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생활, 딴짓의 정석
2교시 국어 시간.
쓸 것이 없음에도 아이 한 명이 계속해서 무언가를 쓰고 지운다. 그리고 무언가를 만지작 거리기 시작한다.
책상 위가 아닌 책상 아래에서 만지작거리는 걸 보니 들키면 안 되는 뭔가를 하는 것이다.
꼼지락 꼼지락.
그리고 다시 글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지우며 나온 지우개 가루를 책상 아래로 가져간다.
꼼지락 꼼지락.
눈치채지 못하게 아이의 뒤로 가서 큰 소리로 외쳤다.
손 위로 올려놔!
깜짝 놀란 아이는 딴짓의 은밀함을 들켰다는 실망감에 빠졌다. 머뭇거리며 손에 담긴 검은색 물체를 펼친다.
울라프...!
인터넷에서 본 '지우개 똥으로 만든 작품'을 따라하고 싶었단다.
친구의 작품(?)을 본 아이들의 작고도 짧은 감탄.
수업 중 꾸중을 들은 아이는
쉬는 시간 아이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쉬지 않는다.
국어 시간이 지나고 찾아온 20분간의 쉬는 시간.
아이들이 뛰놀지 않고 조용히 작품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똥, 작품이 된 날이다.