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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지선 Apr 16. 2020

세상의 끝, 세계의 최북단 & 최남단 도시

세상의 끝에 있는 도시와 마을 이야기


세계에서 가장 최북단에 위치한 도시



 간단할 것 같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도 사실은 모호하다. 도시의 기준을 어디로 둘 것이냐에 따라 답은 달라지는데, 우리나라의 기준으로 이야기를 한번 해 보자. 우리나라 행정구역에서 군이 시로 승격하기 위해서는 5만 명 이상의 인구가 필요하다. 이 기준으로 세계 최북단 도시를 찾아본다면, 북위 69°40'에 있는 인구 7만의 도시, 노르웨이의 트롬쇠가 그 주인공이 될 것이다.

 트롬쇠는 1250년부터 역사가 시작되었다. 19세기 후반에는 북극해 무역의 중심지가 되었고, 북극 탐험대의 거점도시가 되었단다. 북극권 도시답게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을 만날 수 있다. 물론 반대로 겨울에는 극야 현상도 만날 수 있는 도시다. 11월 중순부터 1월 중순까지는 해를 볼 수 없는데, 빛이 아예 들어오지 않는 것은 아니어서 황혼 같은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추워서 어떻게 사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북대서양 난류로 인해 겨울철 평균기온이 -3.5℃밖에 안 된다. 북극권 여행에 관심은 있지만, 추위에는 약한 사람이라면 트롬쇠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하지만 트롬쇠는 우리가 생각하는 도시의 이미지와 살짝 거리가 멀 수도 있겠다. 도시라는 타이틀에 조금 더 가까운 도시가 비슷한 위도에 하나 더 있다. 바로 북위 68°58'에 있는, 러시아 콜라반도에 위치한 도시 무르만스크다. 무르만스크에는 현재 약 30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곳은 제1차 세계대전 즈음 도시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전쟁 물자를 공급하기 위한 북극해의 거점 도시로 부동항인 무르만스크가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한때 인구가 45만 명이 되었을 정도로 무르만스크는 성장을 거듭해왔으나, 냉전이 종결된 후 젊은 인구가 급격히 빠지는 중이다. 무르만스크 또한 트롬쇠만큼은 아니어도, 난류의 영향을 받아 1월 평균기온이 -10℃ 정도다.



 그렇다면 도시까지는 아니어도, 세계 최북단의 마을은 어디에 있을까? 보통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를 세계 최북단 마을로 여긴다. 섬이 작은 건 아니지만 북유럽보다 한참 위에 있는 섬이라, 지도 좀 봤다 하는 사람들도 스발바르를 제대로 들여다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지구의 역사를 보관하기 위한 국제종자저장고도 이곳에 있고, 우리나라의 북극 다산과학기지도 여기에 있다. 

 제도에는 약 2,700명의 사람이 살고 있는데, 그중 북위 78°13'의 행정 중심지인 롱위에아르뷔엔에 약 2,000여 명의 사람이 살아가고 있다. 북극권 지형 탓에 다소 황량해 보이지만 학교와 병원 등 마을이라고 볼 수 있는 생활편의 시설은 모두 갖추어져 있다. 북극 연구를 담당하는 대학교도 있으며, 관광객도 맞이하기 때문에 관광 시설도 잘 갖추고 있다.

 스발바르는 17세기 포경의 중심지로 이름을 알렸고, 20세기에는 석탄 채굴지로 주목을 받았다. 세계 2차 대전 당시에는 전략적 요충지가 되기도 했다. 현재 스발바르의 주요 산업은 석탄, 관광, 연구로 나누어진다. 1월 평균기온은 -16.5℃로 역시 난류의 영향을 받아 생각만큼 춥진 않다. 8월 평균기온은 4.0℃로 영상으로 살짝 올라가는 정도다.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httl://commons.wikimedia.org/, CFS Alert, May 2016, by Kevin Rawlings)


 마을이라고 하기엔 모호하지만, 세계 최북단 정착지는 또 따로 있다. 바로 캐나다 누나부트 준주 꼭대기에 있는 얼러트다. 이곳은 북위  82°30'으로 인간이 살고 있는 지역 중 가장 북극에 가까운 곳이다. 북극 지점까지는 단 817km라고 한다.

 얼러트에는 영주권자가 단 5명 있다. 하지만 이곳은 마을이라기보다는 군 기지이자 연구 기지에 가깝다.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은 겨울에 약 65명 정도며, 여름이 되면 110명 가까이 머문다고 한다. 단기 방문자까지 합치면 150명 정도까지 머물기도 한다지만, 이곳은 단순 관광지가 아니라 캐나다 정부의 특수 허가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얼러트에는 군대 물품이 보급될 수 있는 공항이 있고, 나머지는 거의 군 기지나 기상관측소 등의 연구 시설이다. 얼러트의 최한월 평균기온은 -33.2℃며, 잠시 영상으로 올라가는 7, 8월을 제외하면 모두 영하권이다.

 지금까지 나온 북극권 지역들이 모두 굉장히 멀게 느껴지진 않았는가? 펼쳐진 세계지도만 보며, 지구가 둥글다는 점을 잠시 잊진 않았는지. 극지방에 위치한 곳들이기에 우리나라에서 쭉 위로만 올라가면 된다. 알고 보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유럽이나 미국보다도 훨씬 가깝다.



세계에서 가장 최남단에 위치한 도시



 마찬가지로 인구 5만 이상을 도시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를 그 주인공으로 꼽을 수 있겠다. 우수아이아는 남위 54°48'에 있는 도시로, 약 5~6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세상의 끝’이라는 멋진 별명을 가지고 있는 우수아이아는 19세기 중반부터 도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단다. 아르헨티나 최남단 티에라델푸에고의 주도이기도 하며, 남극 항로의 거점도시다.

 남반구 고위도에는 거대한 대륙이 형성되지 못해, 북반구와 달리 냉대 기후를 제대로 볼 수 없다고 했던 사실을 기억하는지? 그럼 온대 기후 뒤에 바로 한대 기후가 나타난다는 이야기인데, 한대 기후로 인정받기 위한 기준을 떠올려보자. 그 기준점은 최난월 평균기온이다. 여름철 평균기온이 10℃ 이하로 떨어져야 한대 기후로 인정받을 수 있다. 우수아이아에서 가장 추운 겨울은 6월인데, 평균기온은 고작 1.7℃다. 하지만 가장 따뜻한 1월이 평균 9.7℃로 10℃조차 넘기지 못했다. 여름이라지만 하루 최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도 있단다. 즉, 우수아이아는 그렇게 추운 곳은 아니지만, 여름이 따뜻하질 않아 툰드라 기후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날이 흐리고 습하기 때문에, 살기에 그리 만만한 곳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보다 더 아래에 있는 땅끝 마을이 있다. 우수아이아가 있는 티에라델푸에고섬에서 바다를 한번 건너면 나바리노섬이 나온다. 이곳에 있는 인구 약 2~3,000여 명의 마을, 푸에르토 윌리엄스가 그 주인공이다. 남위 54°56'으로 우수아이아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진 않지만, 이곳은 칠레령이다.

 푸에르토 윌리엄스는 칠레의 해군기지로 사용되어왔지만, 20세기 후반이 되면서 해군 인구는 감소하고 일반 시민들이 늘어났단다. 현재는 남미 최남단 혼곶이나 남극 여행의 거점도시로 유명하다. 물론 ‘세계 최남단 마을’이라는 타이틀 덕에 자체 관광업도 왕성해졌다. 이곳은 우수아이아보다 남쪽에 있지만, 최난월인 1월 평균기온이 10.5℃로 우수아이아보다 조금 더 높다. 가장 추운 7월 평균기온도 1.3℃로 온화한 편이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머무는 가장 최남단은 어디일까? 남극 대륙에는 비록 시민권자는 없지만, 특허를 받은 연구자들이 과학 기지에 머물고 있다. 수많은 과학 기지 중 미국의 아문센 스콧 기지는 남위 89°59'로 그냥 남극점에 있는 기지라 봐도 무방하다. 기지의 이름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남극점에 도달을 위해 힘썼던 탐험가 아문센과 스콧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이름이다.

 이 기지에는 겨울에 약 50명, 여름에 약 200명 정도가 머문다고 알려져 있다. 무지막지하게 추운 내륙인지라, 겨울인 6개월 동안은 일일 평균 기온이 -58℃에서 -60℃ 사이를 오가는 수준에 육박한다. 지금까지 측정된 최저 기온은 -82.8℃였다. 춥기도 춥지만 겨울에는 완전한 극야 현상 탓에 해까지 볼 수 없어, 이곳에서 체류한다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일이라고 한다. 여간한 체력과 정신력을 가지고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곳은 최난월의 평균기온조차 고작 -28℃다. 연평균기온 또한 -49.5 ℃에 달하니, 정말 엄청나게 무시무시하다.





* 이 글은 <지리 덕후가 떠먹여주는 풀코스 세계지리>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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