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 그리고 가장 큰 인공호수 이야기
카스피해의 면적이 37.1만㎢로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다. 한반도 면적이 22만㎢이니 한반도보다 훨씬 크며, 총면적이 37.8만㎢인 일본과 맞먹는 수준이다. 엄청나게 크다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왜 카스피‘호’가 아닌 카스피‘해’란 말인가.
아주 먼 옛날에 카스피해가 바다였던 시절이 있었단다. 하지만 대륙의 이동 끝에 카스피해는 대륙 안에 갇힌 호수가 되었다. 본디 바다였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카스피해는 바다의 성질을 띠고 있다. 카스피해는 소금기가 많은 염호다. 그렇다고 단순히 담수호가 아니라는 이유로 바다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아니다. 모든 염호가 바다 취급을 받는 것은 아니니까.
카스피해를 바다로 분류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는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있는 미시간-휴런호이다. 오대호 중 하나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미시간호와 휴런호를 왜 하나의 호수라 보는가 하니, 지도를 확대해보면 알 수 있었다. 별개의 호수처럼 보이는 이 호수가 실은 이어져 있는 것이다. 미시간-휴런호의 면적은 약 11.8㎢다. 만약 이 둘을 별개의 호수라고 본다면 같은 오대호 중 하나인 슈피리어호가 가장 큰 호수가 된다.
카스피해에는 총 5개의 나라가 경제적, 군사적 문제로 얽혀있다.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이렇게 5개국이다.
만약 카스피해가 호수라면 다섯 개의 나라가 모두 공동으로 호수를 관리하게 된다. 즉 자원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카스피해가 바다라면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이 적용되어 각 나라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된다. 카스피해가 호수라고 주장한 국가들은 러시아와 이란이다. 러시아와 이란에 할당될 앞바다에는 자원이 거의 매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나머지 세 나라는 당연히 각자의 자원을 점유하고 싶어 한다. 게다가 군사적 이유도 있다. 카스피해가 호수로 인정받으면 러시아나 이란의 해군이 호수 앞에 찾아와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약소국인 이 세 나라는 앞바다를 영해로 인정받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다.
이런 논쟁이 소련 해체 이후 22년 동안 이어지다 드디어 2018년에 종지부를 찍었다. ‘특수한 법적 지위를 가진 바다’로 인정한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모호하게나마 바다에 가까운 판결이 나온 것이나, 아직 해저 영토 분할과 자원 개발 문제가 남아 있다니 어떤 소식이 들려오나 지켜봐야겠다.
1965년 완공된 아코솜보댐 건설로 만들어진 가나의 볼타호가 세계에서 가장 큰 인공호수다. 즉, 볼타호는 저수지다. 댐 건설 당시 7만 8천여 명의 사람과 20만 마리의 동물들이 이주했단다. 이렇게 만들어진 댐은 국가 전역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볼타호의 면적은 8,502㎢로 무려 서울시 면적의 14배에 달한다. 인공으로 만든 저수지라기엔 믿기 어려울 만큼 크다. 최북단과 최남단이 520km 떨어져 있단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보다도 멀다.
현재 볼타호는 훌륭한 어장이자 아름다운 관광명소가 되었다. 가나의 치안은 좋은 편이므로 관심이 있다면 찾아가 보자.*
* 가나는 프랑스, 스페인보다 안전하다. 진짜냐고? 우리나라 외교부에서는 프랑스와 스페인을 주의 경고 1단계인 여행유의 지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가나에 대해서는 북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아무런 권고사항도 내리지 않았다(2020년 2월 기준).
* 이 글은 <지리 덕후가 떠먹여주는 풀코스 세계지리>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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