고자 나의 첫번째 여행지로 호주를 선택했다.
어느 나라에서 워홀을 할까? 궁금하다면, 자신이 워홀로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 파악해보자. 그것이 영어든, 돈이든 여행이든 한가지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 이다. 비자가 잘 나온다고 해서 혹은 남들이 다 가니까 호주를 선택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는 아-주 좋은 비자이다. 인생을 즐기며 사는 청춘들에게 해외에서 여행, 거주 & 일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며, 비자를 받는데도 큰 제한이 없으니 말이다. 내가 다시 20살, 그 때로 돌아간다면 호주에서 더 바쁘고, 더 재미나게 살아 갈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다른 나라에 다시 워홀을 간다고 하면 나는 ‘독일’ 혹은 ’캐나다’를 가 볼 것 이다. 독일을 가고 싶은 이유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 ‘Wanderlust (방랑벽)’ 이 독일어에서 유래 된 말이고 유럽을 갔을 때 4박 5일이란 시간을 베를린에서 보냈는데 이 나라에서 더 오랜 시간을 지내면서 생활방식을 알아가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캐나다, 나의 오랜 꿈인 미국과 근접한 나라이기도 하며 6년동안 습하거나 혹은 여름이 아주 더운 나라에서 살아 온 나에게 눈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영어권 나라이자 미국과 많은 관련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나라 선정을 하기 전, 혹은 워홀을 떠나기 전 ‘내가 워홀로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 해 보자.
자신이 어떤 지역을 선호하는지 잘 생각 해 보자.
시티 라이프를 선호하는지 혹은 사람이 적은 곳에서 조용하게 자연을 즐기며 살고 싶은지.
내가 퍼스를 선택한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1. 한국인이 적다고 하더라
2. 시드니, 멜번에 비해서 잘 알려지지 않았고 대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다.
나는 대도시를 그리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서호주 퍼스에 오게 되었고 적당히 시티 라이프를 즐기면서도 자연과 어우러진 삶을 살 수 있는 이 곳은 나에게 천국이였다.
일자리를 구하는 데는 많은 방법이 있다.
1. 지인 소개 혹은 지인 일자리 물려받기
2. 한인 커뮤니티에서 알아보기 (한인잡 뿐만 아니라 종종 오지잡도 올라온다.)
3. 끊임없이 이력서 돌리기
4. 검트리나 seek 에서 일자리 올라 온 것을 보고 이력서를 보내기 혹은 찾아가기
내가 호주 워홀을 가기 전, 많은 블로그를 봤었는데 사람들이 말하길 아주 많은 이력서를 직접 돌렸다고 한다. 나 또한 처음 호주에 와서 50-100장이 넘는 이력서를 뽑아 들고 번화가를 돌아다니며 대부분의 가게들을 찾아가 짧은 영어로 구직을 했었다. 하지만, 받은 전화는 딱 두통. 그것도 시급 8불을 준다고 하는 태국 음식을 파는 푸드코트.
돈이 없었기에 한참을 고민하다, 그 당시 룸메 언니가 ‘노력하면 더 좋은 잡이 올거야. 시급 8불은 진짜 아니다!’ 라고 했고, 나는 포기를 했다. 그러고는 몇일 후, 시티 호텔의 하우스 키핑 일자리를 구했다. 시급 20불이 넘는 수당과 주말과 공휴일에는 시급을 더블로 줬다. 가끔은 포기를 할 줄 알고 과감 해 져야한다.
호주에서 지금까지 많은 일을 해 왔다.
미트파이 공장청소
직원의 대부분이 베트남 사람, 참깨를 어찌나 많이 먹는지 주방에는 항상 깨가 가득했다. 내 일이 끝날 때 쯤 항상 파이, 샌드위치, 식빵 등 빵을 아주 가득 챙겨주었고 덕분에 끼니를 잘 해결했었다.
호텔 하우스키핑
호텔 방을 청소하는 일인데 꽤 재밌다. 팁도 간간히 받고, 손님들도 유쾌하고 가끔 방에 남겨 놓고 하는 것들이 엄청 많아 꽤 수확이 짭짤했다. 수당도 높고, 운동도 되고 참 좋았다. 6개월을 꽉 채워 일을했다.
오피스 청소
호주의 유명한 빌딩인 QV1의 오피스를 청소하는 일, 청소 사장은 러시아계 이민자 피터님. 나를 아주 잘 챙겨줬고, 늘 친절했다. 오피스 청소일은 아주 쉽다. 직원들의 쓰레기통을 비워주고 직원들이 사용하는 키친을 정리 해 주고, 남자들은 청소기를 돌린다. 시간대도 저녁 5-8시여서 운동삼아 하기 딱 좋다.
짐청소
휴지를 갈아 주거나, 샤워실의 샤워젤이 부족하면 채워주는 아주 간단한 일. 짐 청소는 간단하지만, 시간이 조금 짧다.
레져스포츠센터 청소
테니스 장, 배드민턴 장, 수영장, 헬스장이 다 함께 있는 레져 스포츠 센터. 역시나 짐 청소처럼 비슷한 일을 하는데, 시급도 괜찮았고 그리 힘들지도 않았다.
한식당
힘들다. 바쁘고, 손님들도 다루기가 조금 힘들다. 시급은 적더라도 시간은 많이 주고 맛있는 밥도 준다.
카페
예전부터 스타벅스에 일해보는게 꿈이였는데, 스타벅스는 아니지만 호주에서 그 꿈을 이뤘다. 커피를 만드는 것도 배우고, 샌드위치도 토스트하고, 손님들도 친절하고, 단골 아저씨들도 좋았다.
벤 앤 제리 아이스크림
미국 유명 아이스크림 가게 벤 앤 제리에서 일을 했었다. 동료들은 전부 호주 학생들. 15-18세의 연령대, 20살이 넘는 나에게 ‘헤더 너 18살 같이 보여’ 라는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말을 해준 고마운 친구들. 학업을 병행하면서도 알바를 열심히 하고 일을 잘 하는 친구들을 보며 호주 사람들은 참 독립심이 강하구나 느꼈다. 일을 시작한 첫날, 아이스크림을 다 맛볼 수 있어 좋았다. 보통 아이스크림 집에 일 하면 팔이 굉장히 아프다던데 딱히 그런건 못 느꼈다.
호주 경기장 바
아-주 간단하면서도 시급을 정말 팍팍 주니 일 할 맛이 났다. 보통 경기가 열리는 날 캐쥬얼로 일을 하고, 나의 포지션은 경기장에 있는 바에서 맥주, 보드카, 위스키 등 딱 6가지 종류의 술을 파는데 종류도 많이 없고 손님이 달라는 술의 캔을 까서 컵에 부어서 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 서빙 할 필요도 없었고, 치울 일도 없었다. 그것보다 시급이 30불이 훌쩍 넘으니 시급이 들어오는 날 아주 신났었다.
어학원
일주일에 약 300불 정도 한다고 들었다. 비싸지만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기에 좋다고 들었다. 영어를 쓸 수 있는 환경은 되지만 실력을 늘리기에 큰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로컬 친구들 사귀기
내가 선택한 방법. 나는 로컬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다녔고, 영어가 1년 이내에 많이 늘었다.
미드 혹은 영어로 티비 시청
호주에서 온지 얼마 안 되어 룸메 언니를 통해 인터뷰 기회를 얻었지만 말을 못 알아듣고 집으로 울며 돌아왔다. 그래!! 영어공부하자!! 다짐하며 미드를 틀었건만, 작심 1일로 무산. 한국에서 오랜 시간을 한국말만 써온 우리가 미드를 본다고 해서 바로 영어가 들진 않는다. 미국 영어와 호주 영어의 발음도 다르고, 실제로 호주인과 말을 하면 그 느낌이 훨씬 다르기 때문에 현실에서 부딪히는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미드나 티비를 보는 방법은 영어와 조금 친숙 해 졌을 때 한다면 도움이 훨씬 더 되는 것 같다.
여행
워홀을 하던 시절, 다른 지역은 한 군데도 못 가봤다. 그래서 항상 아쉬운 마음이 있다. 돈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모을 수 있다. 너무 돈에 연연하지 말자. 그래도 땅덩이가 아주 큰 호주에 온 김에, 다른 지역들을 많이 여행하자!
쉐어
워홀을 온다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의 숙소이다. 집을 함께 쓰고 방은 따로 쓰는, 일명 ‘쉐어 하우스’. 보통 자금을 아끼고자 더블룸 (2인 1실)에 많이 지낸다. 퍼스 시티 기준 더블룸은 1인당 약 주에 $130-$140, 싱글룸은 약 $170-$200선이다.
렌트
어느정도 자리가 잡히거나, 혹은 학생 혹은 영주권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방법인데 집 한채를 렌트하는 방법이다. 렌트를 하면 자기 집 같은 편한 분위기에서 지낼수가 있다. 하지만, 그 외에 집을 수리 해야 하거나, 빌을 내야하거나 같은 상황이 있으므로 돈이 많이 든다.
호스텔/백팩커
보통 처음 호주를 오면 호스텔/백팩커를 하루나 이틀정도 예약을 해서 지내면서 상황을 둘러보고 집을 찾아보는 경우가 많다. 파티광들이 많던 백팩커에서 하루를 묵었는데, 도저히 못 살겠어서 다음날 바로 집을 구해 직접 보지도 않고 바로 들어 가 살겠다고 하고 백팩커를 나왔다.
호주도 사람 사는 곳이니 범죄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한국 미디어에서 나오는 것 처럼 호주를 위험한 나라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호주보다 한국에 범죄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몇 년동안 호주에 살고 있지만, 소매치기나 강도를 당한적도 없고 누가 시비를 건 적도 없었다. 호주뿐만 아닌 해외에서나 한국에서나 밤 늦게 다닐때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어느것이 옳다라고 구분하고 싶지 않다. 어떤 일을 하던, 어떤 삶을 호주에서 살던 그건 자신의 선택이다. 영어가 부족하지만, 일을 빨리 하고 싶다면 한인잡을 해도 나쁘지 않다. 호주에 온 김에 호주인들과 일을 해 보고 싶다면 오지잡을 구하는게 맞다. 아무도 당신에게 뭐라 할 자격이 없다. 자신이 행복한 삶, 선택을 하고 사는 그것이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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