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를 찾았을 때 가장 많이 보인 곳은 도쿄였다. 한 사이트에서 도쿄의 인구가 3,700만 명이라는 기함할 만한 수치를 내놓았는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여 조사해보니 2019년 도쿄 인구는 약 1,400만 명이 약간 안 되는 수치였다. 그렇다면 아마 3,700만이라는 숫자는 도쿄 근처의 수도권 인구*를 모두 합친 결과일 것이다. 도시권 인구라면 어쩌면 도쿄 수도권이 세계에서 제일 클 수도 있겠다.
‘역시 1위는 도쿄인가’ 하며 넘기려던 순간, 서울이 31위에 고작 996만 명이라는 수치로 적힌 것을 보았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도쿄를 수도권 전체 기준으로 계산해놓고, 서울은 달랑 서울시 하나만 반영한 것이다. 만약 서울을 도쿄처럼 수도권을 기준으로 계산했다면, 경기도 인구 1,300만과 인천광역시 인구 300만을 추가로 넣었어야 했다. 그렇게 계산하면 서울 수도권 인구도 2,500만 명이 넘는 값이 나왔어야 한다. 이쯤에서 깨달았다. 이 검색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애당초 도쿄가 서울보다 압도적으로 큰 도시인가 따지고 들어가 보면 그것도 아니다. 도쿄는 인구 1,400만의 도시고, 서울은 1,000만 도시니까 도쿄가 크다면 큰 게 맞다. 하지만 애초에 행정구역 면적이 다른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도쿄도의 행정구역을 자세히 살펴보면 ‘23개의 구’와 ‘타마 지역’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나누어져 있다. 우리가 흔히 도쿄라고 생각하는 지역은 ‘도쿄 23구’라고 불리는 일부 지역이다. 도쿄도 전체의 면적은 2,194㎢지만, 도쿄 23구의 면적은 고작 627.57㎢이며 이 지역에는 963만 명의 사람들만 살고 있었다. 서울은 605㎢의 면적에 975만 명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 도쿄가 더 큰 도시라고 할 수 있을까?
행정구역 면적이나 도시권을 어디까지 두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검색 결과를 신뢰하지 말고 기준에 따라 어디까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지 보기로 했다.
* 도쿄 수도권 인구 : 도쿄도(약 1,393만 명), 카나가와현 (약 906만 명), 사이타마현 (약 731만명), 치바현(약 628만명)
나라에서 지정한 행정구역의 면적에 따라 도시 인구는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행정구역 면적을 고려하지 않고,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를 고른다면 의외의 도시가 선정된다. 바로 중국의 충칭이다.
충칭시의 인구는 무려 약 3,000만 명이다. 베이징도 상하이도 아닌 충칭이 1위라는 것만 해도 놀라운데, 충칭시에 3,000만 명의 사람들이 산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하지만 우리는 면적의 오류에 걸린 것뿐이다. 충칭은 중국의 행정구역 중 ‘직할시’에 속하는데 면적이 무려 82,368㎢로 서울의 136배에 달한다. 조금 더 과장해서 말하면 남한 면적에서 약간 모자라는 수준이다. 실제로 충칭 내에서 도시에 사는 인구는 746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충칭이 광활한 면적으로 세계 최대의 도시라는 오해를 샀다면, 반대로 매우 큰 도시권을 형성하고 있음에도 좁은 행정구역으로 소도시 취급을 받는 곳도 있다. 바로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다. 마닐라는 고작 178만 명이 사는 도시로, 1억 인구 필리핀의 위엄이 초라해지는 성적이다. 하지만 지도에서 마닐라를 검색해보면 아주 작은 구역 하나만이 나올 뿐이다. 인구 따지기 이전에 고작 38.55㎢라는 도시 면적에 놀란다. 겨우 서울의 강남구 면적(39.5㎢)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 명실상부 서울의 핵심지구인 강남구의 인구는 얼마일까? 놀라지 마시라. 54만 명이라고 한다. 마닐라와 강남구 중 어디가 더 큰 도시일까? 고민할 필요도 없이 마닐라에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는 곳은 송파구인데 그조차도 67만 명 정도로 마닐라에겐 도전장도 못 내민다.
이렇게 작은 행정구역 탓에 소도시 취급을 받던 마닐라지만, 사실 메트로 마닐라로 확대해서 본다면 620㎢ 면적에 약 1,300만이 사는 대도시권이 된단다. 관점에 따라 서울특별시보다 훨씬 큰 도시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 서울에서 가장 큰 구는 서초구(47.03㎢)이며 다음이 강서구(41.43㎢)고, 그 다음이 강남구다.
인구밀도로 보자면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를 이길 곳은 없다. 면적은 306㎢로 서울의 반 정도 되는 크기지만, 2011년 인구 조사 기준 891만 명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인구밀도를 따져도 무려 1㎢당 29,000여 명이 산다는 숫자가 나온다. 참고로 서울의 인구밀도는 약 16,500명이다. 인구밀도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서울의 기록도 가볍게 이겨버린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다카의 엄청난 인구유입과 성장률을 고려해 보자면, 지금은 인구 1,000만 명이 훌쩍 넘고도 남을 거라는 것이다. 게다가 수도권 지구(1,464㎢) 전체에는 2,000만 명 정도가 사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를 토대로 인구밀도를 계산해보면 1㎢에 17만 명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셈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카시가 속한 다카주를 기준으로 잡으면 고작 면적 20,594㎢에 인구는 3,600만 명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이것도 2011년 수치라는 것을 생각하면, 인구가 훨씬 늘지 않았을까?
여러 가지 관점으로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를 살펴보니, 기준에 따라 매번 정답이 달라질 수밖에 없겠다는 결론만이 나온다. 중요한 것은 이 기록은 절대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구가 대도시로 몰리게 되면 도시가 그 많은 사람을 수용하지 못해 주거환경이 열악해진다. 그리고 나라의 균형도 깨질 수밖에 없다. 지방이 죽으면 결국 나라도 죽는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